구글의 정밀지도 해외 반출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과 국가 안보 우려가 충돌하는 딜레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구글은 올해 2월 18일 1:5000 축척 지도의 국외 반출을 정부에 세 번 째로 신청했다. 이번 신청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은 것으로, 정부는 앞선 두 차례 모두 안보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정밀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해제를 압박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5일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며 논란 해소에 나섰는데, 문제의 본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 명의로 5일 블로그를 통해 올라온 글에서는 "구글이 한국 정부에 반출을 요청한 지도는 1:1000과 같은 고정밀 지도가 아닌 1:5000 축척의 국가기본도"라며 "이미 정부의 보안 심사를 거쳐 민감한 정보가 제거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또한 "필요한 경우 이미 가림 처리된 상태로 정부가 승인한 이미지들을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현재 한국에서 구글 맵 길찾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해외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구글 지도의 한국 축척은 1:25000으로, 도보 경로나 자전거 경로, 실시간 교통 정보 등의 서비스가 제한된 상황이다.
반면 정부와 학계, 업계에서는 여전히 안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5000 축적 지도는 대축적 지도로 고정밀 지도에 해당한다며 구글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축척 지도는 50m 거리를 1cm로 표현할 정도로 정밀해 건물 구조나 지형이 상세히 드러나 안보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글은 이번 신청에서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한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보안시설을 직접 가림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 정부가 보안시설 좌표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해 안보 및 데이터 주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민간 해외 기업이 국가 보안 정보를 요구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초 국토지리정보원은 오는 8일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의 요청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11일까지였던 결정 시한을 이달 중하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전에 결론이 날 경우 회담에서 논의될 다른 의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도 서비스 개선을 넘어 국가 안보와 통상압박, 데이터 주권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구글이 블로그를 통해 내놓은 해명은 핵심인 ‘정보 주권’과 ‘국가 안보 우려’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빅테크 기업의 이익 논리가 앞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최종 결정은 향후 한미 관계와 국내 디지털 산업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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