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즈게임즈 산하 주롱 스튜디오가 개발한 '역수한'은 단순한 무협 MMORPG의 틀을 넘어, 기술과 서사의 완성도를 모두 갖춘 '완성형 강호'로 다가온다. 넷이즈는 이 작품을 ‘글로벌 플래그십 MMORPG’로 내세우고 있으며, 그 자신감은 이미 글로벌 사전 예약자 800만 명을 돌파한 수치로 증명했다.
'역수한'은 중국 무협 작가 온수한 선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북송 말기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의리와 배신,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가 펼쳐진다. 2018년 중국에서 PC 버전으로 출시한 후 2023년 모바일 버전까지 확장되며 본격적인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를 전개했다.
11월 7일 출시하는 글로벌 버전은 PC와 모바일 모두 지원하며, 계정 연동을 통해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 6가지 클래스, 각기 다른 강호의 무인들
플레이어는 총 여섯 개의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해 강호에 발을 들인다. 도적 스타일의 쇄몽, 철저한 방어를 자랑하는 근접 스타일의 철의, 밸런스형 전사로 창을 사용하는 혈하, 장거리 공격에 특화된 신상, 원거리 방어형 소문, 소환수를 부리는 구령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클래스가 특정 성별에만 한정된다는 것. 예를 들어 철의는 남성, 소문은 여성만 선택할 수 있다. 각 클래스는 공격력, 방어력, 사거리, 기동 등 여섯 가지 지표로 능력이 구분된다. MMORPG 장르에서 다수 차용하는 판타지 장르와 비교하면 명칭만으로 클래스의 특징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는 못했다. 직업 선택 화면에서도 캐릭터의 주요 무기 정도만 알 수 있기에 캐릭터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보조 설명의 부재가 아쉬운 부분이다.
■ AI 활용한 폭 넓은 커스터마이징
나날이 발전하는 MMORPG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세분화되어 가는 것과 발맞춰 '역수한'도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제공한다. 우선, 퀄리티 높은 여러 외형의 프리셋을 제공해 직접 제작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직접 세세한 옵션을 조작해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도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핵심인 얼굴만 보더라도 이마부터 턱까지 세 가지 부위로 나누어 상세한 설정이 가능하고, 여러 헤어와 체형으로 구분해 신체의 모든 부분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특히, 커스터마이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공들인 캐릭터가 실제 인게임에서는 설정과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역수한'에서는 캐릭터 생성을 마치고 인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캐릭터 미리보기를 제공이나 사진이나 영상으로 미리 캐릭터를 볼 수 있어 커스터마이징에서의 실수를 최소화했다. 아울러, 자신의 캐릭터를 공유해 업로드할 수 있는 등 캐릭터 생성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만든다.
여기에 AI 기술까지 더해 사용자가 원하는 외형을 만들 수 있도록 보조한다. AI 커스터마이징의 경우 특정 인물의 사진을 넣어서 이를 3D 캐릭터로 만들 수 있으며, 텍스트로 원하는 유형의 캐릭터를 입력하면 그에 걸맞은 얼굴이 제작된다. 예를 들어 '귀여운'이나 '섹시한' 등등 형용사를 입력하면 텍스트에 어울리는 얼굴이 그려진다. 해시태그를 넣듯이 여러 개를 넣을 수도 있다. 이처럼 커스터마이징에 공을 들이는 사용자는 물론이고, 캐릭터 생성에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사용자 모두끼리 배려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한다.
캐릭터 생성 시 준비된 프리셋을 선택해 커스터마이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이는 애써 만든 캐릭터의 외형을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로 원활한 전투를 위해 카메라 시점을 최대한 멀리 당겨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3인칭 시점으로 인해 캐릭터의 정면보다 뒷모습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수한'은 퀘스트 컷 신이 많아 자신이 애써 만든 캐릭터를 볼 기회가 자주 있고, 컷 신 연출 중에는 포토 모드까지 지원해 캐릭터의 인생네컷을 남길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커스터마이징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 손끝으로 펼쳐지는 무공의 미학
'역수한'은 PC와 모바일 간 완전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UI는 다소 모바일 친화적으로 간소화되어 있으며, 모바일 기준 기본 시점을 콘솔형 시점, 3D 자유 시점, 2.5D 고정 시점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자신의 플레이 취향에 맞는 시점을 찾아 몰입도 높은 환경에서 강호를 누빌 수 있다.
전투는 무공 관련 스킬을 사용하는데, ‘문파 전용 스킬’ 10종 중 최대 5개를 장착할 수 있으며, 여기에 ‘강호 무공’ 2개를 추가로 조합해 자신만의 전투 구성을 완성한다. 여기에 속성 스킬인 특질, 패시브 성격의 내공을 조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무학 조합을 완성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번거롭다면 범용 스킬이나 던전 등 원하는 콘텐츠에 맞춰 조합을 자동으로 해주는 추천 조합 기능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를 통해 같은 직업이라도 스킬 조합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무협의 꽃, 경공은 '역수한'에서도 빛난다. ‘수상표’로 물 위를 달리거나, ‘대경공’으로 바람을 타며 산과 계곡을 넘나들 때는 경공이 단순히 눈요기가 아닌 자유로운 이동 수단이자 재미 요소로 다가온다. 활공과 등반까지 하나의 경공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레벨이 오름에 따라 경공의 숙련도 또한 높아진다. 산을 오르고, 절벽을 타고, 강을 건너는 모든 과정이 ‘무협’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강화한다. 특히, 경공이 판타지 MMORPG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행 요소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 AI가 구현한 살아있는 NPC, 감정으로 반응하다
'역수한'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AI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사진을 업로드해 AI가 이를 기반으로 얼굴을 재현하는 AI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비롯해, NPC와의 대화에서도 AI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NPC와 교류가 발생하고, 여기서 꾸준한 선택지가 제공된다. 준비된 선택지 중 특정 행동을 마쳤거나 수행했는지에 따라 선택지가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된다. 특히, NPC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대화의 흐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고정된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물론 앞서 선택한 선택지에 따라 향후 NPC의 반응이 달라지기도 한다.
■ 서사와 연출이 어우러진 퀘스트
'역수한'의 퀘스트는 단순한 심부름형 진행에서 벗어났다. 전투의 비중은 최소화하고, NPC와의 대화가 중심이 된다. 그만큼 스토리에 공을 들였고, 스토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배속 기능이나 스킵으로 넘길 수도 있다. 대신 작은 퀘스트 하나에도 컷 신 연출과 NPC의 감정 표현이 담겨 있어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한다. 메인 스토리에서 벗어난 서브 스토리도 다양한 사건과 NPC의 등장으로 탄탄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런 과정에서 만나는 퀘스트의 방대함 덕분에 자연스럽게 세계관이나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건을 조사하고 단서를 모아 해결하는 ‘추리형 퀘스트’는 캐릭터를 움직여 단서와 증거를 수집하고 모은 증거로 사건을 배열하는 일종의 탐정 미션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또한, 특정 퀘스트에서는 기존의 3D 시점이 아닌 횡스크롤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스킬을 기반으로 전방에 있는 적들을 제압하고, 점프를 하는 플랫포머 게임까지 넘나들 때는 장르를 의심하게 되다가도 기발함과 독특함에 매료된다.
그 외에도 물 속성 무공으로 불을 끄는 ‘상호작용 퀘스트’나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살려 자이로센서의 기울기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션 기반 퀘스트’, 리듬 게임처럼 박자를 맞춰 누르거나 적에게 들키지 않고 목적지까지 몰래 이동하는 등 퀘스트에 다양한 기믹을 가져왔다. 이처럼 다양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퀘스트가 다수 존재하고, 일부 보스 토벌 퀘스트에서는 혼자서는 벅차다고 AI 동료까지 합세해 같이 싸워준다. 덕분에 AI가 단순한 기능 보조를 넘어, MMORPG에서 다수의 사용자 역할을 대체하는 느낌마저 전해준다.
■ 외형에 집중한 과금 요소, 방대한 콘텐츠
과금 요소는 외형 커스터마이징에 한정되어 있고, 전투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역수한'이 이런 BM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띄는 경쟁형 콘텐츠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MMORPG 치고 전투의 비중이 적기 때문에 캐릭터가 강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졌다. 퀘스트는 물론이고, 여러 생활형 콘텐츠를 통해서도 캐릭터가 꾸준히 성장하기 때문에 육성에 대한 부담도 적다.
비록 레벨이 오름에 따라 콘텐츠가 개방되는 구조지만 메인 퀘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소문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플레이가 유지된다. 플레이하는 내내 온라인게임이라는 인식도 깊게 들지 않을 만큼 탄탄한 서사 속에서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다.
이미 중국에서 장기간 서비스를 거친 만큼, 콘텐츠의 규모는 방대하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업데이트 주기를 신경 쓰면서 순차적으로 콘텐츠를 풀겠지만, 경쟁이 최소화한 만큼 콘텐츠 소화에 크게 매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전통과 기술이 만난 ‘진짜 무협’
'역수한'은 고전 무협의 미학과 현대 기술이 만난 결과물이다. AI가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고, 경공이 세계를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무공 조합과 자유로운 클래스, 감정 기반 NPC 시스템까지. MMORPG의 익숙한 틀 속에 ‘강호’의 혼을 불어넣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게임을 단순히 '중국산 무협 MMORPG'라 부르기엔 부족하다. '역수한'은 ‘살아있는 강호’를 경험하게 했으며, MMORPG의 익숙한 틀 안에서 ‘진짜 무협’을 구현한 넷이즈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