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드 한 줄을 대신 쓰고 복잡한 알고리즘을 순식간에 풀어내는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여전히 코딩을 배울까?
10년간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코딩 대회로 자리 잡은 NYPC(Nexon Youth Programming Challenge)는 그 답을 명확히 제시한다. 정답은 기술이 아니라 사고(思考)에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내용이 최근 넥슨태그를 통해 공개됐다.
2016년 시작된 NYPC는 약 4만 명의 청소년 참가자들을 배출하며 국내 프로그래밍 교육의 상징이 되어왔다. 올해 처음으로 대학생 무대를 개설한 넥슨은 그 의미를 한층 더 확장했다.
'코드배틀'은 국내 최초의 대학생 대상 전략적 팀 프로그래밍 대회로, 참가 대학생들이 직접 AI를 설계하고 전략을 겨루며 현업 수준의 데이터 사고력을 경험할 수 있는 실험장이었다.
온라인 예선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생성형 AI를 함께 활용했지만 전략을 직접 세우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했다"며 "AI는 코드 구현에는 탁월했지만 구체적인 전략까지는 스스로 설계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배움이 훨씬 값졌다며 기술보다 생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넥슨 사내 카페 넥다 플러스에서 개최된 코드배틀 파이널의 문제는 '커넥션(CONNEXION)'이었다. 육각형 타일을 번갈아 배치하며 문양과 색상을 조합해 최적의 점수를 얻는 AI를 설계하는 이 문제에서, 4,900여 명이 온라인 라운드에 참가한 후 24개 팀 76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화제를 모은 팀은 '보라매의 꿈'이었다. 군 복무 중 함께 휴가를 나온 친구 네 명이 의기투합한 이색적인 팀으로, 짧은 시간 동안 협업과 전략을 완성해냈다. "문제 유형이 신선했고,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협업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습니다"라고 그들은 말했다.
최종 우승팀 '조영욱으로NYPC우승하자'의 서울대학교 이동현 참가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NYPC를 함께 해온 친구들과 팀을 꾸렸다"며 "코드배틀을 통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문제를 경험한 점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NYPC 본선에는 15~19세 부문 상위 61명, 12~14세 부문 상위 20명이 진출했다. 12~14세 부문 대상 수상자인 유성재 학생은 "NYPC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대상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으며, 15~19세 부문에서는 한국과학영재학교 정민찬 학생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넥슨이 강조한 철학은 명확하다. 넥슨코리아 강대현 대표는 "코딩은 본질적으로 '창조의 언어'"라며 "저도 프로그래머로 일을 시작했을 때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넥슨 사회공헌팀 최연진 팀장은 "AI가 코드를 써주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인간의 사고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코딩을 '코드'가 아닌 관점을 바꾸는 도구로 이해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넥슨은 일반 코딩 대회와 달리 인기 게임 콘텐츠나 실제 게임 개발 상황을 문제에 활용한다"며 ‘메이플스토리’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예로 들었다.
NYPC 김진호 출제위원장은 "정답이 하나 뿐인 문제는 이제 의미가 없다. 코딩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힘"이라고 밝혔다. AI 시대일수록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건국대학교 김성열 교수는 "AI 시대의 학습이 빠른 정답을 찾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세상의 디테일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새롭다'고 느끼는 감각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시상식을 마친 넥슨재단 김정욱 이사장은 모든 참가자에게 남긴 말이 전부를 담았다. "상을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최고의 코더예요. 세상을 바꾸는 건 정답을 맞힌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AI가 대답을 완성하는 시대,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10년간 NYPC가 걸어온 길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기술보다 생각, 정답보다 질문, 혼자보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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