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다시 한번 대형 글로벌 IP와 손을 잡았다. 이번 주인공은 게릴라 게임즈의 '호라이즌' IP다. 지스타 2025 현장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한 미공개 신작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는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그 중심에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성구 엔씨소프트 부사장(CBO)이 있었다.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지스타 2025 현장에서 그는 개발 비화부터 엔씨의 방향성, 그리고 변화의 진심까지 솔직히 털어놓았다.
“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해야 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몇 년간 ‘변화’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이성구 부사장은 스스로 “지금도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위기가 왔었다. 사실 지금도 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그걸 고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한 작품들은 단순히 올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2~5년 전부터 변화를 위해 준비해온 결과”라며, “올해와 내년에는 시장에서 엔씨가 이를 갈고 있었구나’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호라이즌' IP를 MMO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는 2019년에 시작됐다. 게릴라 게임즈와의 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국계 스튜디오 특유의 느린 피드백, 문화적 거리감, 그리고 신뢰 구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20년 무렵, 본격적으로 개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피드백이 느려서 진도가 더뎠는데, 어느 순간 서로 신뢰가 쌓이면서 급속도로 빨라졌다.”
이 부사장은 직접 암스테르담을 세 번이나 오가며 게릴라의 주요 개발진을 만나 프로젝트 방향을 조율했다고 한다. “'호라이즌'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보여줘야 했다. '호라이즌' IP를 가지고 우리 엔씨가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는 “허먼 헐스트(전 SIE CEO)나 짐 라이언(전 SIE CEO)과도 대화를 나눴고, 서로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었다”며 웃었다고 한다.
많은 팬이 궁금해하는 건 원작의 액션 어드벤처 장르를 버리고 ‘왜 MMORPG인가’였다. '호라이즌'은 원래 싱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세계관이 너무 아름답고 방대한데, 그걸 혼자서만 뛰어다니기엔 아깝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원작 팬으로서 늘 생각했다. ‘이렇게 멋진 세계를 여러 명이 함께 탐험하면 어떨까?’ 그래서 MMO로 확장하되, 싱글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자는 게 출발점이었다.”
초반부는 싱글 RPG처럼 구성돼 있으며, 약 4~5시간 분량의 컷신과 시나리오가 제공된다. “튜토리얼이 아니라 완전한 싱글 캠페인으로 시작한다다. 이후 점차 세계가 넓어지며 자연스럽게 멀티플레이로 이어진다.”
MMO로 장르가 변한 만큼 전투 설계도 새로 짜야 했다. 이 부사장은 “원작에 없는 16인, 30인 레이드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딜만 넣는 게임이 아니다. 어떤 플레이어는 갈고리로 보스를 묶어두고, 다른 플레이어는 기계 부위를 파괴하거나 제압하는 식이다. 탱·딜·힐의 전통적인 구조보다, 각자 역할을 찾아 움직이는 전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작의 핵심 요소였던 ‘부위 파괴’도 그대로 계승된다. “적 부위를 파괴해 얻은 부품을 장비로 장착해 사용하는 시스템도 들어간다.”
이번 작품의 세계관은 원작 '호라이즌 제로 던'과 '포비든 웨스트'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무대는 북미 북서부가 아닌 남서부에서 남동부로 이동한다.
“1, 2편이 미국 북동부에서 북서부로 가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남서부에서 남동부로 향하는 이야기다. 텍사스, 애리조나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즉, 완전히 새로운 MMO이지만 세계관상으로는 공식 후속작의 연장선에 놓인다.
최근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 중 하나는 BM이다. 이 부사장은 “이번 작품은 결코 무거운 BM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킨, 배틀패스, 커스터마이징 아이템 정도가 핵심이다. 거래소 이용권 같은 기능성 아이템이 일부 있을 수는 있지만, 강제로 과금을 유도할 생각은 없다."
그는 “아이온2도 같은 철학으로 개발 중이며, 이 부분은 이용자와 약속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박병무 공동대표가 언급했던, 흥미로운 일화도 전했다.
“김택진 대표님이 직접 빌드를 플레이하셨는데, 박병무 대표님과 함께 일어나서 박수를 치셨다. (엔씨에)24년 다니면서 처음 봤다.” 그는 “회사 내부 반응이 정말 좋았고, 매번 마일스톤마다 대표들이 직접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스케일이면 게임스컴에서 먼저 공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한국 팬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해외 파트너들도 ‘왜 지스타에서 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도전을 하고 있다’는 걸 한국 게이머들에게 먼저 알리고 싶었다. '호라이즌'이 한국에서 그리 거대한 IP는 아닐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엔씨가 달라졌다는 걸 국내 팬들이 제일 먼저 느끼길 원했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의 출시 일정은 미정이며, 내년 8월 열리는 게임스컴 2026에는 시연 버전이 출품될 예정이다.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는 그 이전, 내년 상반기 중에 한국에서 진행하려 한다.”
플랫폼은 모바일과 PC, 그리고 콘솔은 논의 중이다. “현재 콘솔 출시 여부는 게릴라와 협의 중이며, 반응을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모바일 MMO = 자동 전투’라는 고정관념을 깨겠다고 못 박았다. “이건 자동 게임이 아니다. 100% 수동 조작이다. '아이온2'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수동 조작이 얼마나 재밌게 느껴지느냐가 우리의 과제다.”
인터뷰 말미, 이성구 부사장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정말 잘하겠다. 엔씨가 잘하고, 제가 잘하고, 언론과 유저와의 소통도 더 활발히 하겠다. 유저들이 자랑스럽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그게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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