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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히데키 × 요코 타로, 지스타에서 밝힌 ‘비범한 창작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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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편집부

지난 11월 13일, 지스타 2025와 병행 개최된 게임 콘퍼런스 'G-CON 2025'에서 세션 '비범한 게임 디자이너의 머리를 살펴보는 스폐셜 대담 - 카미야 히데키 × 요코 타로의 창작 철학'이 진행되었다.

단상에서는 클로버즈의 카미야 히데키와 붓코로의 요코 타로가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각자의 창작 철학을 이야기했다. 모더레이터는 패미통 그룹 하야시 카츠히코 대표가 맡았다.

(왼쪽부터) 카미야 히데키, 요코 타로, 하야시 카츠히코
(왼쪽부터) 카미야 히데키, 요코 타로, 하야시 카츠히코

카미야의 담당작품은 '바이오 하자드2', '데빌 메이 크라이', '베요네타', '오오카미' 등이다. 요코의 담당작품은 '드래그 온 드라군', '니어' 등이 유명하다.

무대에 오른 요코 타로는 첫마디로 “안녕하세요, 게임 업계의 기생충 요코 타로입니다”라는 인사로 시작했다. 이 도발적인 첫마디가 한국어로 동시통역이 제대로 되었는지 궁금해하며, 세션은 화기애애하게 시작되었다.

첫 주제는 '서로의 인상'이었다. 카미야는 “세상에는 다양한 게임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그런 가운데 제작자가 뚜렷하게 돋보이는 것이 바로 ‘더 요코 타로’ 같은 작품을 만드는 요코 씨다”라고 말했다.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특히 관심이 생기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세션도 카미야 쪽에서 요코를 거의 동지에 가깝게 느끼고 있어 “함께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는 참가 경위를 설명했다. 

한편, 요코는 "카미야 씨는 액션 게임에 대한 집착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손맛이 중시되고, 시나리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저와는 장르가 달라 존경하고 있다. 그리고 데빌 메이 크라이나 베요네타 같은 훌륭한 액션 게임을 만드는 걸 보고, 나는 이제 (그 장르는)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에 카미야도 반응하며, “제가 만들 때는 컨트롤러와 뇌가 직결되어 즐길 수 있는 걸 중시하지만, 시나리오는 잘하지 못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부럽게 생각한다”고 서로를 칭찬했다.

단상에는 요코 타로의 본체(?)만이 앉아 있었다.
단상에는 요코 타로의 본체(?)만이 앉아 있었다.

이어서 “게임 기획을 시작할 때, 어떤 생각에서 출발하는가”라는 주제가 던져졌다. 요코는 먼저 “꿈이 없다는 말부터 해야겠다"며, "게임 제작의 전제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있는지에 따라 '꿈'의 크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고려해야 할 것은 스태프의 적재적소 배치와 퍼블리셔의 요청이며,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제로부터 시작한 적은 거의 없다고 한다. 즉, 창작 의욕이 아닌 현실 문제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또한 요코는 착상을 쌓아두지 않고 아이디어는 매번 새롭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젊었을 때는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만들고 싶은 건 한 번도 만들지 못해 절망했다. 그래서 지금은 만들 수 있는 걸 만들자고, 눈앞에 놓인 재료로 고객이 가장 즐길 수 있는 걸 요리해 왔다”라는 입장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스케줄 설계는 아직도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서 앞으로도 개인적인 과제로 삼아 나가겠다고 전했다.

카미야도 “꿈이 없다는 의미에서 요코 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만 프리랜서 외주 작업이 주류인 요코에 비해, 카미야의 커리어는 게임 메이커 근무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의미가 조금 다르다. 그는 캡콤에서 시작해 클로버 스튜디오, 플래티넘 게임즈 등으로 옮겨 다니며 기본적으로 회사로부터 “~~한 게임을 만들어 달라”는 오더를 받고, 그에 대한 해답을 마련해 왔다.

그의 대표작으로 자주 언급되는 캡콤의 ‘데빌 메이 크라이’ 역시 원래 “바이오 하자드의 후속작을 PS2로 만들어 달라”는 미션에서 탄생했다. 클로버 스튜디오의 ‘오오카미’ 역시 “신생 스튜디오의 간판이 될 만한 게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독창성을 중시했다. 이처럼 무언가 토대가 되는 주문이 출발점이 되어왔다. 그렇기에 아무런 계기도 없이 “뭐든 좋으니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어쩌면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카미야는 과거에 “유명한 IP끼리 컬래버하는 게임을 생각해 보라”는 지시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닌텐도의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를 떠올리면서도, 해당 작품과는 다른 접근법을 고민했다. 그것은 “모든 캐릭터를 한꺼번에 화면에 등장시킨다”, “거대한 주먹으로 상대를 때린다”는 아이디어였으나, 이 기획은 결국 무산되어 자신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서랍 속에 넣어두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서랍을 열게 된 것이 캡콤의 '뷰티풀 죠'였다고 한다. 카미야는 “게임을 만들 때는 그 작품에만 있는 메커니즘을 넣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게임 디자이너로서 해나가는 데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요코는 자신만의 독창성은 생각하지 않고 “게임을 사게 할 이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재미있는 게임은 세상에 많다. 그리고 “베요네타로 충분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명작도 많다. 그런 가운데 “재미없어도 좋으니, 사는 의미를 게임에 부여하고 싶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기 때문에 산다는 생각도 하나의 접근법이다. 그런 방식에 따라 게임은 더 폭넓은 것을 할 수 있다. 재미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유일한 힘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끌어당기는 유일한 힘이라는 말에 카미야도 공감을 표시했다. 일례로 “게임 사이트 등에서 기사의 썸네일을 봤을 때, 누구나 클릭하고 싶은 게임 내용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세부적인 노출까지 공감할 수 있는 그림(비주얼)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이야기다. 

다음은 “~~라는 상황이 있다면, 두 사람은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라는 발상력을 시험하는 주제다. 첫 번째는 “당신 눈앞에 귀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열띤 배틀을 설계하시겠습니까?”라는 것으로, 막연한 질문인 만큼 해석의 여지는 무궁무진했다. 

이에 요코는 “액션은 잘하지 못하니 카미야 씨에게 바통터치하고, 나는 시나리오 쪽으로 생각해 보겠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는 단순히 보스를 쾅 하고 배치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쓰러뜨리고 싶어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제 해결 방법은 “가족을 죽였으니 복수하고 싶다” 같은 이유 부여다. 그것도 하나뿐이면 너무 단순하니, “저 녀석은 땅도 빼앗았다”, “아버지는 자살로 내몰렸다”, “여동생도 잡아먹혔다” 등 여러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를 쌓아 올린 뒤, 마지막에 쓰러뜨리는 전개로 이끈다. 이는 바로 요코의 작품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방식이다. 

요코에게 보스는 플레이어에게 불쾌한 일을 하는 존재다. “그래서 성격이 나쁜 사람일수록 보스 만들기를 잘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자, 카미야는 “이런 강의를 꼭 우리 회사에서 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카미야는 “가족의 목숨이 위태로운 극한 상황을 요코 씨가 준비해 준다면, 나는 3D 액션으로 특별한 배틀을 위한 메커니즘을 구상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잡몹과 싸우고, 싸우고, 계속 싸우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보스다. 그때 플레이어의 감정이 고조되어 있다면, 잡몹과는 다른 보스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카미야가 개발해 온 작품에서 여러 사례가 떠오른다. 한 예로 적을 제압해 내리치는 연타 액션이다. 연타 조작은 플레이어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특히 베요네타에서는 거대 보스와 싸우게 하는 것만으로는 평범해 보였기에 스테이지 자체를 움직였다. 플레이어는 그 순간까지 넓고 평평한 땅에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면서 “사실은 위험한 절벽 끝에서 싸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연출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게임은 감상하는 오락이 아니라 간섭할 수 있는 오락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뒤흔드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 주제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이다. 먼저 발언한 카미야는 “특별히 플레이어에게 감동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스토리 진행의 변화는 신경 쓰지만, 감동을 주는 포인트는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여기서 그는 '음악'을 예로 들었다. 음악은 곡의 선율뿐만 아니라 듣는 장면에 따라 주는 감정이 달라진다. 즉, “이 B멜로디 시작 부분에서 울게 한다”고 생각하며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곡 전체의 완성도와 사용되는 장면이 '울게 하는 곡'이라는 속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의 일체감을 중요시하는 듯하다.

이에 요코도 공감을 표했다. “나도 감동을 주려고 생각한 적은 없고, 오카베 씨(니어 등으로 팀을 이뤄온 작곡가 오카베 케이이치)에게 곡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곡에서 이야기를 생각해 내는 경우가 있다. 또 비참한 상황을 일부러 적측에 준비할 수도 있다. 동료가 마지막에 구해주는 상황은 흔히 말하는 정석에 가까운데, 보스가 과거에 아이를 잃었다는 설정을 넣어 극적 상황을 더 고조시키는 요소를 덧붙인다고 전했다.

감동의 한 예로 언급된 것은 ‘자매’ 이야기다. 여동생이 굶주리자, 언니는 자신의 밥을 나눠 주지만 여동생은 쇠약해 죽고, 밥을 나눠준 언니도 죽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무기와 돈도 없는 동료 캐릭터가 플레이어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남자다운 기개를 보여주는 장면 등을 꼽았다. 요코에 따르면 이러한 발상은 이른바 '토핑을 더하는 이미지'라고 한다.

다음 주제는 '마감'에 관한 것이다. 게임 크리에이터는 물론,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짝사랑 상대라 할 수 있다.

요코는 마감 없이는 끝없이 제작을 계속해 버리기 때문에 마감이나 예산이 있는 편이 낫다고 전제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납기를 뚫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라며, 요코 특유의 스타일로 방향을 전환했다. 다만 완성도 50%일 때는 해서는 안 된다. 실행 시점은 완성도 90%에 도달했을 때 “추가 30%를 더 늘리고 싶을 때”라고 한다. 그러면 90% 미완성품이라는 개념에 퍼블리셔 측도 물러설 수 없게 되어, 일종의 콩코드 효과로 납기를 연장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사악한 테크닉"이라며, 다만 납기 연장은 퀄리티 업의 의도보다는 "그 부분을 만들지 않으면 (작품으로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완성하기 위해 늘리고 싶다“는 상황에서 고려한다. ”게임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평생 끝나지 않는 고민이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지금까지 담당한 작품에서 완성 시점에 “완벽하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발매 후 5년 정도 지나서 보면 괜찮게 느껴지는 작품도 많았다고 하며, 이후로는 자신의 감성을 믿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재미있어도 100명의 고객의 감상은 다르다. 그리고 자신 이외의 감성에 부응하기 위해, 구매할 이유를 붙이고 싶다고 회귀했다. 

이어 카미야는 “스케줄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전체) 스케줄을 자신이 매번 파악하지 않고, 주변 스태프에게 관리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풀 스로틀로 게임 제작에 도전할 뿐이다. 머리가 명석한 사람이라면 스케줄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스케줄을 의식하면 액셀을 밟을 수 없게 되어 작품의 장점도 생기지 않으니, 항상 액셀을 밟을 수 있는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고 자신의 역할을 말했다.

주제를 마친 후, 두 사람의 근황이 전해졌다. 카미야는 현재 클로버즈를 설립해 스태프도 5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오오카미 완전 신작'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도 프로그램과 그림, 음악도 할 수 없지만, 디렉터로서 게임 제작의 방향을 잡기 위한 좋은 환경은 만들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불러들였고, 그 사람들이 또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불러들여, 농도가 짙은 스튜디오가 되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금,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동료들에게 고맙고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요코는 "자주 니어의 속편을 왜 만들지 않느냐 거나, 요코가 일을 안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지만, 최근에는 중간에 중단되는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은 했지만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돈은 받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지 않아서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라고 코멘트했다. 이어 “이상한 걸 내놓느니 안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부정적인 감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지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요코는 "한국은 기술력이 높아, 이제 일본에게 배울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위에 감정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자신이 '싫다고 생각하는 것'에 주목해 주셨으면 한다. 예를 들어 SNS를 보다가 짜증이 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의 움직임이 힌트다. 그 스트레스는 시나리오의 씨앗이 된다. 그런 마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시나리오에 녹여내면 플레이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SNS가 보물찾기 장소가 될 것이다"라고, 실로 그 다운 조언을 전했다.

한편 카미야는 "한국 게임은 최근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이 당연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나도 지지 않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이 즐거움은 이것으로만 맛볼 수 있다'는 게임이 더 많이 나오고, 게임에서 작가성이 스며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게임계가 세계적으로 활기를 띠면서 나도 동지가 생겨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개성은 나라마다 다르니, 그런 강점을 살린 작품을 제작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세션 종료 후, 방문객과의 사인회 한 장면
세션 종료 후, 방문객과의 사인회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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