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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규제로 개발-운영 쇠퇴..아케이드 산업 규제 완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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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게임 시장을 호령했던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규제 일변도로 변하면서 시장 자체가 쇠퇴했고, 결국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이하 KAIA)는 규제를 완화해 건전한 청소년용 게임 육성을 위해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KAIA 박성규 회장은 지난 19일 게임 전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국내에서 소외받고 있는 아케이드 산업은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지만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은 여전히 아케이드 산업에 편견을 갖고 있다"며 아케이드 산업에 대한 오해를 풀고 편견과 규제를 걷어내 아케이드 시장이 다시 성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AIA) 박성규 회장
▲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AIA) 박성규 회장

그는 아케이드 산업에 몸담고 있지만 과거 게임 개발자로도 유명했다. 1990년에 등장한 '코리안 테트리스'가 그의 작품이다. 그리고 1998년 인터넷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최초의 3D MMORPG '엔터프라이즈 미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F2시스템을 창업해 아케이드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아케이드 시장은 과거에는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이전에는 40%대를 점유했고 바다이야기 사태 이전에는 3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사태 이후 규제 정책으로 인해 시장은 급격하게 쇠퇴했다. 

실제로 아케이드 시장의 경우 2018년 대한민국 게임백서 기준으로 해외에서는 점유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는 1%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케이드 산업이 규모를 10%대로 끌어올린다면 한국 게임 산업이 더 크게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해외에서는 아케이드만의 게임쇼도 개최되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이 리드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엔 중국과 대만이 한국 업체들에게 주문을 해갔던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리더가 되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 통탄할 일이라고. 이렇게 뒤집어진게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확고하다. 규제 완화가 바다이야기를 허용해달라는 것으로 오해를 많이 사고 있는데 절대 아니라는 것. 바다이야기로 통칭하는 슬롯머신 게임기는 상품권, 즉 현금을 지급하는 성인용 게임기이며, 아케이드 게임기는 청소년 대상 게임기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청소년 게임기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법 개정이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박 회장은 강조한다.

 

아래는 박 회장과 나눈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Q : 현재 국내 아케이드 산업의 상황에 대해 알려달라.

한국의 게임 산업 역사가 짧지 않다. 이 협회가 승인된지도 40년이 넘었다. 그런데 산업이 위축된 것은 정부에서 아케이드 육성책을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규제 일변도였기에 발전을 못하고 퇴보했다. 그러다보니 불법 사행성 게임이 등장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현재는 영업은 물론 제작도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하청 업체가 됐다. 게임기를 만들어도 국내에는 팔 수 없다. 국내에서 만들지도 못하기에 중국에서 생산해 해외에 OEM으로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사행성 게임이 청소년 게임으로 위장해 전체이용가로 심의를 받아 정상적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단속되는 사행성 게임장의 배치된 게임 중 95% 이상이 전체이용가로 분류된 게임이다. 그 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관계없는 사람들이다. 

청소년용 게임의 개발과 제조, 유통 등을 하는 제작자의 단체는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뿐이며, 청소년용 아케이드 업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단체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가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와 그들을 별개로 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허가하지 말라고 집회도 갖고 항의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방해한다며 자제를 요청하는 연락도 왔었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드는 기반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협회를 운영 중이다.

▲ KAIA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전체이용가로 지정한 게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전달한 자료
▲ KAIA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전체이용가로 지정한 게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전달한 자료

Q : 어떤 부분이 규제이고, 어떤 것이 개선돼야 하는가?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는 레이싱 게임의 모사라며 등급분류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케이드 산업에서는 '모두의 마블'같은 보드게임이 불법이다. 주사위로 우연에 의해 결과가 나오기에 사행성 게임으로 취급받는다. 게다가 고스톱과 포커 외에는 성인용으로 등급분류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등급분류를 받은 상태 그대로만 사용해야 한다. 스틱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불법이다.

한국은 아케이드 게임 개발자의 창의력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국제 규격화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수출-수입이 원활히 이뤄진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의 개발과 수출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아케이드는 다른 게임에 비해 하키나 농구 등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인형 등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VR도 있고 VR 덕분에 조금 규제가 풀리는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하다. 덕분에 관련 산업도 지지부진하다.

최근 인형뽑기가 인기가 떨어졌는데, 이는 확률 조작 파문으로 인식이 계속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뽑기방으로 인해 상가가 활성화되기도 했는데, 이들은 게임장으로 허가를 안 받고 유흥시설로 받는다. 유원지 시설로 허가를 받다보니 1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갱신은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뽑기방이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또한 장사가 잘 되는 게임장은 항상 민원에 시달린다. 인형뽑기에 있는 인형이 5천원이 넘는다고 신고되면 영업정지를 당한다. 법으로 5천원이 넘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탕을 밀어내 얻을 수 있는 게임기도 사실 불법이다. 법으로 문구류나 완구류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이전엔 가능했다. 당시 한도는 성인용 2만원, 전체이용가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소비자가격 기준 5천원이다. 그리고 같은 인형을 연속으로 뽑았다고 해서 업주가 다른 인형으로 바꿔주는 것도 불법이다. 올 초에 1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의견수렴까지 다 됐고 개정안이 나왔지만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의 게임장 경품 지급 기준 및 방법. KAIA는 이 부분에 대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의 게임장 경품 지급 기준 및 방법. KAIA는 이 부분에 대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선 리뎀션 게임이라고 해서 점수에 따라 티켓이 줄줄이 나오는 게임기가 유명하다. 이를 경품과 교환할 수 있는데 이것도 국내에선 2007년부터 금지됐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아케이드용 카드에 돈을 충전해 잔액만큼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린 현금 아니면 안된다. 

상품 종류 확대와 업주 교환이 가능하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돈으로 바꿔주면 어떡하냐고 막고 있다. 문제가 된 당시에는 과다한 상품권 배출이 관건이었다. 이것을 당시 문화부가 허용해줬었는데 정작 규제는 산업에 했다. 우린 발행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상품권 업체들이 반대했고, 결국 바다이야기 사태가 난 것이다.

나중에 결국 감사원 조사 결과 문화부 정책의 문제라고 귀결됐다. 하지만 이미 산업은 침체됐다. 물론 활용을 제대로 안한 불법 업자들이 잘못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젠 산업 육성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Q : 지난 7월부터 게임위는 전체이용가 게임에 대해 신용카드 등의 전자결제 도입을 허용했는데, 도입에 어려움이 있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는 전화번호가 하나씩 있다. 기계마다 그걸 달아야 하고 매달 대당 2만원 가량의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말기를 추가한 상태로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심의를 안 받고 써도 된다고 하면 그나마 좋은데 그게 불가능하다. 

500원짜리 게임까지 단말기를 달 순 없고 1천원 이상 게임기에 달아야 될텐데, 그래도 기계마다 달면 부담되는 비용이 많다.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데 위안을 가질 뿐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Q : 국산 아케이드 게임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최근 2년새 만든 청소년용 게임기가 10여개 된다. 그 중 절반이 등급분류를 못 받았다. 기준에 벗어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미 시중에 있는 게임들은 수입된 것들이며, 이것과 비슷한 게임을 개발하면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다. 명확한 이유도 없다. 

그리고 온라인-모바일 게임은 심의 제출 후 15일 이내 답을 주는데 아케이드는 기본 3개월은 감수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로 심의가 반려되면 다시 제출을 해야하니 시간이 더 걸린다. 등급분류를 못 받으면 팔지를 못하고, 결국 망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사업을 할 수 없다. 개발과 유통이 위축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주위에서는 "뭐하러 개발하냐. 검증된 해외 게임 수입하면 되지"라고 충고를 받는다. 한국 시장에선 그게 현명하다는 거다. 이런 상황이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 

과거의 기준으로 사행성을 판단하는 것이 바뀌어야 한다. 게임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걸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다.

한국은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정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시장 점유율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Q :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건전한 청소년 게임 육성을 통한 한국 게임의 세계화다.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약이 많아 개발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관련 법 제정이 1순위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그리고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업장이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에 달렸다. 조금만 더 신경써준다면 산업 규모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흥법 개정이 올 하반기에 계획되어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2007년 개정으로 이뤄진 규제가 풀리고 아케이드가 건전한 산업임을 인지하고 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대화하며 논의했으면 좋겠다

5년 전부터 아케이드 산업 상생을 위한 TF가 운영되고 연 1회 회의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책임론으로 망설이고 있는 듯 싶다. 대화로 타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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