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은 전 세계의 기대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게임 축제로서,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크래프톤의 '인조이' 등 한국에서 개발한 작품들도 출전해 전 세계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크앤다커 모바일'도 함께 공개한 크래프톤은 '인조이'를 통해 인생 시뮬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게임과 그동안 거리가 멀었던 일반인까지 포섭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조이'를 개발하는 크래프톤 김형준 PD는 게임스컴에서 '인조이'의 철학과 핵심 기능. 그리고, 개발 스토리를 공유하는 미디어 쇼케이스를 진행했는데, 편집본이 크래프톤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인조이'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김형준 PD는 24년 차 개발자로서, 평소에도 인생 시뮬레이션을 게임을 즐기는 한 명의 유저다. 한국에서는 MMORPG 장르의 인기가 높기에 해당 장르의 게임을 주로 개발하면서,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개발은 초보에 불과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이런 험난한 일을 가게 된 데는 김형준 PD의 아들 역할이 컸다.
아들과 인생 시뮬레이션을 함께 즐겼는데, 어느 날 아들이 재미있게 즐겼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얘기를 꺼내면서 추억을 끄집어냈다. 김형준 PD는 그런 장르의 게임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 판단해 직접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아들을 위해 게임을 만들었기에 아버지의 사랑이 서린 작품인 셈이다.
김형준 PD가 '인조이'를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크래프톤이기에 가능했다는 배경도 존재한다. 크래프톤은 모험적이게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을 허용하고 있기에 '인조이'의 개발 제안도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시뮬레이션 게임이기에 두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개발을 시작한 후 1년쯤 지나 개발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2023년 일부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시연을 진행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김형준 PD는 '인조이'가 아직 다듬어야 할 것이 많은 걸음마 단계의 아기 같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인조이'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요소는 바로 사실적인 캐릭터다. 이미 기간 한정으로 스팀을 통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캐릭터 스튜디오를 선보인 바 있다. 출시 이틀 만에 창작물이 10만 개를 넘어설 만큼 유저들은 캐릭터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다.
자신의 아바타이자 캐릭터인 조이를 만드는 과정은 세밀하게 구현된 다양한 기능으로 캐릭터 생성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여러 가지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지원하고, 여성 캐릭터라면 네일 아트까지 구현해 미적 감각을 추구할 수 있다.
캐릭터 의상의 경우 여러 조합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만들어진 의상에는 AI 텍스처로 이미지를 입힐 수 있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의상이 완성된다. 아울러, AI 텍스처는 의상 외에도 건축을 비롯해 대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조이를 생성하면 조이가 머무를 집이 필요하다. 집을 지을 때도 조이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닥부터 벽면, 가구 등 모든 것을 유저의 취향에 맞춰 생성해 나갈 수 있다. 특히,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해 사실적인 조명 효과를 제공한다.
집안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여러 가구는 의자나 책상 등을 조합해 새로운 가구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인게임에서 지원하는 3D 프린터를 통해 의상과 마찬가지로 나만의 가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3D 프린터에 평범한 이미지를 활용하면 3D 오브젝트가 만들어지고, 집 안에 배치하거나 차량에 장식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하지만, 아직은 개발 단계로 착용하거나 몸에 붙이지는 못한다. 향후 상호작용도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다.
잘 만든 조이와 정말 살고 싶은 집을 만들었으면,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면서 기쁨과 재미를 공유할 수 있다. 캔버스는 '인조이'의 자체 공유 플랫폼으로서, 자신이 만든 조이나 집을 자랑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가 생성한 조이나 집을 다운 받아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유저들과 댓글로 소통하고, 만들어진 조이나 집은 원작자를 존중하도록 구성됐다.
아울러 인게임에서 지원하는 실시간 렌더링 사진관으로 개성을 뽐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사진앱과 유사하게 필터를 적용하고, 조명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김형준 PD는 "향후 실시간 렌더링 사진관을 더 발전시켜 영상 촬영 기능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인조이에는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 존재한다. 예식장, 레스토랑, 놀이동산, 공원, 바닷가 등 가고 싶은 장소가 다수 구비됐다. 맵들은 전 세계 중요 장소들을 모티브로 개발됐다.
김형준 PD는 "인조이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는 게 더 재미있다"며, 집안에서 벌어지는 조이의 생활을 더 넓은 세상으로 넓히는 시뮬레이션 확장을 준비했다. 이에 따라 도시 단위로 범위를 더 넓혔고, 도시는 날씨와 전광판 이미지, 가로수 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도시에는 약 200곳의 꾸미기 봇이 존재해 몇 부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
도시에 있는 조이들은 감정 조절 기능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감정 상태를 불쾌하거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조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커뮤니티 시뮬레이션 기능을 통해 점점 도시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예컨대 나쁜 행동을 하면 그것이 소문의 형태로 퍼져나가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귀에 들어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돈을 훔치면 소문이 퍼져서 경찰에 검거되기도 한다. 퍼지는 것은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감기를 만들면 감기가 퍼져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든 사건은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 '인조이'에 떠돌고, 카르마에 쌓여 향후에는 다른 사건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김형준 PD는 걸음마 단계의 아기인 '인조이'를 멋진 어른으로 키워내겠다고 자신했다. 특히, 인조이를 개발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면서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현실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김형준 PD는 "인생은 즐거운 날도 있지만, 슬픈 날도 있다"며, "멀리서 보면 인생은 그저 아름답다는, 그런 의미 있는 경험을 시켜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유저들이 인조이와 함께 삶을 ENJOY 했으면 좋겠다"면서 쇼케이스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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