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라고 하면 "아, 그 회사구나"라고 떠올리는 일본 게이머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게임 회사로 MMORPG '로스트아크'와 FPS '크로스파이어', 최근에는 '에픽세븐'과 '로드나인' 등으로 유명하다.
일본 법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용히 운영되고 있어 특별히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봄에 '로스트아크'가 일본에서만 서비스 중단되고 (글로벌 버전은 서비스 중), 대표의 변경이 발표됐다.
신임 백영훈 대표는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니라 CJ 인터넷 재팬(넷마블 재팬) CEO와 게임 부문 이사, 넷마블의 사업총괄과 넷마블 재팬의 CEO 등을 역임하면서 '일본 게임업계에 정통한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넷마블 시절에는 일본 시장에서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니노쿠니: 크로스 월드' (한국 게임명은 제2의 나라)를 출시해 성공시킨 실적도 보유했다.
현재는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메가포트 부문 대표와 인디 게임사를 지원하는 '스토브' 대표를 겸직하고 있으며, 세 번째 역할인 '스마일게이트 재팬 대표'가 추가된 형태다. 꽤 다루는 일이 많다. 그런데도 성과는 좋은 편이다.
한국 게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백 대표가 부임한 이후 한국에서는 MMORPG '로드나인'이 히트했고, 출시 이후 주춤했던 '에픽세븐'도 부활했다고 한다. "넷마블의 DNA를 다소 경직된 스마일게이트 조직에 주입해 상황이 호전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 백영훈 대표가 도쿄게임쇼에 깜짝 방문했기에, 잠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우선은 '의욕' 수준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마음가짐을 들으며 앞으로 펼쳐질 스마일게이트의 행보를 기대해 보자.
Q :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 대표가 일본 법인 대표를 맡게 되어 이번에 시간을 내주셨는데, 업계에서 그다지 얼굴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업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도 될까요?
백영훈 대표: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2021년 말까지 넷마블 재팬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동안 3번 정도 대표를 맡았는데(웃음), 총 7, 8년 정도 근무한 것 같습니다.
Q : 세 번이나 하셨군요!
백영훈 대표: 네, 3번 했습니다(웃음). 그 후에는 한국의 111퍼센트라는 중소 규모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에서 대표를 하다가, 2023년 6월에 스마일게이트 홀딩스의 메가포트 부문 대표로 취임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이라고 과감하게 표현했지만,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계속 만들어 3년 만에 일간이용자수(DAU) 180만 명 정도가 된 회사다. 그는 게임을 '숫자'로도 볼 수 있고 '콘텐츠의 내용'으로도 볼 수 있어, 꽤 강한 면모를 보인다.
Q : 넷마블 시절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백 대표가 스마일게이트의 일본 법인 대표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스마일게이트의 일본 법인이 제대로 가동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요?
백영훈 대표: 아니요, 이전에도 일본 법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Q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백영훈 대표: 그렇군요. 일본 법인이 설립된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 전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현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취임하면서 '역시 직접 서비스를 전개하자'고 전환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 이제 막 가동에 들어간 일본 법인에 어떤 수치적인 목표가 있나요?
백영훈 대표: 아직 수치로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 숫자 목표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지금은 정말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일본의 더 많은 유저에게 '스마일게이트는 좋은 게임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현재는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Q : 목표치고는 좀 약하게 잡은 것 같습니다.
백영훈 대표: 그렇군요. 그럼 '반드시 이루고자 합니다'로 하면 어떨까요(웃음)?
Q : 알겠습니다(웃음).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겠습니다. 아까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일본 법인의 역할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나요?
백영훈 대표: 게임이라는 것은 문화. 그래요, 문화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넷마블 재팬 대표를 맡았을 때, 문화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그런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할까요(웃음).
Q : 그 차이를 흡수하는 것이 역할인가요?
백영훈 대표: 흡수하는 역할이라기보다 현재는 컨설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세세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개발팀이나 마케팅팀에서 일본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Q : 예를 들어 어떤 부분에서 그런 것을 느끼시나요?
백영훈 대표: 공지하는 방법이라든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방법 등이죠. 그리고 이벤트 디자인이나 콘텐츠를 어떻게 조정하면 일본 고객들이 좋아할지, 어떻게 하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방향성이나 개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어로 치면 '컨설팅'에 가까운 업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현재 역할로 하고 있습니다.
Q : 그렇군요. 확실히 그것은 컨설팅일지도 모르겠네요.
백영훈 대표: 처음 일본에서 일을 시작할 당시 빅카메라에 갔을 때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전단지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문화충격이었습니다.
Q : 전단지의 어느 부분이?
백영훈 대표: 여러 가지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빼곡히 적혀있었어요. "이게 뭐야? 무슨 뜻이야!"라며 의미를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일본 직원에게 물어보니 할인이나 상품 정보를 올려놓은 것일 뿐, 아주 일반적인 정보라고 하더군요.
Q : 그렇군요(웃음).
백영훈 대표: 일본과 한국은 어떤 면에서는 분위기가 비슷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세세한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어요. 그런 디테일을 조정하고, 좀 더 시장에 잘 맞출 수 있도록 조언이나 제안 등을 통해 조정하는 역할을 일본 법인에서 하고 있습니다.
Q : 그렇군요.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타이틀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거군요. 그리고 한국 회사가 일본 법인을 만든다고 하면, 일본 IP를 사용하기 위한 창구 같은 이미지가 조금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백영훈 대표: 말씀하신 대로 일본 IP를 살리는 것도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한국 게임을 일본에서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한 품질면이나 유저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개선이나 조정, 그런 것들을 제안해 나가는 것입니다.
Q : 그렇군요.
백영훈 대표: 일본의 유명 IP를 사용하거나, 가능성이 있다면 제작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원래부터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관심이 높고, 앞으로도 폭넓게 진행할 예정이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 방금 말씀하신 개선 제안 같은 것 외에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백영훈 대표: 스토브라는 게임 플랫폼의 운영이겠죠. 오늘(도쿄게임쇼 현장) 놀랐던 점은 작년에 비해 인디 게임이 많이 출품됐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런 인디 게임들을 스토브에 도입해서 한국이나 아시아권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느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일본 법인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역할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백 대표님, 애초에 스토브의 대표이기도 하시잖아요.
백영훈 대표: 그렇죠. 뭐, 겸직은 예전부터 계속해 왔기 때문에 익숙합니다(웃음).
Q : 그렇게 겸직하면서 20년 넘게 일본 게임 시장을 지켜보셨는데요. "일본 게임 시장이 한국과 전혀 다르구나"라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백영훈 대표: 예전인 2006년에는 꽤 있었죠. 하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이제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당시 한국 게임 시장은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 일본은 주로 콘솔 게임과 웹게임이 주를 이루었고, 야후(Yahoo!)의 웹게임 같은 것도 있었죠.
그런 것들도 점차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요즘 고객들은 글로벌 게임을 경험하기가 매우 쉬워졌습니다. 그런 것도 영향을 미쳐서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 문화에 뿌리를 둔 플레이어의 사고방식에서 발생하는 차이 같은 것은 없나요?
백영훈 대표: 아, 그런 건 좀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플레이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결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 유저들은 과정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 아, 그거 정말 이해가 되네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할 것 같네요.
백영훈 대표: 역시 '출발선'의 차이로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한 문화이기 때문에 결과를 중시하는 시장 특성이 있고, 일본은 콘솔 게임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플레이의 과정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한국과 일본 플레이어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Q : 온라인 게임이 출발점이라는 것은 '경쟁이 주를 이룬다'는 뜻인가요? MMORPG는 'PvP'라든가 '공성전'이라든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백영훈 대표: 그렇죠.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한 한국은 경쟁이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MMORPG뿐만 아니라 '테트리스'도 서로 경쟁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PC 온라인 게임이 있었어요. 그게 엄청나게 유행했죠.
일본은 콘솔 기반이기 때문에 유저의 입장에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신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사진 출처-에스파 유튜브 채널>'한국'과 '테트리스'라고 하면, 지난해 개봉한 영화 '테트리스' 주제가에 한국 아이돌 그룹 에스파가 참여한 사례가 있다. 옛날을 아는 사람이라면 웃음이 절로 나올 것 같으니 뮤직비디오는 꼭 봐야 한다!
Q : 저도 양국을 다녀왔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아요.
백영훈 대표: 그렇죠. 기본적으로 그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탕에는 이런 시작의 차이와 각각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매우 좋은 질문이었어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시간이 되면 꼭 천천히 이야기해 보고 싶네요(웃음).
Q : 좋아요, 꼭 해봅시다! 아주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있다는 합의가 이루어지면, 결국 온라인게임의 운영 정책이나 이벤트 내용 등의 차이로 나타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가를 넘어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백영훈 대표: 네, 맞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Q :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라'라든가, 최근에는 반다이남코의 '블루 프로토콜' 등 MMORPG 장르의 서비스 자체가 상당히 힘겨워 보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일본을 계속 지켜봐 온 박 대표는 MMORPG가 발달한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의 MMORPG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나요?
백영훈 대표: 대부분의 사람은 'MMORPG'라고 하면 단순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MMORPG 안에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롤플레잉을 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산 MMORPG는 돈이 많이 드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한국산 MMORPG의 특징 중 하나는 일과가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Q : 데일리 퀘스트 같은 거요.
백영훈 대표: 그렇습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돈도 많이 투자해야 하고요. 아까 이야기와 겹치지만,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이런 특징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라비티가 운영하는, 뭐였죠. 꽤 오래된 MMORPG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는 게임인데...
Q : '라그나로크 온라인'?
백영훈 대표: 맞습니다! 그것도 MMORPG 장르지만, 예를 들어 경쟁보다는 커뮤니티 요소가 강합니다. 서로 협력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MMORPG 장르 중에서도 이런 요소가 있다면 일본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 아, 역시 그렇군요.
백영훈 대표: 한국은 플레이어를 모아 다른 길드와 경쟁하는 길드전 같은 콘텐츠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승리하는 것이 재미있죠. 하지만 일본은 경쟁보다 함께 모여서 축제하고, 사진 촬영회를 하는 등 즐길 수 있는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상당히 납득갑니다. '일본인은 PvP를 싫어한다'고 하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화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백영훈 대표: 그렇죠. 예전에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일본 유저들은 레이드로 경쟁하게 해도 레이드를 통해 보스를 쓰러뜨리는 시간으로 경쟁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실제로 경쟁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에서는 타임어택 같은 것은 좀 더 수용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플레이어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FPS 장르는 또 다르지만, 그런 차이를 느꼈죠. 아마 지금도 그런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 한국의 MMORPG는 일본에서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백영훈 대표: 경쟁형 MMORPG가 일본에서 성공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파악한 후 스토리텔링이 있고, 뭔가 협동하는 MMORPG라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게임이 서비스된다면, MMORPG라는 장르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거꾸로 말하면, 한국에서는 그런 것을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네요?
백영훈 대표: 만들 수 없다기보다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 시장이 중심이라 한국 유저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MMORPG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만들지 못하는 것보다는 선택의 폭이 작은 것 같아요.
Q : 그렇군요. 뭐, 그렇다고 특별히 일본 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백영훈 대표: 그렇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선택해야 한다면 국내(한국)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010년 초만 해도 한국 게임이 일본에 진출해서 성공한다거나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였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산 게임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고, 최근에는 시프트업이 개발한 '니케'가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Q : 확실히, 이제는 위화감 없이 들어오고 있네요.
백영훈 대표: 일본 유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장수 MMORPG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현재 한국 회사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일본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 그렇다면 세계로 눈을 돌리면 어떤 느낌일까요?
백영훈 대표: MMORPG는 장르라기보다는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특징에 맞게 개발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높은 과금을 요구하는 것을 지양하고, 협력과 합리적 경쟁이 결합한 MMORPG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일본도 거기까지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봐도 MMORPG는 더 이상 주류 콘텐츠가 아니어서, "이미 움직임이 사라져 버린 건가"하는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어요. 연속으로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의 플레이어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는 것일까요?
백영훈 대표: 이번에도 지난번 이상으로 더 많이 느꼈지만,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타이틀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PC나 콘솔 등 특정 기기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느낌이었고, 게임 내 퀘스트만 해도 PC나 콘솔로 해야만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모바일로 쉽게 상황을 확인해 간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고, 간단한 퀘스트는 모바일로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발전으로 인해 플레이어를 장시간 디스플레이 앞에 묶어두는 일이 없어졌죠. 연속적으로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자주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MMORPG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Q : 결국은 만족도의 문제라는 말씀인가요?
백영훈 대표: 예전처럼 긴 속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체크하고 확인하면서 온라인 세계에서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그런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플레이어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Q : 그게 잘 되면 점점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는 문제도 있겠네요.
백영훈 대표: 그건 너무 과한 거죠(웃음). 온라인에서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게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인이나 카카오 등에서의 채팅도, MMORPG의 게임 내 채팅도 '소셜'의 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마다 만족감이 다르다고 봅니다.
Q : 사실 이번에 인터뷰할 때, 업계 경력이 길고 대표로서 '회사'나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생각보다 게임 이야기를 많이 하실 수 있겠네요.
백영훈 대표: 유저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무엇을 제공해야 만족할 수 있는지, 무엇을 제공해야 즐길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처럼 게임과 관련된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저도 매우 즐겁습니다.
Q : 그런 것을 항상 고민하고 계신 거군요.
백영훈 대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 수 없고, 게임의 가치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스마일게이트가 플레이어와 마켓의 생각에 맞춰야 그 위에서 비로소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게임 프로듀서와 대화하는 느낌마저 들게 하네요.
백영훈 대표: 아뇨, 아뇨(웃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의 고객인 전 세계 유저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철저히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다면 이런 고객 관점을 가진 대표가 이끄는 스마일게이트는 앞으로 어떤 입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인가요?
백영훈 대표: 저는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메가포트 사업부를 총괄하는 대표로서 퍼블리싱과 플랫폼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Q : 부탁드립니다.
백영훈 대표: 첫 번째, 스토브라는 플랫폼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다양한 인디게임, 패키지 게임을 플랫폼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후에도 유저들의 요구가 매우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에, 여러 게임이 스토브를 통해 출시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모든 인디게임들이 스토브에 입점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두 번째, 퍼블리싱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1년, 2년, 3년 후에 어떤 게임이 유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타이틀을 선정할 계획입니다. 그런 게임을 서비스하고, 지속적으로 유저 만족도를 높여 롱런할 수 있는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싶습니다.
Q : 아주 간단하네요.
백영훈 대표: 이 두 가지 축이 모두 중요합니다. 스토브 플랫폼에 많은 타이틀을 유치해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면서, 미래의 플레이어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임을 퍼블리싱해 회사로서 지속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에서의 목표라고 할까요. 달성하고 싶은 것을 말씀드리자면, 일본 고객들이 '스토브'나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아, 그 회사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하고 싶습니다.
Q :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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