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에 이어서
■ 중국 본토 대작에 해가 된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아마 전시회 마련된 대규모 부스 중 하나일 것이다. 부스 디자인도 없고, 퍼포먼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단지, 관람객이 시연할 수 있도록 중앙에 4열의 PC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 첫 공개 시연부터 부스에 긴 줄이 늘어섰다.
그동안 중국 유저들의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 대한 느낌은 미묘했다.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데모 화면을 보고 실제 시연에서는 그렇게 플레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즉, 데모 화면이 너무 과하게 미화됐다며 게임사를 비난했다.
그러나, 여름에 새로운 데모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원작을 전혀 알지 못했던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매우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오프라인 시연 활동도 열리면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보이는 그대로다’라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 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가 과소평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차세대 트리플 A(AAA) 게임으로 인식됐다.
BW에 출전한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시연 후기는 일단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스탬프 미션이나 코스프레 이벤트 위주의 과거 게임 전시회보다 이번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현장 부스는 매우 단순하게 시연이 중심이었다. 20분 동안 게임 시연에만 집중하여 순간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선사했고, 향후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커졌다.
예전에는 해외의 트리플 A 게임만 유저들에게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중국 게임 전시장에서는 거의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중국 본토 트리플 A 게임이 그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 부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기대작인 ‘인피니티 니키’도 시연을 진행했다. 인폴드 게임즈가 제작한 3인칭 오픈월드 드레스업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시리즈의 핵심은 드레스업 메커니즘과 오픈 월드 탐험 요소를 매끄럽게 혼합한 인폴드 게임즈의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인피니티 니키'는 전투의 비중이 크지 않다. 오히려 드레스업 메커니즘과 탐험, 퍼즐 해결 및 요소 수집 등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인폴드 게임즈가 그전에 중국 게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공백이었던 일부 이용자 시장에 깊게 몰두했으며, 이제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
‘어메이징 시선 게임즈(Amazing Seasun Games)'의 최신작 ‘메카 브레이크(Mecha BREAK)' 부스도 있다. 앞서 언급한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부스와 반대로 ‘메카 브레이크’는 이번 전시회에서 그들의 자랑스러운 대형 메카 모형을 다시 한번 꺼냈다.
수많은 코스튬 플레이어가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일단 홍보부터 잘해야 한다는 결심이 눈에 보였다. 어메이징 시선 게임즈도 ‘메카 브레이크’를 ‘세계 최고의 메카 매틀 게임’으로 만들고자 한 기대감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 BW에 출전하지 않은 ‘검은 신화: 오공'은 여러 부스에서 컬래버 이벤트를 진행했다.
현장 시연의 또 다른 의미는 최신의 하드웨어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부스는 이번에 BW 게임 전시관에서 거의 1/3의 면적을 차지했다. 두 개의 전시 공간을 차지한 ASUS는 아마도 전체 행사장에서 가장 큰 전시 업체일 것이다. 자사의 최신 휴대용 콘솔인 ROG Ally X도 공개했다.
스마트폰용 컨트롤러 액세서리, 데스크톱 컴퓨터, 그리고 시청각 장비까지 중국 본토 게임사의 발전에 따라 여러 하드웨어 제조사도 BW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독보적인 하드웨어 기술을 전시하기 위해 나가기 보다는 ‘원스톱' 서비스로 유저들에게 더 많은 솔루션을 제공하여 오프라인 소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 BW에 참가한 하드웨어 제조사는 부스를 대중들이 좋아하는 ‘서브컬처’와 결합해 꾸미는 경향이 높았다.
그전에 중국 유저들이 중국의 게임 전시회를 언급할 때는 부정적인 인상이 많았다. 중국 본토 게임 전시회는 주로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위주로 진행됐다. 다른 말로 ‘진정한 플레이어라면 이런 전시회에 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올해의 BW를 보면 확실한 변화를 볼 수 있다.
중국 트리플A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좋은 시대가 온 것일까? 아니면 중국 하드웨어 업체들의 좋은 발전 기회가 될까,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번 BW를 통해서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볼 수 있었다.
■ 중국의 '서브컬처' 환경
공식 보도를 살펴보면 BW는 여전히 ‘서브컬처' 행사라는 표현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게임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보다 더욱 긍정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서브컬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한테 "왜 현장 곳곳에 기괴한 복장을 하고 다니냐?"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하기도 적합하다.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인 서브컬처의 대표로 볼 수 있지만 디즈니, 마블 등 이런 전통 애니메이션 대표 기업들이 이번 BW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관련 전시장은 끝부분의 8.1 전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전시관은 매우 세심하게 지어졌고, 디즈니랜드와 마블 같은 대형 IP 전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진 곳에 있고 관람객이 드문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관람객 절반은 이곳을 아예 방문한 적이 없는 건 아닐지 의문이 든다.
현재 중국에 소개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빌리빌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올해 BW에서는 빌리빌리가 자체 도입하고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IP를 구석에 배치했다. 주최자인 빌리빌리의 ‘양보’ 제스처를 반영된 셈이다. 이는 현재 빌리빌리 온라인 콘텐츠 운영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일본 게임사 부시로드(Bushiroad)가 이 전시장에서 가장 큰 부스를 보유했으며, 역시 인기도 가장 높았다. 앞에서 언급한 ‘마이고'는 바로 이 회사의 IP로서, 이번 BW에서 현장 이벤트도 많이 진행했다.
그중에 성우들뿐만 아니라 부시로드 사장도 직접 등장했다. 일정이 끝난 후에는 X에 ‘나도 팬이 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모두 ‘서브컬처 대축제’의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반다이, 애니플렉스, 대만 가도카와, 매직 더 개더링과 같이 서브컬처 콘텐츠와 연관성 없는 기업들이 더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현장 인파도 더욱 많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BW가 이러한 해외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더 많이 끌어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그들은 빌리빌리와 비즈니스 충돌이 적고, 대부분 이미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어 전시회에 참여해 제품판매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회 비용과 수익을 고려하면 참여를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중국 ‘게임 전시회’의 특수성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BW의 ‘서브컬처’ 요소는 전시장 중앙 구역을 차지하는 서브컬처 게임들에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
각 부스 현장에서는 다양한 게임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하면서 서로 열정적인 응원을 해준다. 또는 같이 스탬프 미션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과 불처럼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여성향과 남성향 게임 유저들도 같은 공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게임은 다르지만, 이런 오프라인 전시회를 통해서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게임사들도 치열한 온라인 경쟁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미 자체적으로 FES(페스티벌)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게임사들은 BW에서 작은 부스를 빌려 참가하는 것은 효율이 낮다. 게다가 이런 부스는 다른 회사 게임이나 심지어 자사의 다른 게임과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잘못되면, 유저들이 실망감을 느끼고 불만을 표출할 위험도 있다.
반면, 시작 단계에 있거나 운영이 미미한 서브컬처 게임에게 이런 자리는 기회가 된다. 이들 대부분은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유저들의 관심으로 인해 인기 게임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인류의 희비는 결코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바로 서브컬처 게임사들이 겪고 있는 난처한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이는 전통적인 게임 전시회가 겪었던 변화와도 비슷하다. 예컨대 3대 콘솔 기기 브랜드는 더 이상 게임 전시회에 돈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결국 자신들이 직접 전시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렇게 다른 업체들과 비교되는 대신, 자체적으로 행사에 참석하여 유입을 끌어오는 방식이 굳어졌다.
현재 BW가 ‘서브컬처 행사’라고 스스로 정의하지만, 서브컬처에만 의존해서는 답이 없다. 서브컬처라는 레이블을 벗고 진정한 게임 전시회로 거듭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 결말
중국 유저들이 자신들의 도쿄게임쇼, 게임스컴, TGA를 가질 수 있을까? BW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이 생각 자체가 여전히 중국 게임 산업에는 다소 사치스러운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많은 관객이 BW를 포함한 서브컬처 전시회는 일시적으로 현실을 벗어난 환상의 나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시회에서 참가하는 많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BW가 결국 모두가 원하는 게임 전시회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 결국, 부담은 '차이나조이'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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