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빌리(Bilibili)가 주최하는 빌리빌리 월드(Bilibili World, 이하 BW)의 프로토타입은 2016년에 탄생했다. 당시는 사실상 오프라인 공연 행사인 빌리빌리 매크로 링크(Bilibili Macro Link, 이하 BML)의 스핀오프에 불과했다.
당시에 BML을 보러 오는 사람 중에 대다수는 빌리빌리 동영상 플랫폼의 이용자였다. 그들은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았다. 공연을 보기 전에 자발적으로 공연장 앞에서 코스프레, 동호회 모임, 현장 판매 등의 활동을 펼쳤다.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오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그중에는 공연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스폰서로써 빌리빌리는 그렇게 아이디어를 얻어, 행사장 바깥의 공간을 임대하고 여러가지 부스를 설치해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7월 중순에 진행된 탓에 날씨가 매우 더웠다. 상하이 실외에서 BW의 첫 행사는 참가자들에게 거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았다. 그렇게 2년 차에 BW라는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2021년까지 BW는 여전히 BML에 딸린 보조 행사에 가까웠다. BW 행사장 대부분은 빌리빌리 부스들이 차지했고, 제3자 스폰서 부스는 소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으로 넘어가면서 BW는 '상하이 국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문화 엑스포(Shanghai International Digital Entertainment Animation Culture Expo)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행사장 규모도 전보다 더욱 확대되고, 주최자인 빌리빌리의 존재감도 올라가면서 BW는 전문적인 게임 전시회로 변신한다.
올해 BW는 게임 전시 구역이 관람객 입구 옆 두 개 전시장에 마련됐다. 규모도 다른 장르와 비교해 가장 크다.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모인 관람객 수도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성장한 BW는 중국 게임산업이 새로운 발전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 빌리빌리에서 운영하는 게임들
빌리빌리는 자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게임들을 2.1H 구역에 집중 전시했다. 대부분 서비스 기간 5년 이상의 작품이다.
특히, ‘페이트/그랜드 오버'는 빌리빌리의 대표작이다. ‘삼국: 천하제패’(三国:谋定天下)는 빌리빌리에서 개발한 게임 중 시장 반응이 좋았다. ‘헤븐 번즈 레드’(赤焰苍穹)'는 지난 7월 출시했으며, 이미 일본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일본의 '4대 서브컬처 게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빌리빌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쥬 게임즈(Manjuu Games)'의 두 게임 '벽람항로'(빌리빌리 운영)와 판타지 월드 RPG ‘아주르 프로밀리아’도 부스를 전시했다.
빌리빌리에서 단기적으로 큰 인기를 끈 ‘삼국: 천하제패’의 부스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현장 이벤트도 다른 부스보다 소박했다.
‘뱅드림!(BanG Dream!)' 부스는 인기가 높았다. 게임으로만 보면 2019년 출시된 뮤직 모바일게임으로서, 성적은 신통치 않다. 하지만 BW에서 특설 무대를 마련해 일본에서 온 캐릭터 성우들이 매일 무대에 올라 관람객과 소통했다.
같은 IP에서 파생된 애니메이션 ‘마이고(MyGO!!!!!)’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돌 음악 IP로서 ‘러브라이브!’의 영향력과 매력을 크게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 부스가 게임 부스가 아닌 MyGO 팬들이 모이는 장소에 더 가까웠다.
팬과 유저들은 부스 배치에 꽤 놀랐다. 일반적으로 운영사가 자사 제품의 매출 기여도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빌리빌리가 ‘뱅드림!'을 이렇게까지 중시하는 것은 '서브컬처'의 문화적 정서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열린 한 투자자 포럼 회의에서, 빌리빌리의 게임 사업 관련 책임자는 “빌리빌리는 ‘페이트/그랜드 오버와 벽람항로 같은 서브컬처 게임을 서비스할 때, 최소 5년에서 10년 동안 운영한다는 초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 역시 “서브컬처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장기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단히 말하면, “얼마나 많이 버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가느냐”를 더 중시한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 부스를 다시 살펴보면, 이러한 철학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업계와 자본 시장,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유행의 오르내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중국에서 서브컬처에 대한 열정과 이해를 가진 기업이 이런 게임들을 운영한다는 것은 여전히 긍정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 여전히 간을 보는 해외 게임사들
BW에 참가한 해외 게임 업체는 많지 않았고, 단독 부스를 가진 경우도 드물었다. 예컨대 '사이버펑크 2077’은 현장에 시연 부스가 있지만, 사실 ‘컵누들 x 사이버펑크 x U.F.O.’의 컬래버레이션 부스를 홍보한 것이라 게임자체가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다소 의외였던 점은 ‘팰월드’ 측이 BW에서 꽤 규모가 큰 부스를 마련했다는 것. 심지어 캐릭터 인형 퍼레이드까지 준비했다.
‘팰월드’는 초기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한 홍보를 중요시해 왔다. 개발 스튜디오 대표 역시 중국 게임 산업에 큰 관심이 있으며, 이전에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중국에 열 개 이상의 '팰 Like' 모바일 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세가는 BW에 출전한 대형 해외 게임사 중 하나로, 자사의 스튜디오 아틀러스가 지난 10월 11일 출시했던 '메타포: 리판타지오'를 선보였다. ‘페르소나 5’(이하 P5)의 제작진이 개발했으며, 중국 내에서 특별히 홍보를 진행한 것은 P5가 중국에서 가진 강력한 영향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P5를 대표로 하는 페르소나 시리즈는 중국 게이머 수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에 맞물려, 중국에서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 등을 넘어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들에게 ‘JRPG’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통적인 게이머들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일본 게임사들에는 더욱 상상하기 힘든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중국 게이머들이 기여한 판매량과 게임 커뮤니티의 반응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세가가 BW에 기꺼이 참가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또한, 코에이 테크모는 이번 BW에서 참가하지 않았지만, BW에서 지난 10월 24일 출시한 ‘삼국지 8 리메이크’의 출시일을 공개했다. 이른바 BW가 전문 게임 전시회로써 영향력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주중 폴란드 대사관 문화부(The Polish Institute in Beijing)에서 발행한 ‘중국 시장을 위한 게임 개발자 가이드’(Game developer's guide to the Chinese market ——Fundacja Indie Games Polska)에 언급된 바와 같이, 중국 게임 시장은 매우 크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게임에 관한 성별과 나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해외 게임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자사의 게임과 잘 맞을 것 같은 타깃 이용자를 찾을 수 있으며, 일부 해외 개발사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가장 적합한 시장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시각에서 많은 해외 게임사들이 BW에 참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첫째로 해외 게임사들이 BW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즉, 중국 동영상 사이트가 주최하는 오프라인 전시회로서, 실제 게임 위주의 전문 전시회로 인식하기 힘들다는 경향이 있다. 특히, BW의 수용자나 전시회 자체의 영향력, 그리고 전시회의 주최 방식과 홍보 효과에 대해 게임사에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BML과 BW는 니코니코의 오프라인 행사인 ‘니코니코 초회의’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기 때문에 일본 게임사들은 이러한 형태의 활동에 익숙하다. 따라서, 지리적 접근성도 고려해 일본 게임사가 BW에 출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두 번째 이유로 BW가 중국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국제적인 영향력은 아직 부족하다. 특히 해외 게임 매체의 경우, BW에 대한 관심이 낮다. 해외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중국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 홍보가 필요할 때만 BW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게임사들은 빌리빌리가 게임 유통과 미디어 사업을 함께 하는 회사라고 인식한다. 이 때문에 이런 전시회를 열면 '심판이자 플레이어'라는 입장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외 게임사는 물론, 중국 본토 게임사들도 전시회에 참가하기 쉽지 않다. 본토 게임사 간에 경쟁은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면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구역에 부스를 마련하면 어느 쪽이 더 인기가 많은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빌리빌리는 자체적인 게임 사업이 크지 않기에 오히려 본토 게임사에 더 큰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전문적인 게임 전시회로 변신할 수 있도록 기여해 주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BW가 직면한 문제는 아직 많다. 해외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생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BW가 이런 기회를 잡아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게임 전시회로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 상태인 것이다.
-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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