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NEXON'(넥슨)'을 검색하면 서비스 사이트(공식 포털 사이트)가 뜨는데, 거기에는 '온라인 게임은 넥슨(オンラインゲームはネクソン)'이라고 적혀 있다.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지 않게, 넥슨이 만든 '바람의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래픽 MMORPG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무려 1996년 4월에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어 '울티마 온라인'(1997년 9월)보다 오래된 것은 물론, 필자가 처음 플레이했던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MMORPG '메리디안 59'(1996년 9월)보다 빠르다. 최초의 '디아블로'(1996년 12월)보다도 더 오래되었다.
또한, '택티컬 커맨더'. '테일즈위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일본 서비스명 아라드전기)', '카트라이더', '일랜시아', '코룸 온라인', '군주 온라인', '아스가르드' 등등 PC로 온라인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넥슨의 타이틀을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업체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도 '블루 아카이브'는 물론 '데이브 더 다이버', '히트2(일본 서비스명 히트: 더 월드), '퍼스트 디센던트' 등 타이틀의 크고 작음을 불문하고 대히트를 기록한 유명 타이틀이 많다. 객관적으로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회사'임에는 틀림없으며,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2023년 지스타(한국 최대 게임쇼)에 불참했던 넥슨은 2024년에는 초대형 부스를 만들어 3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성대한 행사를 개최했다. 그렇다, 넥슨은 3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30주년 기념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지스타 현장에서 넥슨 대표와 짧게나마 인터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넥슨의 이정헌 대표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자수성가에 성공한 '넥슨맨'이다. 큰 회사라면 '외부에서 돈 계산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 영입하는' 패턴도 흔히 볼 수 있지만, 9천 명이 넘는 규모의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일개 평사원에서 대표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회사는 꽤 드물다.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마 일반적인 사장 인터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담이지만, 온라인 게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넥슨'이라는 회사가 한국 회사라고 생각하겠지만(아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래서 게임업계 사람들은 어느 쪽인지 헷갈리지 않도록 '넥슨 코리아', '넥슨 재팬'이라고 구분해서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뭐, 구분 여부와 상관없이 가끔 어느 쪽 이야기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데, 넥슨이라는 회사는 보통 보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도전을 멈추지 않는' 회사다. 앞서 언급했듯이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운영 중인 온라인게임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인디계 대히트작은 물론이고, 인터뷰 중에 언급했던 'IP의 종적 확장'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넥슨이 여러 번 반복해서 시도해 왔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것도 많지만(메이플스토리 포켓이나 메이플스토리2 등), 그 경험을 살려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다음 손을, 또 다음 손을, 계속 이어간다. 이 도전 정신은 일본 회사에서는, 아니 세계 어느 게임 회사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기 때문에, 대표가 바뀌고 그것이 어떻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넥슨 이정헌 대표이사 - “사장님이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조용하고 확고하면서 강한 의지와 명확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보스 같은 사람이었다. 전통적으로 '다소 진중한 사람'이 사장이 되는 이미지의 넥슨이지만, 이번엔 조금 색을 바꿔 개발자 출신 사장의 왕도 노선을 택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기대된다.
Q :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다른 일로 김용대 대외홍보 부사장을 만났는데,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하길래 “어떤 분이세요?”라고 물었더니 “인생에서 그렇게 똑똑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넥슨 이정헌 대표이사(이하 이정헌 대표): 아뇨, 아뇨. 그건 너무 과분한 칭찬입니다(웃음).
Q : 두 분 모두 넥슨에서 꽤 오래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셨다고요.
이정헌 대표: 그렇죠. 처음 취업한 회사가 넥슨이에요. 넥슨 게임을 좋아해서 꼭 입사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 기회가 닿아 개발자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 입사한 지 몇 년 정도 되셨나요?
이정헌 대표: 그때가 2003년이었죠.
Q : 넥슨의 2003년이라고 하면, '마비노기'가 한창일 때인가요?
이정헌 대표: 그 무렵입니다. 입사하자마자 '마비노기'가 출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Q : 그때부터 계속 같은 회사에 계신 거군요. 게임 업계에서 한 곳에 계속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생각해 보니 한국 게임업계에서 '전 넥슨 출신'이라는 말은 많이 듣지 않는 것 같네요.
이정헌 대표: 그렇습니까? (웃음) 하지만 확실히 저뿐만 아니라 현재 넥슨코리아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강대현 공동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Q : 그래도 신입사원이 대표까지 올라간 건데, 당시에는 지금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했었나요?
이정헌 대표: 아니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입사했을 때는 전 직원을 합쳐도 200명도 안 되는 회사였으니까요.
Q : 그런데 지금은?
이정헌 대표: 지금은 9천 명이 넘으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네요.
Q : 9천 명과 거리가 멀지만, 저도 작은 회사의 사장이기 때문에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지금까지 “이런 회사 그만두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으세요?
이정헌 대표: 아직은 한번도 없습니다(웃음).
Q : 넥슨, 좋은 회사네요.
이정헌 대표: (웃음) 아니 정말로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넥슨에서 보냈습니다.
Q : 그 절반 이상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정헌 대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창기에 내가 입사를 했을 때. 넥슨 직원들은 굉장히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Q : 호기심이라고요?
이정헌 대표: 비즈니스적인 이야기입니다. 매출이 잘될때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의문을 해소하고, 부진할 때도 계속 질문하는 풍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200명 이하였지만, 일반 직원부터 리더까지 모두가 질문을 멈추지 않았어요. 서로 질문을 하면서 생기면 바로 답변을 해주었다. 이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질문에 좋은 대답을 하는 사람보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Q : 그렇군요. “인상 깊었던 사건이 지금의 이 대표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라고 물어볼까 했는데요. 인상 깊었던 사건은 회사의 색깔이었군요.
이정헌 대표: 20년 넘게 한국 게임업계에 몸담아 왔지만, 이렇게 소통이 잘 되는 회사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Q : 이런 흔치 않은 회사를 맡게 되셨는데요. 지난 20년 동안 게임 산업을 지켜보면서 최근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이정헌 대표: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서 여기서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최근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변화를 하나만 말한다면, 제 게임 인생은 어린 시절 패미컴의 일본 게임으로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유저들이 게임을 공급하는 쪽에 맞춰 수동적으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지금은 유저들의 반응이 예전보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래서 유저의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회사, 게임에 반영하지 못하는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Q : '바람의 나라' 시절부터 넥슨을 봐왔고, 넥슨이 온라인게임에 굉장히 능숙한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단 온라인게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게임 개발은 유저의 의견을 너무 많이 들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유저가 생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득뿐이지, 전체의 조화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유저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이정헌 대표: 밸런스라는 것은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가 유저의 목소리를 통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Q : 데이터베이스는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정헌 대표: 조금 개념적인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특정 성향을 가진 유저의 의견만 집중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유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군요. 목소리가 큰 일부 유저의 목소리만 듣지 않는다는 말씀이군요.
이정헌 대표: 그렇죠. 제가 넥슨에 입사했을 때 방금 말씀드린 '바람의나라' 개발 멤버였는데, 당시에는 월 1만 원으로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었어요.
Q : 월정액제 게임이 많았죠, 그립네요.
이정헌 대표: 당시 넥슨은 아직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유저들의 의견을 데이터화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게시판 등 유저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했죠. 물론 그것이 다수의 의견은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용자 전체의 의견을 얻기 위해 넥슨이 데이터 분석에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Q :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란, 예를 들어 플레이 시간이나 과금 액수, 게임 내 스택 위치, 그런 여러 데이터도 포함되는 거죠?
이정헌 대표: 맞습니다. 예를 들면 온라인 RPG의 경우, 플레이 시간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 간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임 내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저, 친구가 많은 유저, 사람들과의 관계의 중심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유저 등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유저들 간의 관계를 하나하나 추적하다 보면 그런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유저들에게 훨씬 더 쾌적한 플레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이 정도 규모의 회사 대표님이라면 기본적으로 숫자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개발에서 올라오신 분이라 조금 다르네요(웃음).
하지만, 그래도 넥슨 스스로는 그다지 강하게 어필하지 않지만,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장기 운영 중인 타이틀이 꽤 많잖아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유저들의 피드백을 잘 흡수하고, 이를 잘 반영해서 더 좋은 순환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인가요?
이정헌 대표: 네 맞습니다. 그러면 '메이플스토리'가 잘하는 것과 '던전앤파이터'가 잘하는 것이 있고, 서로가 쌓아온 노하우는 공유해야만 동반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유저의 동향이나 게임의 대한 기본적인 지표를 추적하는 것, 이것은 회사 내부에서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게임이든 공평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 개발사가 넥슨에 퍼블리싱 권한만 주셔도 그 개발사는 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Q :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네요.
이정헌 대표: 물론 이런 데이터를 열람하고 유저들의 동향을 계속 지켜본다고 해서 모든 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은 재미있는 게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대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진행하는 것이 게임의 성공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 마지막은 다시 기본 이야기로 돌아갔습니다(웃음). 그런데 얼마 전 자본 시장 브리핑의 자료를 한 번 봤는데, 2023년 매출 실적이 4230억 엔(약 4조 원)이고, 이를 2027년에 7500억 엔(약 7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수치가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다소 무리한 목표치라고 생각하는데, 이 성장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정헌 대표: 다른 게임사들도 같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IP가 넥슨 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IP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매출 규모를 더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그 부분은 이해가 갑니다.
이정헌 대표: 예를 들어 '던전앤파이터' 같은 경우 원래 PC로만 출시됐지만, 올해 중국에서 모바일 버전을 출시해 중국 모바일 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Q : 엄청난 수준의 매출을 올렸죠.
이정헌 대표: 또한, 현재 넥슨은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는 많은 IP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게임들의 매출을 잘 성장시키고, 기존의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같이 큰 IP의 잠재력을 가진 다른 IP들을 신작으로 매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횡적 전략과 종적 전략을 균형 있게 병행해 나간다면, 2027년 목표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 가로축(신규 IP 창출)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세로축(IP 확장)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전 세계의 게임사가 도전하고 있지만, 잘 안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정헌 대표: 세로축이란, 예를 들어 '던전앤파이터' 기반의 새로운 게임, 새로운 지역의 진출, 플랫폼 확장 등 IP 포트폴리오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신작을 포함한 이야기입니다.
'던전앤파이터'를 예로 들자면, PC로 서비스하던 타이틀을 모바일로 출시했습니다. 이것이 기존 IP의 새로운 플랫폼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 이번 지스타에도 출전했지만, 도쿄게임쇼 2024에서도 선보였던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은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되는 거죠?
이정헌 대표: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카잔'은 왜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는 전 세계 누적 유저가 8억 5천만 명 이상인데, 인지도는 아시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IP의 대한 인지도를 일본과 유럽,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더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하는게 최적화된 전략이라고 생각해서 채택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IP 신작의 대한 전략을 세울 때 한 타이틀의 성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카잔'은 경우 '던전앤파이터' IP의 인지도를 글로벌에서 높이기 위한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포토폴리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그렇다면, 하나하나의 도전에 세세한 결과를 일일이 따지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씀인가요?
이정헌 대표: 그래서 이번 지스타에 출품한 '프로젝트 오버킬(이하 오버킬)'은 '던전앤파이터' 기반의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있습니다. '오버킬'의 출시 시점은 '카잔' 이후 출시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카잔'이 글로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면, 전 세계 많은 유저들에게 IP를 알리고,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버킬'이 나오게 되므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그렇군요. 도전 그 자체의 큰 그림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이정헌 대표: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적 전략으로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글로벌 원빌드(클라이언트 파일이 전 세계 공통)의 반대되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전부 분리하고, 서버도 분리해서 현지 개발팀을 채용해서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을 하는 것이죠.
Q : 한 바퀴 돌고 돌아온 느낌이네요. 예전에는 많은 온라인게임이 그런 방식이었지만, 한동안 글로벌 원빌드로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온 거죠. 그 방식은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신 건가요?
이정헌 대표: 굉장히 날카롭고 정확한 질문입니다, 제일 고민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비용 문제 때문에 모든 타이틀에서 이 전략을 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것은 경영자의 시각이지만, 그 지역에서 해당 IP가 투자했을 때 수익이 제대로 나오는지에 대한 사전 분석을 철저하게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선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어 '메이플스토리'에서 이 전략을 도입해 1년 반 정도 테스트를 지켜봤습니다. 투자에 비해 몇 배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물론 전체 IP로 확장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성공 사례를 확인했으니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을 강화하고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Q : 그렇군요. 하지만 IP의 전개든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이든, 같은 IP도 만드는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패키지 게임이라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온라인 게임이라면 커뮤니티를 중시해야 하는 등 각각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죠.
각각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넥슨은 그런 모든 방면에서 문제없이 갈 수 있는 회사인가요?
이정헌 대표: 솔직히 말씀드리면, 넥슨은 온라인게임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회사이기 때문에 패키지 게임의 완성도를 일정 기간 최적의 조건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본 게임사들의 사례를 많이 연구하고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투자하면 역량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만 갖추면 온라인게임의 노하우와 융합해서 하이브리드 형태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Q : 한국은 역사적으로 콘솔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발자들도 경험이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쪽으로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정헌 대표: 정말 힘들죠. 존경하는 일본 게임사와 개발자들이 많지만, 일본 패키지 게임의 완성도 마감이라고 할까요. 스토리, 연출, 퀄리티 등등 배울 점이 많아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Q :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와 관련된 부분은 아직은 콘솔 게임 특유의 것이기 때문에 아마 한국 개발자들에게는 그 부분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정헌 대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Q : 한국 게임 업계 전체가 지금 다소 스토리텔링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레드오션에 다들 지쳐서 콘솔 게임으로 제대로 된 타이틀을 만들어 하나의 IP를 완성하는 것이죠. 거기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정헌 대표: 그렇군요. 하지만 넥슨은 콘솔 플랫폼으로의 완벽한 제작 전환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완성된 패키지 게임의 완성도를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로 이식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 그런 쪽의 접근 방식은 확실히 아직 많이 듣지 못했네요.
이정헌 대표: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글로벌로 놓고 보면 규모가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 진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넥슨이 이 부분에서 다른 강력한 콘솔 게임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힘과 융합해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진출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당장의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원래 잘하는 본업인 온라인 게임에서 패키지 게임을 만들면서 배운 것을 융합하면 훨씬 더 IP 확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콘솔 게임의 좋은 점을 모바일이나 온라인게임 등에 잘 녹여낼 수 있다면, 유럽이나 북미 지역 등에도 스마트폰 게임이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정헌 대표: 그렇습니다. 그것이 지금 넥슨이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일본 회사로부터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Q : 넥슨도 일본 외 매출이 97%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더 넓히기 위해 콘솔 노하우를 얻으려는 것은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도 포함해서 앞으로 글로벌 성장을 위해 M&A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요?
이정헌 대표: 물론 중요한 축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회사의 힘으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양한 IP 협업이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Q : M&A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최근 민트로켓의 움직임이 왠지 모르게 '넥슨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헌 대표: 어느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Q : 새롭게 대표가 되셨으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넥슨처럼 큰 회사는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무거울 것 같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죠. 아마 그것을 피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가 민트로켓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것인가요?
이정헌 대표: 정확히 보셨습니다. 종적 전략으로 타이틀을 만드는 프렌차이즈의 개발팀 같은 조 단위가 넘는 굉장히 큰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신중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배로 비유하자면 항공모함을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Q : 그 정도 규모면 살짝 돌아가는 것도 의미가 없겠네요.
이정헌 대표: 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집니다. 그래서, 민트로켓은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선처럼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정말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죠.
Q :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까지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나요?
이정헌 대표: 넥슨코리아의 리소스, 예를 들어 방금 말씀드린 데이터 등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게임에 관해서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저에게 보고는 해줍니다.
Q :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트로켓에서 만든 게임을 타사에서 퍼블리싱할 수 있다"는 발언을 봤는데, 사실인가요? 그렇게까지 독립성이 가질 수 있는 건지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정헌 대표: 그걸 보셨군요(웃음), 맞습니다. 민트로켓이라는 이름은 처음에는 법인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넥슨 안에서 만드는 참신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서브 브랜드의 이름이었습니다. 넥슨보다 더 적합한 퍼블리싱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충분히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블루 아카이브'를 넥슨이 직접 서비스하지 않고, 요스타가 서비스하는 것과 같은 거죠.
Q : 그런데 일본 유저들은 '블루 아카이브'를 요스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정헌 대표: 많은 분에게 사랑받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Q : 정말 상당히 독립적인 권한이네요. 아까 해적선에 비유한 게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심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됩니다. 1조 원 수준의 예산이 투입되는 굉장히 거대한 타이틀이 있고, 민트로켓처럼 시대에 맞춰서 작은 규모의 타이틀을 만드는 회사도 있군요. 그럼, 그룹 내부에서 만드는 타이틀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내부 제작뿐만 아니라 외부 개발사도 함께 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헌 대표: 물론 외부도 포함해 핸들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내부에서 개발 중인 신작을 말씀드리면, 얼리 단계를 포함해 약 15개 정도 있습니다.
Q : 15개라니! 대단하네요. 사실 하나하나 다 듣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일본 유저들에게 알리고 싶은 어필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이정헌 대표: 일본 '메이플스토리'는 작년부터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에 따라 업데이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두셨으면 좋겠고,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은 다른 타이틀에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5년에 출시되는 '카잔'과 '아크 레이더스'는 패키지 게임으로 일본 유저분들도 만족하실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니, 그쪽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업계 종사자로서 닌텐도, 코나미, 스퀘어 에닉스 등 전통적인 일본 게임 회사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된 지금은 더욱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회사와 장기적인 협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함께 부탁드리겠습니다.
Q : 간단하게 일본 게임사와의 협업에 대해 말씀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어디와도 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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