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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리니지 2'는 중단하는 것이 아닌 잠시 쉬는 것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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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카즈히사 편집장

4Gamer에 '리니지 2'의 기사가 처음 게재된 것은 2002년 3월 14일. 2002년과 2003년 도쿄 게임쇼에서 일반 유저들에게도 공개되었고, 2004년 2월 11일, 드디어 일본에서 오픈 베타 테스트(이하 OBT)가 시작되었다.

당시 OBT 등록자 수 11만 명, 동시접속자 2만 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20년 전, 그것도 PC 전용 온라인게임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다만 엔씨재팬은 아직 그렇게 거대한 회사가 아니었다.

오픈 베타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의 아지트전 풍경. 4Gamer에서 '리니지 2'의 타이틀 페이지를 열면 53페이지가 있고, 기사 작성 시점에 무려 1,304건의 기사가 있었다.
오픈 베타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의 아지트전 풍경. 4Gamer에서 '리니지 2'의 타이틀 페이지를 열면 53페이지가 있고, 기사 작성 시점에 무려 1,304건의 기사가 있었다.

전날 자정이 되어 배포된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발견되었다. 13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베타 테스트가 위의 버그 문제로 인해 급하게 15시로 변경되었다. '15시부터'라는 릴리스 시간은 13시 직전에 이루어졌고, 플레이어에게 메일로 통보된 것은 14시였다. 이에 따라 꽤 큰 혼란에 빠졌다.

2월 11일, 이날은 공휴일이어서 4Gamer도 휴일을 반납하고 당시 엔씨재팬에서 리니지 2를 담당하고 있던 Y씨와 연락을 취했는데, 그 대혼란이 어제 일처럼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뭐, 그때는 그런 것도 '매우 즐거운 이벤트'였다. Y씨도 마지막에는 왠지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게임에 로그인해서 기사를 쓰려고 해도, 보통이 아닌 수준의 지연으로 1cm도 움직이지 못했다. 5초 정도 움직였다가 10분 정도 멈춰버리는 그런 초카오스의 상황(아, 즐거웠어요). 결국 10분 간격으로 서버가 다운되어 첫날의 MMORPG 축제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엔씨재팬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고, 엄청난 속도로 서버 증설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OBT 플레이어와 쉬지 않고 플레이하는 그들의 열정에 완전히 패배하여 한동안 그 혼돈은 계속되었다. 그나마 당시 최첨단 그래픽과 방대한 세계관이 코어 게이머들을 완전히 매료시킨 것은 위안이었다.

2004년 5월에 열린 '리니지 2' 정식 서비스 개시 발표회에도 몰래 찾아갔다.
2004년 5월에 열린 '리니지 2' 정식 서비스 개시 발표회에도 몰래 찾아갔다.

'리니지 2'를 전후로 필자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초거물 작사가 선생님(비교적 게이머)과 친해졌는데, 그 선생님도 폐인 플레이를 시작했다. 심지어 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미 시효가 지났을 테니, 아마 글을 써도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유명인들이 몇 명 플레이한다는 소문은 들었다.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리니지 등의 히트작이 있었지만, 여전히 '코어 게이머를 위한 것'이었던 MMORPG 장르가 '한 발짝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리니지 2'(와 파이널 판타지 XI)가 처음이다.

왠지 모르게 모두 중앙에 굳어서 멍하니 서 있다. '왠지 가장자리에 앉으면 떨어진다더라~'라는 말을 듣고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2004년.
왠지 모르게 모두 중앙에 굳어서 멍하니 서 있다. '왠지 가장자리에 앉으면 떨어진다더라~'라는 말을 듣고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2004년.
5주년 당시 프로듀서는 인터뷰에서 '5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평가를 해준 유저와 드워프 소녀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5주년 당시 프로듀서는 인터뷰에서 '5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평가를 해준 유저와 드워프 소녀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런 '리니지 2'가 지난 2024년 출시 20주년을 맞이했다. 2000년에 사이트가 오픈한 4Gamer가 아직 게임 미디어로서는 걸음마 단계였던 시절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도 '리니지 2' 서비스가 계속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랜 전우 같은 느낌이 든다. '오오, 용케 살아남았구나(웃음)' 같은 느낌이다.

카오스 시절의 즐거웠던 MMORPG를 마음껏 구현한 '리니지 2'는 필자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로,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번에 우연히 '리니지 2' 개발진이 새로운 서비스인 '에바 서비스'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타이밍상 이 기사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에바 서비스'의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는 끝났을 것이고, 이미 정보도 나돌고 있을 테니 '에바 서비스'에 대해 캐묻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꿔서 '리니지 2' 자체와 운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평소에는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아요"라고 말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모두 말을 잘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도 모르는 최신 정보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리니지 2'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플레이어 여러분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왼쪽)'리니지 2' 해외기획팀 김근영 팀장. 대학생 시절, '리니지 2' 한국 CBT에 당첨된 것을 계기로 코어 유저로 활동했다. 취업 시즌에 친한 대학 친구가 엔씨소프트에 입사하게 되었고, 그 친구의 권유로 2006년 입사했다. 입사 후 리니지 2의 게임 운영으로 QA와 게임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해외기획팀 리더를 맡고 있다.

(중앙)'리니지 2' 사업실 이인수 실장. 학창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동경하여 2009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했다. 입사 후 '리니지 2'의 게임 마스터 팀에 배치되어 게임 운영, 사업 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첫 업무가 '리니지 2'였고, 현재도 담당하고 있다.

(오른쪽)'리니지 2' 한영훈 개발 실장. 2006년 입사 후 한 번 퇴사했다가 2010년 '리니지 2' 개발실에 있는 친구의 권유로 재입사. 지금까지 '리니지 2'의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듀서를 역임했다. 현재는 '리니지 2' 개발 부서의 수장이 되었다.

Q : 방금 일본에 도착하셨다고 들었는데,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다가 세 분이나 오셨군요! 먼저, 조금 늦었지만, 20주년 축하드립니다.

일동 : 감사합니다.

Q : 사실 4Gamer는 올해 25주년(2000년 8월 사이트 오픈)인데, '리니지 2'는 4Gamer가 태어나서 아직 걸음마를 뗄 무렵에 등장한 타이틀이라서, 왠지 모르게 함께 싸워온 전우 같은 느낌입니다. 일단, 세 분이나 오셨으니 먼저 여러분들이 어떤 분인지 여쭤볼까 합니다.

한영훈 개발 실장
한영훈 개발 실장

한영훈 : 리니지 2 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한영훈이라고 합니다.

Q : 갑자기 대단한 분이 오셨군요. 한영훈 씨는 지금까지 리니지 2와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한영훈 : 2006년에 리니지 2의 스태프로 입사해서 중간에 한 번 떠났다가 2010년에 다시 리니지 2 팀으로 돌아왔습니다.

Q : 간단하게 말씀하셨는데, 리니지 2와 꽤 오랜 인연을 맺은 것 같네요.

한영훈: 아닙니다, 이쪽에 계신 두 사람은 더 오래됐어요(웃음).

Q : 그러면 계속해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인수 실장. '사업담당'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사업실장(Head of Business Group Division)'이다.
이인수 실장. '사업담당'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사업실장(Head of Business Group Division)'이다.

이인수 : 리니지 2의 사업 담당을 맡고 있는 이인수라고 합니다.

Q : 리니지 2에 얼마나 관여하고 계신가요?

이인수 : 2009년에 리니지 2에서 플레이어들의 문의에 대응하는 고객 서비스 담당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GM으로 활동하면서 운영을 거쳐 BM(비즈니스 모델) 콘텐츠와 FQA※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최종적으로는 사업 자체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보통 'FQA'라고 하면 'Functionality Quality Assurance'를 의미하며, 'function'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이 제대로 동작하는지에 대한 품질 관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FQA는 'Fun Quality Assurance'를 의미하며, 실제로 플레이해 보고 정말 재미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QA를 말한다.

Q : 아니, 고객지원에서 GM이 되고, 그대로 다른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은 옛날 MMORPG 직원들의 왕도 출세 패턴이군요.

이인수 : 하하하.

Q :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는 경력이 꽤 오래되셨겠네요. 실례지만, 조금 젊어 보이는데요. 몇 년생 인가요?

이인수 : 1984년생입니다.

Q : 84년생이라고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웃음).

이인수: 감사합니다(웃음).

Q : 다른 두 분은 굉장히 중후하고 'MMORPG의 중진'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뭔가 젊은 사람이 한 명 섞여 있구나,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분, 부탁합니다.

김근영 팀장은 작년에 4Gamer의 인터뷰에 한 번 출연한 적이 있다.
김근영 팀장은 작년에 4Gamer의 인터뷰에 한 번 출연한 적이 있다.

김근영 : 해외기획팀 팀장 김근영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리니지 2를 해외 각국에 서비스하기 위한 현지화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 리니지 2와는 어느 정도 인연이 있으신가요?

김근영 : 저는 2006년에 입사했습니다. 사실 이인수 실장님과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처음에는 GM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리니지 2와 관련된 다양한 팀을 1~2년 단위로 옮겨 다니면서 운영, 고객 서비스, BOT 대응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QA 부서에서 7, 8년 정도 근무했죠. 거기서 개발도 맡았고, 리드 매니저도 맡아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Q : 그럼 2006년부터 계속 리니지 2를 하고 계신 건가요?

김근영 : 네,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리니지 2만 하고 있습니다.

Q :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여러분 같은 경우가 흔한가요?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김근영 : 일반적이지는 않죠. 여기 있는 세 명은 조금 특수한 사례인 것 같습니다(웃음).

Q : 보통은 담당 타이틀은 물론이고 회사도 자주 바뀌는데, 여러분은 계속 리니지 2만 하고 계시는군요.

이인수 : 저희뿐만 아니라 리니지 2는 특히 오랫동안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트 디렉터 같은 경우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Q : 2002년부터라고요?!

 

■ 사랑받지 못하면 혹독한 평가도 받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진짜 인생'을 앞으로도 계속 운영해 나가고 싶다

Q : 순수한 호기심에서 여쭤보는 건데, 질리지 않으시나요?

한영훈 :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그런 순간도 확실히 있습니다.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죠. 그래도 정말 재미있어요. 어쩌면 이것은 사명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 '사명감'이란 어떤 느낌인가요?

한영훈 : 리니지 2가 마치 자식처럼 느껴져, 어떻게든 이 생명을 오래도록 이어 나가고 싶다는 느낌입니다.

Q : (다른 두 분도) 같은 느낌인가요?

김근영 : 네, 그렇죠.

이인수 : 저희도 리니지 2 팀에서 오래 일해왔지만, 플레이어분들도 오랜 기간 플레이하신 분들이 많아서 가끔은 따끔한 말씀도 해주십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애정'이 없으면 들을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Q : 그렇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의견을 말하지 않으니까요.

이인수 : 그래서 역시 플레이어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고,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희와 유저분들의 입장은 다르지만, 각자 리니지 2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이런 소통이 일어나는 거죠.

유저분들 중에는 죽을 때까지 리니지 2를 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신 분도 계시고, 그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정말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김근영 : 그런 플레이어들에게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리니지 2가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취미이기도 하고, 일상의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리니지 2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새로운 즐거움 같은 것을 더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과 함께 계속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Q : 출시 당시 캐치프레이즈가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말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식 서비스 직전에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 캡처. 20년 전이라 해상도가 풀HD의 1/6 수준이라 화면이 작은 것은 양해해 주길 바란다.
정식 서비스 직전에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 캡처. 20년 전이라 해상도가 풀HD의 1/6 수준이라 화면이 작은 것은 양해해 주길 바란다.

일동 : 네, 맞습니다.

Q : 리니지 2를 정말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계시고, 또 여기 계신 분들처럼 리니지 2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죠. 그렇지 않아도 게임은 유행이 심한 산업인데, 그 '이유'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인수 : '잘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고, 리니지 2 팀은 전반적으로 운영 GM 출신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다양한 경력을 거쳐 리니지 2의 사업 자체와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서 운영하는 것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 확실히 GM 출신이 많으면 단순한 비즈니스와는 조금 다른 관점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이인수 :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도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게임 콘텐츠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면 플레이어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GM 출신이 많다는 것은 플레이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점이 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저도 지금까지 MMO를 계속해 왔지만, 우리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잖아요. 자신이 즐겁게 플레이하고 싶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리니지 2의 운영이나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어떤 요령 같은 것이 있나요? '플레이어의 말을 알아듣는 것'과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요.

한영훈 : 말씀하신 대로, 플레이어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많이 고민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도입할 때는 역시 '리니지 2 다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리니지 2다움'이라...

한영훈 : 우선 리니지 2의 개성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리니지 2 답게' 담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변환하고 있습니다.

Q : 지난번 '쓰론 앤 리버티' 인터뷰에서는 'NC다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한영훈 씨가 말하는 '리니지 2 다움'은 무엇일까요?

한영훈 : 어렵네요. 많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Q : 커뮤니티군요. 다른 두 분은 어떤가요?

김근영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게임에서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든, 거기에는 플레이어들 간의 상호작용이 존재합니다. 그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대적인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관계나 입장이든 간에 게임에 애착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그런 상호작용이 또 다른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리니지 2 다움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Q : (이인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시는 얼굴인데요(웃음).

이인수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서로 티격태격하는 분쟁 속에도 즐거운 일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리니지 2'입니다. 미워도 정이 있고, 싫은 일이 있어도 거기서 인연이 생기는 거죠.

Q : 그야말로 '또 하나의 인생'이군요.

이인수 : 그리고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방금 질문하신 플레이어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야기한 것의 표면을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심을 찾아내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의견 뒤에 숨어있는 '진짜 의미'. 즉, 왜 이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단순히 글자를 읽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군요.

이인수 : 예를 들어 '여기가 어렵습니다. 쉽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대로 쉽게 해 주면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버리는 거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쉽게 얻게 되면 재미도 식어버립니다.

그래서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해 보니, 플레이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콘텐츠를 클리어하고 싶은데, 그 콘텐츠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힘들다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면, 클리어할 방법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Q : 좋은 생각이지만,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인수 : 그렇죠. 노력해서 의견을 반영했는데, 플레이어가 '내가 말했는데 전혀 반영하지 않잖아'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웃음).

 

■ 플레이어는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원하는 바를 항상 듣고, 이를 바탕으로 상당히 개선해 나가다

Q : 그런데 여러분은 리니지 2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참여하셨을 텐데,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커뮤니티와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생겼죠. X도 그렇고, 최근에는 디스코드 같은 것도 그렇고요. 개발팀과 플레이어 커뮤니티의 관계는 지난 20년 동안 많이 달라졌나요?

김근영 :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플랫폼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해왔지만, 뭐랄까. 이것은 리니지 2 커뮤니티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폐쇄적인 커뮤니티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Q : 그렇군요. 오히려 그런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군요.

김근영 : 자기들끼리의 유대감을 진심으로 즐기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퍼지지 않고 내적으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외부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공통의 화두를 만들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상을 분배하는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거나, 채팅창에 아이템 옵션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하거나, 뭔가 화제성이 될 만한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Q : 리니지 2는 글로벌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느낌인가요?

김근영 :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등에서는 SNS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과 한국 유저들은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고, 그에 비해 다른 나라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Q : 플레이어의 평균 연령이 그 정도로 차이가 나나요?

김근영 : 네, 평균 10살 정도 차이가 납니다.

Q : 그렇게 많이요? 아시아 쪽은 예전부터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많았던 것 같은데, 폐쇄적인 커뮤니티에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면에 대해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인수 :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한번 혈맹에서 탈퇴한 사람이 유대감을 느끼고 과거의 따뜻함을 떠올렸을 때 다시 같은 커뮤니티로 복귀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반대로 새로 들어온 분들은 기존 커뮤니티에 적응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Q : 뭔가 좀 이해가 되네요. 확실히 그것은 폐쇄적이라는 것과는 상반되는 측면이 있네요.

이인수 : 특히 리니지 2는 온라인 게시판이나 게임 내 채팅을 보면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에서 자기들끼리만 보이는 대화를 엄청나게 많이 나누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Q : 그렇게 커뮤니티를 소중히 여기고,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떤 식으로든 게임 개발이나 운영에 반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플레이어의 의견을 반영해서 게임 시스템이 크게 변경된 사례 같은 게 있나요?

플레이어 커뮤니케이션으로 탄생한 20주년 기념 일본 전용 의상 '엘류트로스 세이버'
플레이어 커뮤니케이션으로 탄생한 20주년 기념 일본 전용 의상 '엘류트로스 세이버'

한영훈 : '이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항상 반영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항상 듣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어가 말한 것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반영을 안 해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희는 항상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Q : 그럼 제가 지금 리니지 2의 핵심 플레이어라고 가정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해야 제 목소리가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을까요?

한영훈 : 루트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내용이 중요합니다. 우선으로 적용해야 할 내용인지, 많은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인지, 그런 것을 보기 때문에 도달하는 경로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Q : 그렇군요. 뭔가 어물쩍 넘어간 것 같은데요(웃음).

이인수 : 조금 비슷한 의견이지만, 의견이 '다양성'을 가졌는지 여부를 비교적 많이 보고 있습니다. 자주 제기되는 사항으로는 '내가 플레이하는 클래스를 강하게 만들어 주세요'라는 의견입니다.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그 클래스가 강해지면 다른 클래스가 상대적으로 약해집니다. 그러면 그 강해진 클래스의 사람만 즐거울 뿐입니다.

Q : MMORPG의 개선 사항에서 정말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인 것 같네요.

이인수 : 그 의견을 반영했을 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지만, 많은 플레이어가 만족하고, 게임의 리듬이 지켜져 게임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런 건 너희들(=운영팀)이 판단할 일이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Q :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하는 거군요. 예전부터 “플레이어의 의견을 듣고 운영합니다!”라는 타이틀이 많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을 묵묵히 계속 해 온 것이 20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비결이 아닐까,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영훈 : 감사합니다.

Q : 지금보다 더 플레이어와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든지, 그런 생각은 하고 계신가요?

김근영 : 플레이어의 목소리를 잘 듣고, 데이터도 제대로 분석해서 좋은 방향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이건 내가 원했던 형태가 아니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업데이트에 앞서 프로듀서 레터 형식으로 도입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담아 더 깊이 있는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

Q : 오오, 그렇군요. 확실히 결정에 이르는 정보가 공개되면 그런 오해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인수 : 한국에서도 2년 전부터 6~7개월에 한 번씩 플레이어 여러분과 진짜 소통하는 생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Q : '진짜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이인수 : 생방송에서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의 전화를 받고, 그 내용에 대해 그 자리에서 답변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리니지 2 테레비 생방송의 인기 코너 '총괄 프로듀서에게 물어보세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Q : 라디오 프로그램 같아서 좋네요.

이인수 : 네(웃음). 유튜브에서 여러분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대답하고 있습니다.

Q : 하지만 그런 '플레이어의 목소리'는 실시간이라 연출이 아닌데, 꽤 부담되지 않습니까?

한영훈 : 장난 아니죠. 그래서, 농담이 아니라 매번 목숨을 걸고 있는 기분입니다(웃음). 등에도 식은땀이 줄줄 흘러요.

Q : 그래도, 전화 방식은 재미있네요.

김근영 :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하려는 것은 아니고, 플레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플레이어 간의 상호 이해를 생각해서 더 좋은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금도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 엔씨소프트 '리니지 2'는 중단하는 것이 아닌 잠시 쉬는 것 (후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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