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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리니지 2'는 중단하는 것이 아닌 잠시 쉬는 것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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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카즈히사 편집장

■ 20년 전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리니지 2의 기본 가치는 계속 지켜나가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Q : 그렇게 다양한 플레이어의 의견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리니지 2의 중심에는 '근간'이 하나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한영훈: '근간'이라면?

Q : “이런 게임이라는 것을 빼서는 안 된다"라는 불문율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이인수 : 아, 말씀하시는 뜻은 대충 알겠습니다.

Q : 예를 들어 요즘 유행처럼 MMO라면 철저하게 방치형 기능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퀘스트가 끝까지 자동으로 종료되는 식이죠.

하지만 리니지 2는 아마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넣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중간을 가로지르는 '근간'에 해당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 분 모두 다른 말씀을 하실 것 같은데, 꼭 순서대로 말씀해 주세요.

한영훈 : 정말 많은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저는 동료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들이 함께 모여서 플레이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항상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김근영 : 저는 역시 커뮤니티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조금 어려운 시대입니다. 또 그것에 집착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개인의 성장이나 사냥 등은 솔로로 즐기고, 공성전이나 혈맹 단위로 움직이는 콘텐츠는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성취하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수 : 리니지 2라는 나무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근간'은 아직 성장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리니지 2는 PVP, PK 등 하드코어한 부분에 많이 포지셔닝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개인의 성장이 더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는 '성장을 더 쉽고 편하게'라는 모토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서 이번 에바 서비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 세 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리니지 2는 20년 전에 출시되었는데, 그 당시가 MMORPG 전성기였기 때문에 그 당시 플레이어의 사상이나 플레이 스타일, 그런 부분을 중시한 설계를 거의 그대로 살려서 20년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지만, 최근에는 그것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꾸려 하고, 크게 움직일 타이밍이 지금이라는 말씀인가요?

한영훈 : 그런 부분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삶도 변했습니다. 20년 전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생활 패턴이 달라졌고,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기 때문에, 편의성을 더 높이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리니지 2의 기본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 근데 그거 듣기만 해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한영훈 : 다들 아시다시피 리니지 2의 게임 내에는 복잡한 요소가 많습니다. 저희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콘텐츠나 시스템을 좀 더 단순화하는 것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Q : 아마 20주년 업데이트 전체. 즉 '에바'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에바 서비스를 포함한 20주년 업데이트의 전체 방침은 방금 들으니 어느 정도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현재, 아니 오래전부터 플레이하고 있는 플레이어와의 불화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한영훈 : 밸런스 같은 문제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Q : 게임적인 의미의 밸런스와는 조금 다릅니다. 리니지 2라는 '근간'을 유지한 채로 업데이트하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리니지 2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업데이트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정적인 부분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혹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금 궁금합니다.

보통의 신작 온라인 게임이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라고 하면 되지만, 리니지 2는 그동안 쌓아온 역사도 다르고, 거기에 있는 플레이어들도 단순히 온라인 게임으로만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영훈 : 확실히 그 부분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에바 서비스의 기본은 다양한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다면 에바 서비스는 이탈한 플레이어의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인가요, 아니면 신규 플레이어를 염두에 둔 것인가요,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한영훈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네요(웃음).

Q : 다행입니다(웃음).

한영훈 : 개인적으로는 휴면 유저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한 번 떠났던 유저가 다시 돌아와서 정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 떠나간 유저들은 아마 할 일이 너무 많고, 규칙이 복잡해서, 혹은 PK에 질렸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을 그만두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없애는 서비스를 지금 만들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한영훈 : 그렇습니다.

이인수 : 과금 모델이 싫어서 떠났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 리니지 2의 경우 저는 '돌아온 휴면 유저'의 입장이지만, 저희같이 예전 플레이어가 돌아와서 "아, 이런 게 있었구나"라는 식으로 그리워할 수 있는 것들이 제대로 남아 있습니까?

한영훈 : 오랜만에 돌아왔을 때 “아직 있었구나!”라고 생각되는 좋은 점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리소스를 활용한 레이드 같은 것이 있겠죠.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리니지 2의 콘텐츠의 꽃은 '공성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과거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많은 플레이어가 좋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데이트하려고 지금 한국에서 먼저 준비 중입니다.

Q : 그렇군요. 이것은 플레이어의 자의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복귀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 그만둔 것은 당연히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고, 그 이유가 개선되었다면 다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돌아갔을 때 너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한영훈 : 알겠습니다. 그래서 정말 어려운 고민인 것 같습니다(웃음).

Q : 하지만 그런 점을 이해해 주시고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 에바 서비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유저층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Pay to Win은 하지 않는다

Q : 이 기사가 나올 즈음에는 아마 일반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도 끝났을 것 같은데, 현재(2025년 3월 10일) '에바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도 사전에 받은 대략적인 자료로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다시 에바 서비스의 큰 특징을 여기서 한번 물어보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김근영 : 에바 서비스는 우리 안에서 제기된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크게 개선되거나 변경됐습니다. 예를 들어 과금 시스템에 대한 불만 등에 대해서도, 에바 서버에서는 게임 내에서 사냥을 통해 획득하는 게임 내 재활용을 통해 모든 아이템과 모든 장비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것이 첫 번째 큰 내용입니다.

Q : 전부요?

김근영 : 네, 전부입니다. 두 번째는 PVP입니다. 강제 PVP나 원치 않는 PVP, 그로 인한 고통과 불만도 있었지만, 지금은 NON-PVP 설정으로 중요 콘텐츠나 원하는 시간에만 PVP를 하거나 요일별, 특정 시간대별로 편의에 따라 직접 PVP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에바 서비스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가장 큰 부분입니다.

Q : 자세한 내용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일단 큰 틀에서 말씀드리자면, 과금 시스템에 대해서는 과금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김근영 : 아니요, 원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웃음). 하지만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열어두겠습니다. 자신이 남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해 과금을 할 수 있겠지만, 과금을 강요하지 않고 가능한 한 게임 내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과금을 유도하거나 과금을 권유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Q : 그렇군요. 확실히 친절하게 느껴지네요.

김근영 :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조금 더 설명하자면, 아까 과금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제한이나 한계가 있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돈을 써서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성장하거나 격차를 벌리기가 어렵습니다. 즉, 과금한다고 해서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며, 절대 Pay to Win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Q : 확실히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돈을 지불한 만큼 강해지거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상품으로서는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한영훈 : 말씀하신 취지는 이해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성장 격차를 어느 정도 제한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돈을 쓰면 끝없이 그 차이가 벌어지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에바 서비스는 그렇지 않고 일정 수준 내에서 플레이어들의 층이 형성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플레이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Q : 그런 이유라면 조금 납득이 갑니다. 그럼, 과금 같은 것은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한영훈 :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 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을 보면서 그때그때 판단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 그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유저층을 형성하기 위해서'인가요?

한영훈 : 그렇습니다. 플레이어의 성장을 보고 타이밍을 봐서 추가 과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너무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 : 저도 서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폐인은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그런 사람들은 다른 서비스를 즐기면 되는 건가요?

한영훈 : 그렇죠. 그런 분들은 현재 서비스 중인 리니지 2의 세 가지 서비스에서 마음껏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인수 : 한국의 경우, 80%의 플레이어가 정기적으로 정해진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고가 상품과는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서비스 콘텐츠가 바뀌면서 그런 모델에 대한 유저들의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그것만 구매해도 자신이 사용하는 캐릭터가 강해지는 느낌을 매달 충분히 얻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과금을 지속하는 것 같습니다.

Q : 그렇다면 이미 근거가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실례했습니다.

이인수 : 아뇨, 아뇨. 그리고 여기서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지금 그 외에 더 과금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디 시스템이나 코스튬 같은 것들 말이죠. 캐릭터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부분도 많이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에바 서비스'의 메인 비주얼은 새로운 종족 하이엘프에서 '스피릿'으로 변경. 이름과 외형 이미지 그대로, 마법 클래스다
'에바 서비스'의 메인 비주얼은 새로운 종족 하이엘프에서 '스피릿'으로 변경. 이름과 외형 이미지 그대로, 마법 클래스다

Q : 오, 외형이 바뀐다는 말씀이군요. 언제부터인가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의 외형만 바뀌는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죠. 지금에서야 솔직히 말하지만, 예전에는 "누가 이런 걸 사나"라고 생각했었죠.

일동 : (웃음)

Q : 하지만 요즘은 이해할 수 있어요. 나도 모르게 사게 되네요.

김근영 : 저도 그랬어요. 어렸을 때는 능력치 등 스펙 위주의 상품에 집중해서 돈을 썼는데, 점점 캐릭터에 애착이 생기면서 외모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외모에 돈을 쓰는 유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Q : 그렇군요.

이인수 : 드레스룸 시스템은 한영훈씨가 예전부터 계획만 가지고 있던 것이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Q : 하지만 예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리니지 2'라고 하면 PK를 통해 서로 죽고 죽이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살벌한 게임이었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나 보네요.

이인수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마음을 지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큰 방향성입니다.

Q : 그렇군요. 함께 나이를 먹은 플레이어로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인수 : 한국이나 일본도 그렇고, 플레이어가 리니지 2와 함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감정을 깎아내거나 피로를 유발하는 그런 것들을 싫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해진 룰 안에서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분쟁 같은 것이 아니라, 사전 준비가 되어 있는 상대와만 전투할 수 있는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김근영 : PK가 없는 리니지 2에서 사냥만 하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무작위로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 이 정도 규모의 게임에서 국가별로 독자적인 사양을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든 일.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김근영 : 그리고 이번 에바 서비스는 무엇보다도 일본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서 넣었습니다.

Q : 오? 그런데 한국 플레이어라고 하면 PK나 PVP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나요?

일동 : (웃음)

Q : 어라? (웃음)

김근영 : 사실 한국에는 그런 설정이 없고, 이번에는 일본을 위해 일본 유저들의 PVP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것이 여러분에게 맞을 것 같아 필드에 No-PK 설정을 넣었습니다.

Q : 그렇다면 PK를 할 수 없는 것은 일본 독자적인 사양인가요?

김근영 :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에바 서비스에서도 PK나 PVP는 정상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Q : 그 외에도 일본 시장만을 위한 독자적인 설정이 있나요?

김근영 :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정말 다양한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할까, 컬쳐라이제이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바 서비스에서는 게임 내 화폐로도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 유저들의 플레이 현황을 분석해 조정한 수치이며, 앞으로도 한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일본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현지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 유저들의 육성 속도에 맞춰 레벨에 따라 필요한 경험치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조건을 데이터로 분석하여 조정할 예정입니다.

Q : 이건 순수한 질문인데, 리니지 2처럼 전 세계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작품에서 독자적인 설정을 만드는 게 굉장히 번거롭지 않나요?

한영훈 : 굉장히 힘들죠.

이인수 : 보이지 않는 일이 보이지 않는 일의 2, 3배 정도 더 많아요.

김근영 : 예를 들어 PK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불만은 역시 일본에서 많이 들어왔는데, 만약 업데이트한 버전을 글로벌에 적용하면 아마 러시아 유저들 사이에서 '왜 이런 업데이트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것 같아요.

나라마다 원하는 것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여러 버전을 관리하게 되고,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Q : '솔직히 부담이 크다'고 인터뷰에서 밝힐 정도로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영훈 :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근영 : 진지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해외 유저들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업데이트하여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매우 행복합니다. 그 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상당히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이인수 :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20년 동안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와 다양한 버전에 맞춰서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이죠.

Q : 아,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웃음).

이인수: 오늘의 메인 주제라고 생각해서요(웃음).

Q : 하지만 그렇다면 각 나라의 요구사항을 수렴하는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네요.

한영훈 : 그렇겠지요.

Q : (김근영을 바라보며) 많이 힘드시죠?

김근영 : 아니, 무리한 의뢰가 너무 많아서요(웃음). 잠깐 '샤인 메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예전에 아라이 토모카즈(리니지 2 일본 총괄 프로듀서)씨가 저녁에 초밥을 사준 적이 있는데, 초밥을 먹다가 문득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일본 총괄 프로듀서 아라이 토모카즈 씨는 일본에서 '리니지 2'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날도 몰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일본 총괄 프로듀서 아라이 토모카즈 씨는 일본에서 '리니지 2'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날도 몰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Q :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겠네요(웃음).

김근영 : 한국에서는 드워프가 그다지 인기 있는 종족이 아닌데, 일본에서는 드워프 여성이 정말 인기가 많다고 하더군요. 더 귀엽게 만든 캐릭터로 새로운 드워프 클래스를 넣으면 일본에서 절대적으로 인기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정말 자신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라이 씨가 "맡겨 달라"고 해서 "OK, 그럼 한국에 가져가서 드워프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에 일제히 반영된 것이 샤인 메이커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퍼블리셔나 해외 지사의 의견을 수렴해서 업데이트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2023년 11월, 드워프 여성 전용으로 추가되는 신규 클래스
2023년 11월, 드워프 여성 전용으로 추가되는 신규 클래스

Q : 한국에서는 드워프가 인기가 없나 보군요.

김근영 : 그렇죠. 그래서, 새로운 클래스로 드워프를 만든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발상'이었지만, 일본이 그렇게까지 말했기에 시행해 보았습니다.

Q :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정리하면, 김근영 씨에게 초밥을 사주면 리니지 2에 새로운 클래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초밥 덕분에 탄생한 샤인 메이커
초밥 덕분에 탄생한 샤인 메이커

김근영 : 그렇군요(웃음). 진지하게 말하자면, 물론 아이디어 자체도 굉장히 훌륭하고, 그 이후에도 일본팀에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새로운 클래스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해 많은 논의의 결과로 탄생한 배경이 있다는 점은 꼭 적어주세요(웃음).

Q : 잘 적어두겠습니다.

이인수 : 초밥을 사달라는 건 아니지만, 올해 연말에도 정말 큰 업데이트가 하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여기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지만, 일본 유저분들이 정말 좋아하실 업데이트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Q : 올해 연말은 아직 멀었는데, 이미 결정된 것이군요.

한영훈 : 네, 연내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Q :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업데이트인가요?

한영훈 : 자신 있습니다.

Q : 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한영훈 : 자, 우선 일본에서 초밥을 먹자(웃음).

Q : 엔씨재팬에서 초밥을 준비해 두어야겠네요(웃음).

 

■ 리니지 2는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 휴면 유저 여러분도 꼭 돌아와 주세요!

Q :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거군요. 각국의 프런트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김근영 : 자랑이긴 하지만, 나라별로 업데이트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Q : 정말 그렇군요. 왜냐하면 세세한 부분들이 매우 다르고, 바이너리 파일 수준에서 전혀 다르잖아요? 상상만 해도 관리하기가 굉장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솔직히 듭니다.

한영훈 : 정말 그렇습니다.

Q : 그런 꾸준한 노력을 통해 리니지 2를 여기까지 운영해 왔고,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했을 때 어떤 전망을 하고 계시는가요?

한영훈 :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해진 방향이나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전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의 기분이나 여러분의 목소리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Q : 확실히 요즘은 기술의 진화를 생각하면 내년의 일조차도 잘 모르겠군요. 반대로 기술 이야기인데, 기술 트렌드 같은 것이 리니지 2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게 꽤 있는 건가요?

한영훈 :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한 마디만 말씀드리면, 우리 게임이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게임 엔진이 상당히 노후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래픽적인 퀄리티가 최근 게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그래픽 포스트 프로세싱이나 새로운 미들웨어 등을 도입하고, 셰이더 모델 3.0과 같은 기술도 지속적으로 도입하여 엔진 내에서 최대한의 그래픽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AI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한영훈 : 예술적인 면에서는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 말씀드릴 수 없네요.

Q : 저는 최근에 리니지 2에서 캐릭터 메이크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구현되어 있다면 죄송하지만, 캐릭터 메이크업에 AI를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인수 : AI 도입이라면?

Q : 캐릭터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통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주 세세한 설정이 가능해져서 솔직히 귀찮아졌어요.

한영훈 : 동의합니다.

Q : 그래서 이미지를 문자로 써서 "이런 건 어때?"라고 AI가 알아서 만들어 주는 캐릭터 메이크업을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검은 머리에 긴 머리, 음영이 있는 멋진 미남'이라고 입력하면 그런 느낌의 캐릭터가 바로 나오는 식이죠.

한영훈 : 저는 직업상 기술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편인데,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면 아트 디렉터가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Q : 그것도 그렇겠군요. 하지만 캐릭터 메이킹은 미적 감각이 없으면 어렵지 않습니까, AI가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을요. 살짝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영훈 : 기억해 두었다가, 우선 초밥부터 먹어보겠습니다(웃음).

Q : 아, 이야기가 돌아왔네요(웃음). 그런데 지금 막 '연말에 좋은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이나 운영 방침, 혹은 중심이 되는 사상 등 지금 당장 들을 수 있는 것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그 정도만 듣고 싶습니다.

한영훈 : 플레이어 여러분이 있기에 리니지 2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오래도록 플레이할 수 있도록 리니지 2를 지키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명을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도 열심히 해 나가고 싶어요.

이인수 :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플레이어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든 과금 모델이든, 플레이어들이 떠나게 된 이유를 개선해 나가면서 서비스를 좋은 방향으로 끌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일회성이 아니라 항상 개선하는 자세로 앞으로 5년, 10년을 계속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김근영 : 플레이어의 만족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진행하고, 소중하게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편집장(주: 필자)님도 지금 리니지 2를 떠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결코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돌아왔을 때 불편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 와, 감사합니다.

김근영 : 리니지 2는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입니다. 꼭 다시 돌아와 주세요.

Q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맥(Mac) 버전도 꼭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일동, “아...”라고 탄식)

Q : 뭔가 지금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네요(웃음).

김근영 : 저도 갖고 싶어요.

Q : 꼭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리니지 2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엔씨재팬은 비교적 사람을 잘 다루는 편이라서 게임이 5주년, 10주년, 15주년을 맞이할 때마다 '편집장님의 코멘트를 부탁합니다'라고 매번 말하더라고요(웃음).

일동 : (웃음)

Q : 그건 사실 즐거운 마음으로 쓸 수 있는 코멘트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미디어가 앞으로도 25주년, 30주년. 계속 리니지 2의 기념일 코멘트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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