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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수상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10년 여정, 뿌듯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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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뮤지컬로 시작하여 글로벌 관람객들을 사로잡은 박천휴 작가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의 영애를 안으며 한국산 창착 뮤지컬의 새역사를 썼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2016년부터 서울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제작한 박천휴 작가가 작사하고 윌 애련슨이 작곡을 맡았다. 초연 이후 큰 인기를 끌면서 앵콜 공연과 글로벌 진출에도 성공해 글로벌 뮤지컬 업계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큰 사랑을 받으며 올해 토니상의 유력한 후보작으로 떠올랐다. 토니상은 1947년 제정된 미국 뮤지컬 및 연극계의 최고 권위 상으로, 2025년 78회째를 맞이했다. 이후 '어쩌면 해피엔딩'은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에 이어 본상 수상에 성공하는 기쁨을 누렸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과 연출상, 음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에 올랐다.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사 NHN링크는 토니상 수상과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10주년 공연을 준비중이며, 오는 10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약 3개월간의 10주년 기념 공연에 나선다.

 

■ 다음은 토니상 수상에 성공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와 진행된 서면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Q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박천휴 작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작품이 글로벌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박천휴 작가: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 애런슨과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원작이 없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온전히 처음부터 만드는 일이 무척 즐겁기도, 두렵기도 했다.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르겠다.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작년 가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해서 다듬으며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게 이유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윌 애런슨 작곡가와의 협업 방식이 궁금하다.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박천휴: 한국에서는 윌을 ‘작곡가’로 호칭하지만, 윌은 지금껏 계속 저와 함께 극작을 해왔다. 미국에서는 저희 둘 다 ‘작가’라고 호칭한다. 음표든 활자든 구분하지 않고 우리는 계속 쓰는 사람이었다. 비록 아이디어는 제가 먼저 생각했지만, 함께 이야기를 짓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고,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해왔다. 

윌 애런슨 작곡가와는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다. 서로의 예술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서로의 일을 구분 짓지 않고 늘 매우 가깝게, 유기적으로 함께 작업해 왔다. 작업을 통해 희노애락을 함께 보내고, 한 작품을 끝냈을 때의 성장도 거의 매 순간 함께해 오고 있다.

Q :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준비했던 부분이 있나? 브로드웨이 공연이 한국 공연과 다른 점은?

박천휴: 한국 공연과 규모가 다른 만큼 연출과 무대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는 반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매우 많은 무대전환과 효과가 쓰인다. 한국보다 배우의 숫자와 오케스트라의 악기 숫자 등이 조금씩 더 늘어났고, 한국버전에는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다.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존재한다. 모두 오랫동안 수정 작업을 거치며,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Q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해외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기억되기를 기대했는가? 기억에 남는 현지 관객이 있다면?

박천휴: 뉴욕에서 먼 도시에 사는 어느 미국인 관객분의 이야기다. 뉴욕으로 혼자 휴가를 오면서 열 개의 공연 티켓을 예매했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다섯 번째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집에 있는 아내가 그립고, 함께 손을 잡고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남은 다섯 개의 공연표를 팔고, 비행기표를 바꾸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아내를 좀 더 일찍 보기 위해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밸런타인 데이 선물로 아내와 함께 뉴욕에 와 다시 이 공연을 함께 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다. 우리에게 직접 쓴 글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으로 느껴졌다.

Q : 토니상 수상 이후 어떤 하루를 보냈나?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상이 박천휴 작가 개인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박천휴: 미국 영화계처럼, 공연계에도 ‘어워즈 시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영화계가 비평가상, 에미와 골든글로브를 거치고 결국 피날레를 오스카 시상식에서 장식하듯, 공연계 또한 비평가상, 드라마 리그와 드라마 데스크를 거쳐 토니 어워즈까지 거의 석 달에 가까운 ‘어워즈 시즌’동안 무수히 많은 행사와 시상식에 참석하며 부지런히 작품을 홍보해야 했다. 

나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으니, 얼굴을 비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다녔다. 그러니, 토니 어워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석 달 동안 뛴 마라톤의 피니시라인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몸도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토니 어워즈에 가면서는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시상식 자체도 레드카펫부터 마지막 작품상 발표까지 총 일곱 시간이 걸렸다. 

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

Q : ‘어쩌면 해피엔딩’, ‘고스트 베이커리’와 같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다. 이유가 있다면?

박천휴: 그저 작가로서 나에게 가장 친숙한 세상과 정서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이유였다. 스물다섯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영어를 할 때 종종 한국식 액센트가 나온다. 뉴욕에 오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와 윌이 만든 ‘일 테노레’의 1930년대, ‘고스트 베이커리’의 1970년대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 해외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의 미국 공연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이 밖에 차기작 소식은? 

박천휴: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 모두 우선 영어로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다.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 등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다. 몇 년 전 이야기를 완성해 놓은 단편영화가 하나 있는데,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공연에 더 몰두하느라 계속 미뤄뒀는데,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Q : 앞으로 한국에서의 신작 등 활동 계획은?

박천휴: 한국에서는 작년에 개막한 신작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재공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더불어 아직 발표가 안 된 TV 드라마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지난해 연출 데뷔작이었던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처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해서 한국 관객분들에게 선보이는 일도 계속하고 싶다.

Q :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어떤 창작자로 남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기 원하는가?

박천휴: 그저 어떠한 이야기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 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다. 제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거의 50:50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이되,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가 있을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

Q : 국내외 무대에서 성공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 창작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박천휴: 공연을 만드는 일은 평균적으로 5년 이상 걸린다. 영화나 드라마 보다도 긴 시간 매달려야 하는 일이다. 반면에,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훨씬 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빠른 성공을 위해 뛰어들기에 좋은 직업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지금 흥행하는 공연들을 교과서처럼 따르기엔 아직 한국 뮤지컬이 산업화한지가 그렇게 길지 않아, 충분한 교과서가 되지 않는것 같다. 창작진들이 쉽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써서, 진정성있는 제작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해야 버틸 수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응원하겠다.

Q : 10월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공연과 달라질 점이 있는지? 작품을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박천휴: 극장이 조금 더 큰 무대로 바뀌면서 시각적인 요소들에 필요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2015년 트라이아웃(시범 공연)으로부터 10주년을 맞는 이번 공연은,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예정이다. 또한 과거에 함께했던 배우분들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가져보고 있다. 이번 10주년 공연이 나와 윌뿐 아니라, 그간 이 작품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분들, 그리고 10년 동안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관객분들 모두에게 행복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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