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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테르비스' 체험기, 탄탄한 기본기와 아쉬운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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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의 서브컬처 게임 '테르비스'는 최초 공개된 이후부터 서브컬처 팬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2024년에는 일본 코믹마켓 여름과 겨울 양쪽 모두 참가해 현지 팬들과 소통하며, 서브컬처의 본고장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한국에서 열린 AGF 2024에서는 실속형 굿즈로 게임을 어필했다.

그렇게 꾸준히 팬층과 공감대를 쌓아온 '테르비스'가 지난 6월 10일, 첫 번째 CBT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스타 2023 첫 공개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수많은 서브컬처 게임이 시장에 등장했다. 과연 '테르비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을까?

 

■ 익숙하지만, 몰입도 높은 이세계 스토리

양궁 선수였던 주인공이 트럭에 치여 이세계 '테르비스'로 넘어간다는 설정 자체는 이미 익숙한 클리셰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니 스토리 전달 방식에서 꽤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구현자가 된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4개의 루체를 찾아야 한다는 목표는 명확하고, 첫 동료들인 레오, 도로시, 세실리아와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특히 스토리 전달에 있어 인게임 구성과 캐릭터 일러스트, 성우 더빙까지 더해져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도적단에게 루체를 도둑맞는 초반 전개부터 새로운 동료 아우렐리아의 합류까지, 예측 가능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가 인상적이다. 스킵 기능을 사용해도 텍스트 요약을 제공하고, 기억보관소에서 지난 스토리를 다시 볼 수 있는 점은 유저 편의성을 잘 고려한 부분이다.

 

■ 다양성을 추구한 캐릭터 구성

'테르비스'가 서브컬처를 표방한다고 해서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레오, 빈센트, 카이, 카리브 등 남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는 단순히 '미소녀 수집' 게임이 아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유저층을 포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캐릭터 상세 화면에서 2D 라이브 기능이 적용된 점은 생동감을 더하며, 전투에서도 2D 일러스트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하지만 캐릭터 성장 시스템은 복잡한 편이다. 기본 레벨업부터 시작해 스킬 레벨업, 장신구 5종 착용, 마력각인 코어 장착, 동일 캐릭터를 통한 진급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등급 시스템도 SR에서 시작해 SSR, UR, LR, 최종 MR까지 단계별로 성장하며, LR에서 신규 일러스트가 개방되고 MR에서는 아티팩트라는 고유 특수능력이 해금된다. 문제는 뽑기로 최대 SSR까지만 획득 가능하고, 개별 SSR 확률이 0.1304%에 천장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많은 서브컬처 게임이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확률은 CBT 기준이라 정식 서비스에는 변동 가능성이 있다.

 

■ 전략적 깊이는 있지만 정적인 전투

전투 시스템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설계되었다. 불, 바람, 땅, 물의 4속성이 서로 상성관계를 이루고, 주인공만 사용할 수 있는 초속성은 모든 속성에 우위를 가진다. 따라서 주인공인 구현자는 꾸준히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군도 RPG의 기본인 탱커, 딜러, 힐러, 서포터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흥미로운 것은 진형 시스템이다. 최대 5명을 전열, 중열, 후열에 배치하는데, 배치에 따라 돌격형, 전술형, 지원형의 진형 버프가 발동된다. 진형은 강화도 가능해서 자주 사용하는 진형을 집중 육성할 수 있다. 

또한 PvE에서만 적용되는 관계 시스템은 천적 관계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이 50% 증감되고, 우호 관계에서는 공격력이 10% 증가한다. 특정 동료 조합으로 발동되는 체인 공격까지 고려하면, 덱 구성에서 생각할 거리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편성 화면에서 이런저런 조합을 시도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동 전투도 매우 편리해서 스킬 사용은 물론 캐릭터간 체인 연계까지 알아서 처리해 준다. 

하지만 전투 자체는 상당히 정적이다. 캐릭터들이 제자리에서만 움직이며, 스페셜 스킬 사용 시에만 애니메이션 컷 신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도다. 전투보다는 편성과 전략 짜기에서 더 재미를 느꼈는데, 이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인다.

 

■ 풍부하지만, 산만한 콘텐츠 구성

'테르비스'는 전투 기반 콘텐츠를 상당히 많이 준비해 두었다. 금서관에서는 캐릭터 레벨업에 필요한 메테르 결정을, 왕가의 보물창고에서는 골드를, 잊혀진 신전에서는 속성별 정수를 획득할 수 있다. 지하 유적에서는 캐릭터를 파견해 탐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재화를 수집하는데, 별다른 조작 없이 배치만 해두면 되어서 편리하다.

강화 시스템도 굉장히 다양하다. 개별 캐릭터 강화는 물론이고, 속성별로 불, 바람, 땅, 물을 통합 강화할 수 있고, 직군별로도 탱커, 딜러, 힐러, 서포터를 한 번에 강화할 수 있다. 진형도 돌격형, 전술형, 지원형으로 나누어 강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다양한 강화 요소는 장기적인 육성 목표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레나는 비동기식 PvP로 공격과 방어 파티를 따로 편성한다. 상대의 전투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승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플래티넘 티어부터는 방어 파티의 일부 캐릭터를 숨길 수 있는 심리전 요소도 있다. 마수의 둥지는 다른 유저와 함께하는 협력 레이드인데, 방을 개설해야 하는 구조라 인원이 적은 CBT 기간에는 참여하기 어려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꿈의 미궁이다. 로그라이크 방식이 더해진 던전 탐험 콘텐츠로, 10명의 동료를 배치하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원하는 루트를 개척해 나간다. 이미 지나간 곳은 되돌아갈 수 없고, 전투 후 체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세 가지 유물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미궁 내에서 효과를 적용받는 로그라이크 방식을 채용했으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지의 길이나 특수한 회복 구간들이 탐험의 재미를 더한다.

 

■ 기술적 한계와 근본적 아쉬움

이번 CBT는 모바일과 PC에서 모두 진행되었는데, 모바일에서의 발열 문제가 심각했다. 그래픽 옵션을 최하로 설정해도 발열이 해결되지 않아서, 정식 출시 전에 반드시 최적화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게임의 정체성이다. '테르비스'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이세계물 서브컬처 수집형 RPG"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2025년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음식에 강력한 한 방의 '킥'이 있듯이, 게임에도 그런 특별함이 필요하다. '테르비스'와 유사한 전투 방식을 보여주는 다른 게임의 경우 '과감한 패배 장면'으로 입소문을 탔던 것처럼, '테르비스'도 유저들에게 어필할 만한 독특한 요소가 필요하다. 현재 완성도는 높지만, 모든 것이 무난하고 그것만으로는 포화 상태인 서브컬처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 

'테르비스'가 첫선을 보인 지스타 2023 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시장에는 정말 많은 서브컬처 게임들이 등장했다. 정식 출시까지 어떤 차별화 요소를 추가할지, 그리고 이 치열한 경쟁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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