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e뉴스

[NDC25] 점프 스케어는 이제 그만, 넥슨 ‘감정을 설계하는 공포 게임의 미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넥슨이 주최하는 게임 산업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이하 NDC)가 지난 24일부터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됐다. 

26일, ‘소름은 끼치게, 상처는 남지 않게 – 공포 게임의 진짜 재미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넥슨코리아 강동섭 UX 분석가, 김윤경 캐릭터 모델러가 세션을 진행했다. 이번 세션은 뇌과학적 연구와 개발 경험을 결합해 공포 게임 UX의 과학적 근거와 실무 개발 경험을 다루었다.

다소 마니아적인 공포 장르와 콘텐츠에 대한 세션으로서,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특성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저를 사로잡는 UX 전략도 제시했다.

‘자극적인 공포 게임, 그게 진짜 재미일까’라는 질문에서 이번 세션을 준비했다는 강동섭 UX 분석가는 공포 게임의 재미에 먼저 집중했다. 1970년대부터 공포 자극 트렌드 변화를 분석했더니, 당시 점프 스케어가 활성화됐고, 2000년에는 액션 호러로의 변화, 2010년은 심리적 압박 공포, 2020년은 사실감 넘치는 공포가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우리가 왜 공포 게임에 무서움을 느끼는지를 뇌과학으로도 분석했다. 뇌의 편도체는 공포 경보 시스템으로, 공포를 느낄 때 활성화되는 기관이다. 섬엽은 혐오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며, 잔인한 것을 보거나 무서운 것을 볼 경우 반응하는 전두엽은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을 억제하고, 합리적 판단으로 공포를 조절한다. 하지만,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공포 조절에 실패해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측좌핵은 성취감을 느끼는 장치로 공포를 극복할 때 희열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기관이다. 도파민 분비와 관련된 영역이다. 

공포 게임을 주로 즐기는 유형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자극을 좋아하는 '아드레날린 중독자형'과 공포를 느끼고, 즐기지는 않지만 극복의지가 있고 성장하려는 '화이트 너클형'이 있다. '다크 코퍼형'은 현실 스트레스나 불안을 공포 콘텐츠를 통해 해소하는 유형으로서, 카타르시스와 개인적 성장 두 가지 효과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공포 게임이라고 무섭게만 만들면 될까. 강동섭 UX 분석가는 이 질문에 공포의 강도와 즐거움의 상관 관계를 제시했다. 천체 물리학에서 나온 골디락스 영역이 있는데,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딱 적절한 난이도와 자극 수준을 말한다. 즉, 공포 강도의 골디락스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골디락스 영역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로 난이도, 공포에 대한 개인별 역치, 협동 플레이 여부 등을 제시했다. 

공포 게임 설계 가이드로는 최적의 공포 자극 타이밍을 설정하는 ‘공포 리듬 설계’, 긍정적 기억으로 남기 위한 ‘긴장-완화 단계에서의 재미’, 최적의 시각적 효과인 ‘공포 크리처 제작 및 연출’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점프 스케어는 자주 넣으면 오히려 공포에 무뎌질 수 있다. 따라서, 약 15분 동안 긴장을 구축하고 이후 최소 1분에서 3분까지 공포 구간을 배치한다. 이를 반복해 공포-이완의 적절한 사이클 설계가 필요하다. 이 방법은 주의력 및 집중력 저하가 패닉으로 이어지고, 이탈 욕구 증가로 이어져 전두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긴장 구축을 위해서는 시점과 사운드, 인터랙션에서 공포 숙련자와 비숙련자에 따라 차이를 둔다. 예컨대 공포 숙력자는 1인칭 시점이 어울리고, 사운드도 정적인 것이 좋다. 반면 비숙련자는 시점을 3인칭으로 유지하고, 익숙한 소리의 변형을 내세운다. 인터랙션은 QTE, 통제권 박탈, 스토리 공백 등으로 채운다. 

공포 유형에는 심리적 긴장과 사실적 묘사를 통한 시청각적 충격의 공포가 있다. 심리적 긴장의 경우 미니게임이나 퍼즐로 도파민 분비 촉진 구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NPC와 대화를 통해 부교감신경 활성화도 가능하다. 이처럼 점프 스케어 외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김윤경 캐릭터 모델러가 ‘공포 크리처 제작 및 연출’에 대해 설명했다. 매력적인 공포 캐릭터는 유저에게 강렬한 인상과 재미를 전해준다. 인체 왜곡, 내러티브를 담은 형체, 섹슈얼리티 공포, 강렬한 첫 인상으로 여운을 남기는 연출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매력적인 크리처를 개발하기 위한 과정에는 1단계 '공포 세계관 및 소재 선정', 2단계 '컨셉 아트 시각화', 3단계 '아트풍에 맞는 모델링', 4단계 '애니메이션 및 연출', 5단계 '애셋 구현 및 적용'으로 이루어진다. 그중 3단계와 4단계가 가장 중요한데, 모델러의 고민이 가장 깊은 구간이라고 한다.

제작을 할 때는 얼마나, 어떻게 무섭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한다. 주로 유저가 공포를 느끼는 요소, 크리처의 강조할 부분, 잔혹함과 고어함의 구분, 피의 사용량에 주의하여 제작한다. 또한, 국가마다 검열이 달라 제작 후에도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 시간이 더 소모되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유발하지 않는 오싹한 크리처를 제작하려면, 조명과 신체 훼손, 피 사용량, 혈색이 가장 중요하다. 조명의 경우 5000~6500K(주광색)으로 설정하면 차가운 느낌을 제공한다. 신체 훼손 범위는 신체 절단이나 내장 노출은 시선을 끄는 효과는 있지만 과함 혐오로 오히려 역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피 사용량은 신체 면적의 약 4~50%가 적당하다. 혈액 사용량에 따른 자극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혈색은 #8B1B19(배경 #2B374F) 정도로 표현한다. 붉은색이 너무 짙어 부담스러우면 채도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재미있는 공포 게임이란 단순히 플레이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오래 도록 남아 공포와 재미가 적절히 남는 감정의 흔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얼마나 무서운 게임을 만들었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그 무서움이 유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가”까지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