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 산업 지식 공유 콘퍼런스인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가 마지막 3일 차로 접어들었다.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는 게인 산업의 다양한 지식을 나누고,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로서 올해는 10개 분야에 49개 세션이 진행된다.
26일에는 ‘오픈 월드 레벨 디자인 시작하기’라는 주제로, 그레이게임즈의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가 오픈 월드 디자인의 정의부터 실제 게임 사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내용을 공유했다.
오픈 월드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탐험하고 목표를 수행하는 가상 세계다. 대표적으로 'GTA 3'를 최초의 오픈 월드 게임이라 말한다고 한다.
좋은 오픈 월드 게임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경험의 밀도와 레벨 디자인에서 판가름 난다. 오픈 월드에서는 밀도에 맞게 흥미지점(POI)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의 밀도가 낮은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할 것이 없고, 반복적인 미션으로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40초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위쳐3를 개발한 CD 프로젝트 레드 개발진들이 “40초 안에 뭔가 있어야 한다”라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뭔가’란 흥미지점, 이벤트, 커뮤니티 등을 말한다. 여러 게임들의 밀도를 보면 최근에 출시한 게임일수록 이런 '40초 법칙'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고 한다.
밀도를 정한 이후에는 밀도를 배치하면서 어떤 이벤트를 진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40초마다 몬스터가 등장하거나, 랜드마크, 마을, 보물상자 등이 발생하면서 흥미지점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 즉, 흥미지점은 플레이어를 유인하는 역할로서, 궁금증과 목적성을 부여한다.
흥미지점은 대형, 중형, 소형으로 분류된다. 대형은 대도시, 성채, 거대 유적지 등을 말한다. 전체 월드에서 랜드마크의 역할도 겸한다. 중형으로는 광산, 마을, 물레방아 등 플레이어가 규모 있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소형은 캠프, 작은 유적, 오두막 집 등 작은 이벤트가 발생하는 장소다.
흥미지점은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흥미지점간의 거리가 중요한데, 이동 속도가 600cm/s라는 가정 하에 약 300미터 마다 흥미지점이 필요하다. 배치를 할 때는 대도시는 중앙, 소도시는 대형과 중형 사이사이에 배치한다. 기본적으로 대형 흥미지점을 먼저 배치해 전체적인 랜드마크를 설정하고, 다음으로 중형과 소형을 배치해 틈틈이 공간을 메운다.
다음 흥미지점이 바로 보인다면 배치나 밀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때는 이동만 해야 하니 지루하고, 공간도 작아 보이며, 최적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조물이나 지형 배치로 다음 흥미지점을 차단하고, S자 길이나 지형의 높낮이를 두는 방법으로 대처한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이 방법을 ‘거절과 보상을 통해 풍부한 공간’ 만들기라 정의했다.
오픈 월드 레벨 디자인을 시작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는 상상에서 시작, 현실에서 시작, 현실을 참고하여 창작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상상에서 시작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제로에서 시작하는 방법으로, 3D 세계를 상상으로 만들어 비현실적인 면을 강조한다.
현실에서 시작할 때는 구글 어스를 참고한다. 역사 기반 게임에서 주로 활용하며, 원하는 크기의 현실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맵이 광활해 밀도가 낮아 흥미로운 경험을 저해한다. 반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해당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맵 전체 스케일을 줄여서 밀도를 높인 케이스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현실을 참고하여 창작하는 방법은 최근 개발되는 오픈 월드 게임에서 주로 사용한다. 현실의 지적도를 참고해 월드를 제작하고, 적절한 흥미지점과 이벤트를 배치한다.
실제 오픈 월드 레벨 디자인을 할 때는 규격을 먼저 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전체 건축물과 게임플레이 규격을 말하는데 건물 높이나, 캐릭터 키 등을 설정되어야 규격에 따라 흥미지점 규모의 설정도 바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실제 사례에서 전체 오픈 월드를 만들 때 현실을 참고하여 창작한 방법을 소개했다. 구글 어스로 실제 존재하는 섬의 일부분을 활용해 게임 내 월드로 구현한 뒤 섬 위쪽은 절벽, 아래쪽은 바다로 분류해 플레이 영역 표시를 한다. 이후 대형, 중형, 소형 흥미지점까지 배치한 후 제작에 돌입해 전투, 탐험, 퀘스트 등을 테스트한다.
랜드매스 플러그인은 언덕이나 산 등의 지형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언리얼 에디터로 흥미지점을 배치하고, 바위와 절벽은 흥미지점의 시야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긴장 곡선을 추적하여 재미를 검증하고, 전체 맵을 완성하는 순서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오픈 월드란 단지 넓은 공간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여정과 감정, 그리고 그들이 겪는 경험을 설계하는 무대라고 강조하면서, 이것을 만드는 레벨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되새기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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