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는 사회에서 전체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주류 문화와 달리 특정하거나 일부 집단이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게임은 물론 애니메이션, 만화, 아이돌, 패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서브컬처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믹월드가 가장 유명하고, 한국에서는 팝콘이나 일러스타 페스, AGF 등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어떤 행사가 가장 유명할까? 바로 ‘빌리빌리 월드’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행사들이 기업이 아닌 행사 자체에 대한 브랜드명을 갖고 있다면, 이 행사는 중국의 동영상 및 게임 제공 업체인 빌리빌리의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애니메이션-만화-게임-소설(ACGN)을 통합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행사로 성장했다.
■ 압도적 규모의 종합 서브컬쳐 행사로 발돋움
2017년 관람객 1만 명을 모은 파일럿 행사로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빌리빌리 월드 2025’는 지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이곳은 아시아에 위치한 전시장 중 2번째로 넓은 곳이며, 2019년에 선전세계전시컨벤션센터가 오픈하기 전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전시장으로 군림해 왔다.
이 행사의 규모는 그야말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수치로 명확하게 제시된다. 이제는 글로벌 최대 게임쇼가 된 독일의 쾰른 메쎄에서 열리는 게임스컴의 전체 행사 면적이 약 23만 제곱미터다. 그리고 작년에 중국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진행된 차이나조이 2024의 전체 행사 면적,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메쎄에서 개최된 도쿄게임쇼의 전체 행사 면적이 약 13만 제곱미터다.
국내 최대 게임쇼를 표방하는 지스타가 부산 벡스코에서 1전시장과 2전시장을 사용하는데, 외부 전시 공간을 합쳐야 겨우 5만 제곱미터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번 빌리빌리 월드가 활용한 공간의 넓이는 무려 24만 제곱미터다. 전년 행사 대비 30% 가량 늘어난 규모다. 하루에 모든 참가 부스를 둘러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거대한 행사인 것이다. 아래 안내도를 보면 굉장히 작게 보이는데,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빌리빌리 측은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 국립전시컨벤션센터 전관을 임대해 사용했다. 그래서 이곳에 7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해 부스를 차렸고, 행사가 열린 3일 간 4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년 행사 대비 60%가 늘어난 규모다.
혹자는 입장객의 숫자가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 행사는 날짜별로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티켓 판매에서 1차 판매분은 35초, 2차 판매분은 6초만에 동이 났다. 또한 입장할 때 신원을 철저하게 대조하는 만큼 실관람 인원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본 기자도 사전 등록을 거쳐 얼굴 및 여권 확인을 수 차례 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번 행사가 ACGN 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각 관을 테마로 나누어 운영했다. 게임관이 전체 8개 관 중 3개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가장 컸으며 2차 창작관, 보드게임관, 버튜버관, 애니메이션관, 크리에이터관, 여성친화 구역 등 유저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는 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는 많은 게임 및 IT, IP 업체들이 참여했다. 그중 대부분은 중국 업체였으며, 한국에서는 크래프톤이 ‘PUBG: 배틀그라운드’와 ‘PUBG: 블라인드스팟’으로 참가했고,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중국 시장에 최초로 공개했다.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로 3년 연속 참여했고,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엄청난 인파를 불러들였다.
또한 네오위즈는 아직 판호를 받지 않은 ‘브라운더스트2’로 부스를 내고 게임 알리기에 나섰고, 빌리빌리가 서비스 예정인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 리바이브’도 부스를 내고 혓바닥이 돌아가는 코미를 앞세워 게임을 알렸다.
그 외에 소니, 유비소프트, 액티비전, 닌텐도, 유비소프트 등 여러 글로벌 게임 업체는 물론 인텔, 레노버, 엔비디아 등 IT 대기업들도 AI 기술 및 게이밍 하드웨어들을 선보였다. 이쯤 되면 게임을 아우르는 종합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줘도 충분해 보였다.
이렇게 여러 업체들이 참여한 행사지만, 빌리빌리 월드는 다른 행사와 달리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로 운영되고 있었다. 단순하게 전시된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과 관련된 여러 행사가 준비되어 참여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띄었다. 특히 개발자가 참여하는 행사에는 많은 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특히 행사에 캐릭터 코스튬을 입고 온 관람객들이 상당히 많았고, 그중에서는 행사를 관람하고 체험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전문 코스어가 행사장에서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공간들을 여기저기에 마련했다.
■ 큰 규모 대비 느껴지는 일부 아쉬움, 더 성장한 행사가 되길
이렇게 대형 행사로 성장한 빌리빌리 월드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었다.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행사의 운영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 입장할 수 있는 입구를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 운영을 했다. 예를 들어 일반 관람객 범주에 해당하는 입장객은 7홀, 초대장 소지자나 VIP는 북쪽 입구, 행사 참가사 및 관계자는 일부 관 사이 통로로 한정했다. 모두 근처가 아닌 반대쪽에 형성된 형태다.
참고로 입장객은 모두 전산으로 조회해 얼굴과 QR코드 확인이 되어야 입장이 가능한 시스템인데, 입구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아예 입장을 시키지 않았다. 행사장 규모가 워낙 큰 만큼 그 출구에 가기 위해서는 1킬로 가까이 걸어가야 한다. 행사 기간 내내 비가 내리다 보니, 관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된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700개가 넘는 부스가 참여했고 행사장의 크기도 컸지만, 엄청난 규모의 관람객이 몰린 만큼 부스와 부스 사이의 관람객 컨트롤을 위한 운영 요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 부스를 제외하고는 운영 요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참가 부스의 무대에서 어떤 행사를 할 경우, 관람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오로지 행사에 집중을 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뿐만 아니라 유명 코스어가 통로에 나타나면 주위에 사람이 몰려들어 함께 셀카를 찍기 위한 군집이 형성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로는 막히게 되고, 그 주위는 인산인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행사장에서는 유독 캐리어와 전동킥보드를 합친 제품을 타는 관람객이나, 코스어를 카트에 태우고 옮기는 사람이 종종 있었는데, 통로가 관람객으로 가득해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각 관의 통로에서는 지정된 흡연구역이 아님에도 여기저기에서 흡연을 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기도 했다. 전체적인 운영과 관람객의 매너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빌리빌리는 ‘빌리빌리 월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내년에 이 행사장 근처에 ‘빌리빌리 월드 파크’(가칭)라는 상설관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 상설관을 통해 연 1백만 명 이상의 관광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빌리빌리 월드가 보다 돋보이는 글로벌 행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주최 측의 깔끔한 운영과 관람객의 올바른 관람 문화가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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