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알케미(Virtual Alchemy)가 개발 중인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Band of Crusaders)'는 14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십자군의 그랜드마스터로서 악마의 군대와 맞서 싸우는 역사와 판타지가 융합된 전략 RPG다. 이 작품은 2025년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 2025'의 엔씨소프트 부스에 전시되었다.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의 특징은 플레이어의 행동과 무관하게 세계가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생동감 있는 세계'라는 개념이다. 도시에서는 경제가 활발히 움직이며, 악마는 점차적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의 혼란이 심화된다. 마치 14세기 유럽이 악마에게 점차적으로 침식당하는 듯한 긴장감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버추얼 알케미의 후베르트 노셰크(Hubert Nosek)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으며 실기 데모를 플레이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그 세부 사항을 알려드리겠다.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의 전투는 일반적인 전략 RPG와 같은 턴제 시스템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슬로우 모션으로 전환되어 전술적 판단을 내릴 시간이 주어진다. 이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해 액션성과 전략성이 융합되어 있다.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는 적의 종류와 지형의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미리보기 화면이 표시된다. 예를 들어 '사냥의 함정'이 설치된 숲 지역에서는 무모하게 돌진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전 정보 수집과 준비가 생사를 가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실제 전투에서는 캐릭터의 배치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폴암을 가진 캐릭터를 적절히 배치하면 한 번에 여러 명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적들도 시너지를 가지고 있어 헬하운드 알파 근처에 있는 헬하운드는 능력이 강화된다. 단순히 강한 캐릭터를 줄지어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 안에는 깊은 전술적 요소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적들도 액티브 어빌리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Feast'라는 어빌리티로 회복을 시도하는 적에게는 회복되기 전에 집중 공격을 가해야 한다. 플레이어 측도 범위 공격인 'Righteous Sweep'이나 스턴 효과가 있는 폭탄 등 다양한 어빌리티를 활용해 전투 상황을 통제해 나가야 한다.
전투 후에는 상세한 요약이 표시되며, 가한 피해, 받은 피해, 블록이나 회피로 인해 ‘무효화된 피해’ 등의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다음 전투를 위해 빌드를 최적화하는 데 귀중한 정보가 된다.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일반적인 RPG와 차별화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스탯이 ‘Constitution(체력)’, ‘Dexterity(기민함)’, 'Strength(힘)'의 3가지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셰크는 “인간이 소중하다는 현실감을 강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Dexterity는 원거리 전투뿐만 아니라 여러 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Strength는 장궁 사용에 필수적이지만 크로스보우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크로스보우는 초반에는 매우 강력하지만, 후반에는 장궁이 더 높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등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다.
각 캐릭터는 고유한 스킬 트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패시브 능력과 액티브 능력을 선택해 성장시켜 나간다. 예를 들어, 범위 공격인 'Cleave'와 높은 피해 및 출혈 효과를 지니지만 아군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는 'Mock'처럼, 위험과 보상을 저울질해야 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신앙(Faith)'이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신앙이 상승하며, 캐릭터가 전투 중 취한 행동이나 랜덤 이벤트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전직 기사, 용병, 농민 등 캐릭터의 배경 설정에 따라 같은 이벤트에서도 반응이 다르다. 손상된 카라반을 돕는지, 약탈하는지 선택할 때, 전직기사는 돕는 것으로 신앙이 상승하지만, 용병은 약탈을 선택해도 신앙이 감소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팀 내 다양한 캐릭터의 동기와 가치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레이어는 십자군의 그랜드마스터로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통합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전투 사이의 기지(캠프) 관리도 중요하다. 워크숍에서는 갑옷 수리를 자동화하거나 수동으로 수리할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다. 의료실에서는 부상당한 캐릭터의 회복을 관리하고, 주방에서는 배고픔 정도를 관리한다. 배고픔 정도는 신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한 자원 관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십자군 숙소에서는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슬롯을 늘리는 등 플레이어의 진행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설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플레이 스타일에 의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도시들은 각각 독특한 경제 상황을 가지고 있다. ‘식량 과다’ 지역에서는 식량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반대로 부족 지역에서는 고가로 거래된다. 이러한 경제 변동은 자동으로 균형을 맞추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물자를 조달할 수 있다.
퀘스트도 다양하며, 호위, 아이템 회수, 적의 토벌 등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모든 퀘스트에 시간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항상 움직이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특정 퀘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상황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정해 행동하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세계의 혼돈(Chaos)'이라는 값이다. 플레이어가 악마를 물리치지 않고 방치하면 혼돈도가 상승하며, 적의 종류나 이벤트, 퀘스트가 변화한다. 혼돈이 진행될수록 게임 전체의 난이도가 상승하며, 결국 게임 오버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화면 상단에는 항상 타이머와 같은 표시가 있으며, 이는 스토리의 진행과 혼돈의 진행도를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 더 강력한 악마가 등장하며, 최종적으로는 주요 보스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데모 플레이에서 보여준 보스 'Beelove'는 정말 악몽 같은 존재였다. '파리의 주인'과 '폭식의 죄'를 결합한 이 보스는 거대한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융합되어 먹어치우는 '폭식'의 개념이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투 중에는 파리를 날려 캐릭터에게 달라붙게 하여 지속적인 피해를 입힌다. 일반적인 전술로는 대응이 어려우며, 특별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밤이나 습지 같은 환경도 전투에 영향을 미친다. 어둠 속에서는 시야가 제한되고, 습지에서는 이동 속도가 감소한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하며, 단순한 힘으로만 승리할 수 없다. 카이트(적을 유인하며 공격하는 기술)나 회피 같은 메커니즘을 활용해 지형과 환경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는 전략 RPG와 샌드박스 요소를 완벽하게 결합한 야심찬 작품이다. 실시간과 슬로우 모션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전투 시스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의 관리,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동감 있는 세계.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플레이어는 마치 '14세기 유럽에서 악마와 싸우는 십자군의 그랜드마스터'로서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발자의 “인간은 소중하다”는 철학이 게임 디자인의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를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선택지는 없으며, 각자의 배경과 가치를 존중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이는 단순한 게임 메커니즘을 넘어 플레이어에게 깊은 생각을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에 보여준 맵은 전체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며, 완성판에서는 더욱 광활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14세기 유럽 전역을 무대로 어떤 성전이 펼쳐질지, 출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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