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트럼프 정권의 활약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진 보수계 활동가이자 변론가였던 찰리 커크(Charlie Kirk)가 대학 캠퍼스에서 총격으로 살해된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지 시간 2025년 9월 12일 체포된 타일러 로빈슨(Tyler Robinson) 용의자가 게이머였다는 사실도 밝혀졌지만, 레딧이나 디스코드 같은 SNS를 활용한 네트워크 문화의 과격화에도 화제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변론가의 암살 사건으로 흔들리는 미국 사회
9월 10일, 미국의 보수계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유타주에 있는 유타밸리 대학에서의 활동 중 사망한 사건이 미국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매년 1만여 건에 달하는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총기 사회인 미국이지만, 제2차 트럼프 행정부의 활약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31세의 변론가 커크가 진보 성향이 강한 22세 학생에게 목숨을 빼앗긴 사건으로, 미국 사회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총기 규제와 LGBTQ 문제, 더 나아가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연관된 네트워크 문화까지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커크는 아직 대학 1학년이던 18세 때 비영리 단체인 TPUSA(Turning Point USA)를 설립하고, 제한된 작은 정부, 시장의 자유 경쟁과 언론의 자유, 그리고 그가 믿는 기독교 교리를 젊은이들에게 계몽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주된 활동 무대는 진보 성향의 대학생들이 많은 대학이었으며, 박수와 야유가 뒤섞이는 가운데 자신의 연설을 한 뒤 청중의 질문을 받아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해 나가는 스타일로 화제가 되었고, 이날도 3천 명의 청중을 모았다.
한편, 로빈슨 용의자는 게이머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팀에서는 'craftin'이라는 핸들명으로 플레이했다. 특히 좋아했던 '씨 오브 시브즈'는 2천 4백시간 이상 플레이를 계속했다고 한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에 남겨진 탄환 하나하나에는 다양한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중에는 ‘파 크라이 6'에서도 사용되었던 반파시즘 찬가인 '벨라 차오, 벨라 차오'와 '헬다이버즈 2'의 폭탄 투하 명령인 ’↑→↓↓↓'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게임이 비판받는 것은 흔한 일이며, 13명의 목숨이 희생된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게임의 폭력적 표현이 미국 의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이번 커크 총격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게이머였다는 점보다 그와 같은 디지털 세대(어릴 때부터 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된 세대)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SNS가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되는 듯하다.
■ 과격화되는 네트워크 문화가 하나의 논점으로
로빈슨 용의자의 출두 후, 그의 고등학교 동창을 자칭하는 인물이 소셜 미디어에 “친한 사이였던 건 아니지만, 그는 '레딧 키드'라고 불렸어”라고 댓글을 남긴 영상을 게시했다. 또한 이 게시자는 “온라인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면 이렇게 되더라. 자신이 믿는 것이 극우나 극좌로 치우쳐 버리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디지털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네티즌이 '누구보다 주목받는 댓글을 남기지 않으면'이라는 강박관념 같은 생각에서인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기 생각을 적어 논란을 일으키거나 타인을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포럼이나 채팅에서 자주 목격한다.
이번 커크 총격 사건에 대해서는,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개발사인 써커 펀치 프로덕션 소속 드류 해리슨 베테랑 아티스트가 로빈슨 용의자 체포 이전에 “범인의 이름이 마리오였다면, 루이지는 형제가 지켜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라고 댓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켰고, 그다음 날 해고됐다.
루이지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캐릭터와 올해 5월 뉴욕에서 보험사 CEO를 총격 살해한 루이지 만지오니(Luigi Mangione) 용의자를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인명이 희생된 사건을 블랙 유머로 삼은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마찬가지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스퀘어에닉스, 게임 워크숍 등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망자를 모독하는 발언을 하는 직원들이 잇따르면서 SNS 커뮤니티는 크게 들끓고 있다.
스팀 핸들명과 동일한 이름으로 레딧과 디스코드에 게시물을 올렸던 로빈슨 용의자의 흔적은 이미 삭제되었으나, 대학 진학 이후 로빈슨 용의자는 SNS에 매우 과격한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참여한 디스코드에는 '커크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를 재미 삼아 논의하는 수십 명 규모의 그룹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FBI 당국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 하원에 속한 감시·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James Comer) 의원이 레딧과 디스코드에 더해 스팀과 트위치의 리더들을 소집하고 있음을 밝혔다. “과격화되는 SNS 상의 댓글”과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dark corners of the internet)에 관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안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장점이기도 하며, '온라인 괴롭힘'이라 불리는 과격한 댓글이 SNS에 넘쳐나는 현상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입장이라도 토론으로 해결한다”라고 말했던 커크가 바라는 바인지는 의문이지만, 그 결말은 게이머 커뮤니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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