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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 스포츠 'FC 26',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사라지는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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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발전이 눈부신 시대지만, 스포츠 게임은 이제 매년 비주얼 향상을 체감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최신 로스터 업데이트를 제외하면 변화의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매년 신작을 내놓는 스포츠 게임의 숙명은 ‘딜레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A와 2K는 매년 넘버링을 붙여 신작을 출시하며, 기존 팬들의 지갑을 꾸준히 열고 있다. 과거 피파와 위닝 일레븐의 경쟁 구도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고, 현재는 EA와 2K가 축구, 야구, 농구 등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자 없는 독주 체제를 형성했다. 이처럼 경쟁 구도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EA는 독자 브랜드 ‘EA 스포츠 FC’를 앞세워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FIFA와의 라이선스 계약 종료 이후 EA는 ‘EA 스포츠 FC’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명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방대한 리그와 선수 라이선스를 유지하며 축구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FC 26’의 핵심 변화는 ‘경쟁’과 ‘현실’이라는 두 가지 모드로 구분된 새로운 프리셋 시스템이다. 최초 실행 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며, 이후 자유롭게 변경할 수도 있다.

‘경쟁’은 기존 FC 시리즈의 클래식한 감각을 유지하며 빠른 템포의 속도감 있는 경기를 선사하고, ‘현실’은 묵직하고 느린 템포를 앞세워 실제 축구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결국 핵심은 아케이드적 재미를 중시하느냐,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을 추구하느냐의 차이지만 게임에서 현실적인 스포츠를 논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그나마 경쟁 모드에서 현실 모드로 전환하거나 반대의 경우에도 경기의 흐름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으며, 현실 모드에서는 실제 축구의 답답하지만 리얼한 템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모드 차이는 슬라이더 설정을 통해 구현됐다. 슈팅, 패스, 부상, 팀 포지셔닝 등 각 요소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현실 모드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고정되어 조정이 불가능하다. 반면, 슬라이더를 직접 조정하면 두 모드의 중간 지점을 찾는 커스텀 플레이도 가능하다.

게임플레이의 체감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드리블과 피지컬이다. 드리블 반응 속도와 정확도가 개선되었고, 몸싸움 판정이 현실적으로 조정되어 체격이 큰 선수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스피드형 선수는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크로스나 코너킥 상황에서의 헤딩슛 성공률도 높아졌다. 발로 마무리하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공중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공격 루트를 구성할 수 있다.

수비 AI의 위치 선정과 협력 움직임 역시 개선되었으며, 골키퍼 반응도 보다 현실적으로 변했다. 다만 경쟁 모드에서는 공격 템포를 살리기 위해 수비 조직력이 다소 낮게 설정되어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인게임 내 선수의 주발과 능력 등급이 상시 표시되어 초보자도 선수의 역량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국내 팬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얼티밋 모드’의 제약이다.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었고, FC 26의 선수팩이 이에 해당함에도 EA는 확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FC 26의 얼티밋 에디션에 포함된 인게임 재화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해당 에디션은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얼티밋 모드 자체도 과금 없이 제한적으로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시리즈에서 자신만의 드림팀을 꾸려오던 유저들에게는 큰 재미 요소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FC 26’은 시리즈의 기반을 흔들지 않는 안정적인 완성도 속에서, 모드 분화와 세밀한 조정 시스템으로 나름의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혁신이라 부를 만한 변주점은 여전히 부족하다.

드리블, AI, 피지컬 개선 등은 분명 진보지만, 매년 반복되는 업데이트의 흐름 속에서 팬들이 체감하는 ‘새로움’의 임팩트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 EA가 축구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지금, 오히려 그 독점적 위치가 변화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쟁과 현실’이라는 이분법적 선택만으로는 장기적인 시리즈 피로도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제는 단순한 정제와 조정보다는, 플레이 경험의 본질을 뒤흔드는 ‘진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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