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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 게임이 전 세계 게임 산업을 더 단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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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사 편집부

이제는 중국 게임이 진정으로 국제 무대에 진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 게임이 업계를 이끌 것 같아요.”

이 말은 얼마 전 도쿄게임쇼(TGS)에서 콜롬비아 출신의 게임 음악 제작자가 내 동료에게 한 감탄이다. 그는 하루 종일 전시회를 돌아다닌 뒤, 분명 일본에서 열린 게임쇼인데도 현장에 있는 게임 중 약 40%가 중국 게임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이 숫자는 착각이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TGS에는 전 세계 1,136개 업체가 참가했고, 그중 중국 업체는 170여 개로 전체의 15%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그런 착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총 4,157개의 부스 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시선을 끄는 곳은 대부분 중국 게임 부스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위치’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정문으로 들어오면 메인 무대를 지나 바로 텐센트의 레벨 인피니트 부스를 마주하게 된다. '몬스터 헌터 아웃랜더스', '델타 포스' 같은 게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다른 이유는 ‘화려한 연출’이다. '명일방주: 엔드필드', '이환', 무한대', '페이트 트리거' 같은 중국산 서브컬처 게임 부스들은 하나같이 장식이 화려하고, 나눠주는 캔버스 가방도 눈에 띄어 전시장 전체를 돌아다니는 광고처럼 보였다.

전시회가 끝난 뒤 지하철 풍경은 더 이상 일본 같지 않았다.
전시회가 끝난 뒤 지하철 풍경은 더 이상 일본 같지 않았다.

넷이즈의 '역수한'도 마치 차이나조이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한 중국풍 부스를 설치했고, 한푸를 입은 수많은 코스프레 모델들이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펼쳤다. 이를 지켜보던 일본 여성 관람객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춘 채 “정말 대단하다”를 연발했다.

귀에 “스고이(すごい)”라는 말만 안 들렸다면, 여기가 중국 게임쇼인지 일본 게임쇼인지 헷갈릴 뻔했다.
귀에 “스고이(すごい)”라는 말만 안 들렸다면, 여기가 중국 게임쇼인지 일본 게임쇼인지 헷갈릴 뻔했다.

이쯤 되면 이런 겉모습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올해 국내외 주요 게임쇼들을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중국 게임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전시 부스를 얼마나 잘 꾸미며, 해외에서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지를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주목하고 싶은 점은, 중국 게임사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공격적인 경쟁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윤활유처럼 작용하면서 이 업계 전반에 전례 없는 협력과 연대를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필자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정상 개최된 TGS(도쿄 게임쇼)에 참가했다.

그때가 첫 TGS 방문이기도 했고, 약간 성지순례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피드백을 받아보니, 중국 게이머들은 한때 E3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 “연례 게임 축제”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예전에는 E3나 TGS를 향한 향수를 가진 게이머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들이 나이를 먹고 열정이나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

둘째,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게임 유저 수는 크게 늘었지만, 오프라인 게임쇼는 같은 이유로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이 새로운 유저들에게 게임쇼, 특히 해외 게임쇼는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존재였고,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사실 그때도 미호요 같은 중국 서브컬처 게임사들이 참가했고, 일반 관람일에는 꽤 인기가 있었지만, 중국에서 이 소식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실 그때도 미호요 같은 중국 서브컬처 게임사들이 참가했고, 일반 관람일에는 꽤 인기가 있었지만, 중국에서 이 소식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게임쇼가 '기록 경신' 중이다. 중국의 빌리빌리월드(BW), 차이나조이, 게임스컴(독일 쾰른), 도쿄 게임쇼까지. 관람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거나, 참가 업체 수가 사상 최대이거나, 혹은 둘 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올해 TGS의 총 관람객 수는 작년보다 적었지만, 이는 티켓 판매로 인원을 제한했기 때문이고, 실제로는 비즈니스 데이 관람객 수가 크게 늘었다. 내년에는 행사 기간도 5일로 늘어날 예정이다.

6월에 일본 업계 관계자들이 BW에 이렇게 많은 사람과 열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는데, 이제는 그들의 TGS 현장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어떤 구역은 사람이 너무 많아 카메라를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구역은 사람이 너무 많아 카메라를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오프라인 관람객뿐만 아니라, 이번 게임쇼에서 진행된 온라인 이벤트의 시청자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샤오홍슈(小红书)에서 “나는 TGS 현장에 있어요”라는 주제만으로도 관련 게시물이 만 개 가까이 올라왔고, 조회수는 200만 회를 넘었다. 이는 3년 전 중국에서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현장 관람객들의 관심사도 각양각색이었다.
현장 관람객들의 관심사도 각양각색이었다.

이런 변화는 다소 급격하게 일어났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전의 여러 산업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이, 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는 무료 모바일 게임 사용자층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는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가 둔화되었고, 전체적인 성장률도 예전만 못했다. 반면 PC와 콘솔 게임 사용자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현상은 보통 게임을 선택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멀티 플랫폼 사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무료 모바일 게임을 통해 게이머가 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제는 PC나 콘솔 게임에도 관심을 갖고, 유료 패키지 게임을 구매해 즐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패스 오브 엑자일 2', '듄: 어웨이크닝',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 '데스 스트랜딩 2' 같은 게임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입소문과 안정적인 유저층을 쌓아왔고, 지난 몇 년간의 준비 끝에 속편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과 판매량을 기록했다.

최근 출시된 '배틀필드 6'는 출시 한 시간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수가 전작의 최고치를 6배나 뛰어넘었다.
최근 출시된 '배틀필드 6'는 출시 한 시간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수가 전작의 최고치를 6배나 뛰어넘었다.

게임 산업 전체가 더 넓은 수용을 받게 되었고, 플레이어들의 관심사도 훨씬 더 다양하고 포용적으로 변했다. 이 새로운 유저들은 패키지 게임을 구매해 즐기면서도 동시에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도 병행해서 즐긴다. 게임에 대한 인식도 '서열' 같은 것이 없고, 단지 콘텐츠가 자신에게 재미있는지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한 명의 게이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출발점이 어디든 결국은 업계 최고 수준이거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게임을 찾게 된다. 그 게임이 어느 나라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게임은 본질적으로 매우 글로벌한 제품이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 자체가 하나의 언어다”라고 말하곤 한다. 문화나 언어가 다른 두 명의 플레이어도 같은 게임을 함께 즐기며 감정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전 세계 게임 산업의 흐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전반적인 관심으로 이어졌고, 오프라인 게임쇼에 직접 참여해 교류하거나 ‘보물찾기’하듯 새로운 게임을 발견하려는 열정으로 발전했다. 이는 글로벌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중국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하나의 사실을 가리킨다. 지금 이 순간, 글로벌 게임 시장이라는 ‘케이크’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해졌고, 기초 기반의 대규모 확장을 마친 뒤,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깊이를 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게임사들 간의 ‘협력과 연대’가 가능해진 기반이다. 좋은 게임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명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유저를 두고 머리를 싸매며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의 시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번 TGS 기간 중, '파이널 판타지 14'와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양방향 컬래버가 발표되면서, 두 게임의 제작자인 요시다 나오키와 츠지모토 료조가 함께 인터뷰에 참석했고, 우리도 초청받아 현장에 있었다. 이렇게 두 명의 유명 제작자가 나란히 인터뷰를 받는 모습은 꽤 드문 일이며, 현장 질의응답도 완전히 자유롭게 진행되어 어떤 질문이든 성실히 답변했다.

왜 이런 컬래버를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두 제작자는 처음엔 “서로 팀끼리 평소에 친하고 자주 같이 던전도 돌다 보니, 그냥 한번 해보자고 했다”는 식의 가벼운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후, 직설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요시다 나오키는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렇게 두 대형 게임이 컬래버하는 건, 업계 분위기를 더 활기차게 만들고 싶어서다. 이런 장면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이 말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이번 컬래버에 참여한 두 게임 모두 이미 활발한 외부 협력을 진행 중이다. '파이널 판타지 14'는 이미 텐센트에 모바일 버전 개발을 맡긴 바 있고, 이번 TGS에서 시연 가능한 '몬스터 헌터: 아웃랜더스' 역시 텐센트가 개발을 맡아 텐센트와 캡콤 부스 양쪽에서 동시에 출전했다.

캡콤은 이 게임을 자사 라이브 방송에도 소개했다.
캡콤은 이 게임을 자사 라이브 방송에도 소개했다.

수년 전 '몬스터 헌터 온라인'이 다소 ‘중국 전용’ 느낌을 풍겼던 것과 달리, 이번에 TGS에 등장한 '몬스터 헌터: 아웃랜더스'는 명백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협력 프로젝트로, 양측의 공동 기대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세가는 퍼펙트월드와 공동 개발한 '페르소나5: 더 팬텀 X'를 위해 전시 부스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고, 일본 유저들을 대상으로 자사 게임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반다이 남코의 '블루 프로토콜' IP를 기반으로, 텐센트 투자사인 상하이 보쿠라가 개발하고 텐센트가 퍼블리싱하는 서브컬처 MMORPG '블루 프로토콜: 스타 레조넌스'는 '블루 프로토콜' 서비스 종료 이후 TGS에 출전하며 일본 시장을 ‘역공’하기 시작했다.

린시 인터랙티브는 코에이 테크모와 협력한 두 작품 '삼국지 진전'과 '노부나가의 야망 진전'을 TGS에 출품했다. 하나는 이미 일본에서 출시되었고, 다른 하나는 현재 사전 예약 중이다.

또한 이번 TGS에 처음 참가한 텐센트의 자체 개발작 '델타 포스'는 코나미와 협력해 '메탈기어 솔리드 Δ 스네이크 이터'와의 컬래버를 중심으로 홍보되었으며, 명백히 일본 현지 유저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뒤쪽에 크게 걸린 스네이크의 전시판을 눈여겨봤을지도 모른다.
뒤쪽에 크게 걸린 스네이크의 전시판을 눈여겨봤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변화는 중국과 해외 게임사, 특히 중일 양국 게임사 간의 협력이 점점 더 평등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중국 게임사가 일본 IP를 구매해 올드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지금은 더 큰 시장을 함께 개척하기 위한 ‘각자의 강점 발휘’에 가까운 협력이다.

물론 이런 협력은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당장 어떤 성과를 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일본 게임 시장은 폐쇄적이고 ‘갈라파고스화’된 성향이 강해 외국 기업이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중국 게임사는 그 벽을 넘었다. 이는 게임 산업이 점점 더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흐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소니의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책임자와의 대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국내외 게임 개발자 간의 교류가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고 밀접하다. 특히 중국에서 대형 패키지 게임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 업계 전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팀이나 개발자는 몇 안 된다. 그래서 SIE 차이나 측에서도 이런 전문가를 찾아서, 인섬니악이나 산타모니카 같은 최상위 스튜디오에서 경험과 해결책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의 4기 시작이 발표되었다.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의 4기 시작이 발표되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고 반신반의했다. 개발 기술이라는 건 개발팀의 핵심 경쟁력인데, 누가 쉽게 남을 도와 기술 문제를 해결해주겠는가? 기술을 빼앗길까 걱정되지 않을까?

하지만 곧 비슷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되었다. 세가 산하의 여러 스튜디오들이 ‘One SEGA’라는 슬로건 아래 기술 교류와 자료 공유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텐센트 게임이 개최한 Family Summit에서는 투자 분야의 기업들이 모여 업계 인사이트와 경험을 공유한다는 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회사의 경영진이나 제작자 본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례들이다.

나는 이것이 게임 산업의 아주 특별한 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이든, 제작 파이프라인이든,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게임의 핵심 창의성과 매력 포인트를 직접적으로 구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업계 종사자들의 태도는 전반적으로 매우 개방적이다.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솔루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고, 서로 도와가며 난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문화가 있기에 GDC 같은 개발자 컨퍼런스가 꾸준히 이어지고, 게임스컴이나 TGS 같은 게임쇼에서도 창작자들을 위한 교류 공간은 언제나 활기를 띤다.

코나미 부스의 뒤편에도 협력 파트너들이 게임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중국산 게임 'Back to the Dawn ~브레이크 더 애니멀 프리즌~'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품이나 IP 차원의 협력보다, 위에서 언급한 이런 ‘수면 아래의 상호 협력’이 더 감동적이고, 더 깊은 영향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슈퍼셀이 2024년에 전년 대비 77%의 수익 성장을 기록한 일이 있다. 이는 그들이 2024년에 단행한 팀 확장 전략과 관련이 깊다. 비하인드에 따르면, 이런 전략적 전환은 텐센트가 슈퍼셀 프로젝트 팀 전체를 선전 본사로 초청해 자사 개발팀과 직접적인 교류를 진행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금 흐름’의 방향이다.

중국에서 설립된 다양한 펀드나 프로젝트. 예를 들어 텐센트의 'TGIF', 하이퍼그리프의 ‘개척심' 같은 프로그램이 전 세계의 소규모 개발팀을 지원하고 있으며, 반대로 '쇼와 아메리칸 스토리'나 'Sword Sage: Awakening' 같은 중국산 프로젝트가 해외 퍼블리셔의 투자를 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투자하기’와 ‘유치하기’가 점점 더 보편적인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몇몇 사례를 직접 목격했는데, 양측이 협력에 나선 이유가 단순한 수익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로 뜻이 맞아, 함께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Sword Sage: Awakening' 은 싱가포르 퍼블리셔 4Divinity의 투자를 받아 게임스컴에 출전했다.
'Sword Sage: Awakening' 은 싱가포르 퍼블리셔 4Divinity의 투자를 받아 게임스컴에 출전했다.

처음에 “중국 게임이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던 해외 업계 관계자도,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오직 중국 게임사만이 ‘모험’을 감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런 관점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대부분이 중국 게임사를 “확실히 돈이 되는 것만 하는” 보수적인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명조', '원신', '이환', '무한대' 같은 중국산 서브컬처 게임들이 이제는 “애니메이션풍 = 일본 게임”이라는 기존 인식을 점차 바꾸고 있다. 이제는 “퀄리티 높은 3D 애니메이션 게임이라면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공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오프라인 게임쇼에 처음 등장한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 부스 앞에는 인파가 몰렸고, 이 게임은 텐센트 산하 신생 스튜디오 Fizzglee Studio가 개발했다.
오프라인 게임쇼에 처음 등장한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 부스 앞에는 인파가 몰렸고, 이 게임은 텐센트 산하 신생 스튜디오 Fizzglee Studio가 개발했다.

FPS 장르를 보면 '발로란트'가 'PC FPS 불모지’라는 일본 시장에서 인상적인 흥행을 기록한 이후, '델타 포스'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페이트 트리거'는 더욱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모두 텐센트 산하에서 개발된 게임이며, 지금까지 일본 FPS 시장을 이처럼 본격적으로 개척하려는 회사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트 트리거'는 TGS에서도 부스를 마련했다.
'페이트 트리거'는 TGS에서도 부스를 마련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이미 닦여진 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 길을 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넓히고 길게 뻗어 나가려는 개척자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그 길을 더 단단하게 다지려는 의지가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자연스럽게 더 많은 추종자들이 따르게 된다.

이런 태도가 중국 게임사를 어디까지 이끌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최근 2년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게임사들의 실적 향상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이다.

대표적인 기업인 텐센트, 퍼펙트월드, 세기화통 등은 모두 재무 보고서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해외 진출'이라는 말조차 잘 쓰지 않게 되었는데, 그 말에는 “국내 먼저, 그 다음 해외”라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은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기획되고 있다.

세기화통 역시 TGS에서 대형 부스를 마련했고, 3D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도 설치했다.
세기화통 역시 TGS에서 대형 부스를 마련했고, 3D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도 설치했다.

'델타 포스', '명조', '러브앤딥스페이스',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같은 프로젝트들은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2~3년 전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이제야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게임쇼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흐름과도 미묘하게 맞물려 있다.

요즘 업계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그때 E3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지금쯤 다시 살아났을지도 몰라”

하지만 현실은 그런 가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현실은 이렇다. 버틴다고 반드시 성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버티지 않으면 성과는 절대 없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종사자의 시각에서 필자가 느낀 '국제적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올해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이나 도쿄 게임쇼에서는, 우리가 일정을 확정하기도 전에 국내외 게임사들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앞서 언급한 요시다 나오키나 '고스트 오브 요테이' 개발 스튜디오의 창립자 같은 해외 유명 제작자뿐만 아니라,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진심으로 “중국 미디어가 꼭 와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연락해온 개발자들도 많았다.

그 결과, 필자와 동료들은 며칠 동안 거의 발을 땅에 붙일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다른 미디어들도 마찬가지였다. 네댓 명을 파견해도 일정 소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10여 년 전 게임 미디어 일을 했던 선배에게 물었다. “그때도 해외 대형 게임사나 인기 게임들이 이렇게 먼저 중국 미디어에 인터뷰 요청을 하곤 했나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일은 없었지”

'풋볼 매니저' 시리즈 개발 스튜디오의 창립자를 인터뷰할 때, 나는 “신작의 AI 활용에 대형 언어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아직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OpenAI와 협력해 가능성을 탐색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이 협력 소식을 아는 미디어는 지금까지 당신들이 처음이에요. 우리도 이 협력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고, 이런 질문을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덧붙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기억이 있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텐센트와 넷이즈가 해외에서 대규모로 투자하거나 스튜디오를 설립했지만, 우리는 중국 미디어로서 그 소식을 대부분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어떤 동료가 대형 게임사의 미디어 담당 부서에 왜 자국 미디어에는 이런 소식을 동시에 공유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차별한 건 아니다. 단지 국내 미디어와 이런 정보 공유 라인을 구축한 적이 없어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 몰랐고, 해외 미디어는 원래부터 그런 채널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중국 게임 미디어는 신문과 잡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만큼 역사가 짧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 게임 산업이 오랫동안 다소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미디어 같은 주변 산업도 제대로 체계화되어 성숙하기 어려웠다. 실시간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것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이런 상황은 지난 2년 사이에 크게 개선되었다. 이제는 중국도 더 빠르게 일차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일본이나 한국의 동료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정보를 확인하거나 보도를 인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는 중국 게임 산업 전체가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몸소 느낀다. 중국 게임 산업의 상하 유통 구조 전체가 지금,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쌍방향’의 자세로 글로벌 게임 산업에 더 밀접하게 융합되고 있으며, 그 흐름은 전 세계 게임 산업을 그 어느 때보다 개방적이고 완전한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하나의 산업이 이렇게까지 건강하고 활발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진심으로, 이 흐름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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