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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아버지, 글렌 스코필드 "아이디어는 게임계의 연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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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노구치 기자

지난 10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게임스컴 아시아 X 태국 게임쇼 2025'에서 '데드 스페이스'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개발을 맡았던 글렌 스코필드(Glen Schofield)가 기조 연설에 나섰다.

“아이디어야말로 게임 업계의 연료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오랜 경력에서 쌓아온 아이디어 창출 기법을 아낌없이 공개함과 동시에,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게임 업계의 재생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글렌 스코필드
글렌 스코필드

강연은 원래 '10가지 기법'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시작하며 “공지에는 10개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9개다. 이건 행사 주최측 탓이 아니라 AI 탓으로 돌리자”고 유머를 곁들여 말했다.

이어 약 1시간 동안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고난도 점프 메커니즘 탄생 비화부터 '데드 스페이스'의 종교적 요소 착상에 이르기까지, 실제 게임 개발에 사용된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하고 구체화되는지 설명했다.

 

■ 게임 산업을 지탱하는 '아이디어'의 힘

스코필드는 먼저, 현장에 모인 개발자, 학생, 팬들을 향해 게임 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럼에도 여러분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게임 산업을, 게임을, 그리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아이디어야말로 게임 업계의 연료다"라며, 그가 강조한 것은 아이디어가 지닌 압도적인 힘이다. 게임 업계는 이제 영화 산업과 음악 산업을 합친 것마저 능가할 규모로 성장했다. 예전에는 영화 라이선스를 사서 게임화하던 업계가, 지금은 반대로 영화 업계가 게임 라이선스를 구매해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이 역전극을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아이디어'라고 그는 말한다.

게임 디렉터로서, 스코필드는 항상 아이디어를 필요로 해왔다. 게임 개발에는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무수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마감 기간 내에 팀과 함께 실현해내기 위해, 그는 독자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수년간 사용해왔다. 이번 강연에서는 그 리스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다만 그는 두 가지 중요한 규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탄생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게임에는 최고의 아이디어만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만약 자신 외의 누군가가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그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것이 팬과 팀에게 최선이라는 의미다.

 

■ 9가지 아이디어 창출법

1. 개인적 발상 시간(Private Ideation Time)

스코필드에게 그림 그리기나 드로잉 같은 예술 활동을 통해 머리를 '사고 모드'로 전환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의 경우 예술을 통해 뇌를 아이디어 창출 모드로 전환한다고 한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개발 당시,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음 '콜 오브 듀티'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에 대한 답으로 즉시 “높이 점프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디어 자체는 단순했지만, 이를 팀 전체가 이해하고 구현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결국 이 하이 점프 메커니즘은 '어드밴스드 워페어'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이후 작품에서도 사용되었다.

2. 개인적인 경험(Personal Experience)

들었던 이야기, 여행 경험, 인생에서 만난 것들. 이런 풍부한 개인적 경험은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그는 말한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에서 스코필드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조지 루카스 감독에게 오마주를 바치기로 했다.

게임 초반, 잠수함이 해저에서 부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장면이지만, 그에게는 '스타워즈'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중요한 연출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은 아이디어들이 장면 전체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간다.

3. 리서치(Research)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가 힘을 주어 말하는 것은 리서치다. '콜 오브 듀티: 월드 워 2'를 위해 그는 3년에 걸쳐 리서치를 진행했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전차나 트럭, 지프 등을 철저히 조사해 그 약점과 장점, 게임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다.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데드 스페이스'에 종교적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개발이 8~10개월 진행된 시점, 그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 고민 끝에 '종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신앙에 기반한 종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까지 6~8주가 걸렸다.

어느 날, 그는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에 관한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 소행성이 공룡 시대를 끝내고 빙하기를 가져왔으며, 인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그것이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마커였다면? 오벨리스크였다면?”

이 발상에서 과학자들이 마커를 땅속에서 발굴해내고, 그것을 인류 창조물로 믿는 자와 의심하는 자로 나뉜다는 설정이 탄생했다. 여기에 신앙이 생겨난다. 이 아이디어는 '데드 스페이스'의 게임성을 크게 바꾸는 요소가 되었다. 그는 이를 '아트 매스(예술적인 수학)'라 부르며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쳐 도달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4.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팀워크의 기본인 브레인스토밍에 대해 그는 중요한 지적을 했다. 회의 진행자는 사전에 리서치를 수행하고 참가자들에게 준비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모여 “오늘 뭐 하는 거지?”라는 상태라면 처음 15분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하던 초기 사진을 보여주며, 그는 보통 자신이 앞에 서서 논의를 이끌지만 때로는 팀원에게 주도권을 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브레인스토밍이야말로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모으는 팀워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5. 장소 방문(Visiting Locations)

조사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느낌'을 얻기 위해 실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의 중요성을 그는 강조한다. 물론 달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드는 경우에는 무리지만, 그와 유사한 장소를 찾을 수는 있다.

'콜 오브 듀티: 월드 워 2' 개발 당시, 스코필드는 모든 설계를 마쳤지만 실제로 그 장소에 가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국 국립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의 큐레이터를 고용해 8~9일간 프랑스, 벨기에, 독일을 순회했다고 한다.

전쟁 후 남겨진 물자와 유물을 직접 보고 텍스처 사진을 촬영했다. “숲을 배경으로 한다면 실제로 숲에 가서 이런 것들을 연구하면 게임에 추가할 수 있는 요소가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6. 전문가와의 협업(Working with Experts)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디어나 수정, 검증을 요청하는 것을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기꺼이 협력해 준다고 한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에서 금문교(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폭파하는 장면을 만들 때, 그는 어떻게 파괴해야 할지 몰랐다. 프로듀서가 은퇴한 교량 검사관을 찾아주었고, 그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문가의 조언은 명확했다. “교각이 아니라 케이블을 파괴해야 한다”라는 조언 덕분에 스코필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탄생했다.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에서는 케이블이 절단되고 거대한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극적으로 묘사된다.

7. 헤드라인에서 얻은 영감(Ripped from the Headlines)

그는 뉴스, 정치, 국제 정세, 비즈니스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자신도 BBC를 자주 시청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보도되지 않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의 시에라리온 레벨을 개발 중이던 그는 모래 폭풍이 동맹군의 작전을 이틀이나 지연시켰다는 기사를 접했다. “모래 폭풍이 군대를 이틀이나 멈췄다고? 이건 게임에 넣어야겠어”라고 생각한 그는 모래 폭풍 요소를 레벨에 도입했다.

플레이어는 처음에는 평상시 상태로 레벨을 플레이한다. 그리고 나중에 같은 장소에 모래 폭풍 속에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같은 맵이지만 게임플레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개발자 관점에서 보면 만든 것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8. 음악과 사운드(Music and Sound)

스코필드는 20년 전 사운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화, 음악, 엔진 소리, 바람 등 항상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데드 스페이스'의 새 트레일러용 곡을 2주 정도 찾고 있던 어느 날, 그가 집에 돌아오자 3살 난 딸이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부르고 있었다. “이거다”는 직감을 느낀 그는 이 동요를 섬뜩한 톤으로 편곡해 호러 트레일러에 사용했다.

또 다른 사례는 소리가 메커니즘 그 자체가 된 경우다. 그와 오디오 디렉터 돈 베카(Don Becka)는 ‘데드 스페이스’ 전체를 통해 긴밀히 협력했다. 어느 날 베카가 “전철에서 창문을 열고 지나가니 끔찍한 소리가 났다”고 보고해왔다. 스코필드는 즉시 “녹음해라”고 지시했고, 다음날 베카는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녹음해왔다.

이 소리는 게임 내에서 진공 상태에서 탈출할 때의 소리로 사용되었다. 테스터들은 이 소리에 매우 공포를 느끼며 효과적인 메커니즘이 되었다. 그는 이후 다른 게임에서도 작은 공간에서 유사한 기법을 여러 번 사용했다고 한다.

9. AI 활용 (Using AI)

스코필드가 “새로운 기법”으로 꼽은 것이 AI다. 그는 챗GPT를 2년 이상, 미드저니(Midjourney) 등도 포함해 AI 도구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는 우리의 대체물이 아니라, 우리를 더 빠르고, 더 좋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다. 그는 챗GPT를 브레인스토밍 상대로 활용하며,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스토리의 절반을 제시하고 “어디에 결함이 있는지” 묻거나, 기발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대화마다 이름을 붙여 나중에 참조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미드저니에 대해서는 장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시각화 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날 아트 디렉터에게 제시할 장면이 있는데, 그것을 눈 속에 할지 밤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변형을 만들어 비교한다. 완성된 컨셉 아트까지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아트 디렉터는 팀을 움직일 수 있다. 

"글렌, 당신은 컨셉 아티스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게 아니냐?"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명확히 답한다. "게임을 만들면서 컨셉 아트까지 직접 한다고 생각하나? 그럴 시간이 없다"고. AI를 사용해 버튼만 누르면 좋은 게임이 나온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그는 강조한다.

AI는 디렉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작가, 엔지니어, 마케팅, 경영진,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용해 보길 바란다, 실험해 보길 바란다, 성장하길 바란다"고 그는 호소한다. 지난 2년간 AI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지켜본 그는 항상 최신 정보를 쫓고 있다고 말한다.

AI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밀어붙이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장면 아이디어가 있을 때 “전체를 불길에 휩싸이면 어떨까?” 같은 미친 짓을 시도해본다. 그러다 가끔 “이 불길 아이디어는 괜찮다”는 발견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을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창의성의 불꽃은 여전히 우리에게서 나온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더 빠르고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 게임 산업 재생을 위한 세 가지 제안

아이디어 창출 기법을 소개한 후, 스코필드는 어조를 바꾸어 게임 업계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라고 전제하며,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게임 업계는 지금 망가져 있다. 무너지고, 상처 입었다. 개발자들은 지난 2년간 가혹한 상황을 견뎌왔다. 우리는 업계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부정적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는 업계를 재생시키기 위한 세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1. AI 교육의 즉각적인 시작

경영진, 오너, 모든 책임자에게 그는 “즉시 직원 대상 AI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경쟁사를 신경 쓰지 말고 업계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EA든 액티비전이든 상관없다.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협력하여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AI는 다음의 큰 기술적 도약이며, PC, 인터넷,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물결을 창출할 것이다. 지금 AI를 배우고 실험하는 이들이 업계에 필수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2. 투자의 재개와 적절한 인재 배치

“자, 투자자 여러분, 경영진 여러분, 이 광기를 멈추자”며, 그는 호소했다. 200만 달러나 800만 달러로 AAA급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

업계에 자금을 되돌려야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인재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이다. 그가 목격한 사례 중에는 매우 우수한 인재임에도 게임 디렉터를 맡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프로젝트가 맡겨진 경우도 있었다.

“창의적인 인물을 최상위에 두고 그 주변에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체제다. 그 자신도 현재 스튜디오 운영에서 98%를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고품질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재에게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업계는 확실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3. E3의 부활

“E3를 부활시켜 주길 바란다”. 그의 세 번째 제안은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E3는 가장 위대한 행사였다. 내가 참가한 모든 E3는 내 게임을 더 나아지게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ROI(투자 대비 효과)를 수식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E3에 참가할 때마다 게임은 확실히 좋아졌다.

동료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메커니즘이 공유되었다. 기업들이 E3 외부에서 독자적인 이벤트를 개최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업계의 분열을 예감했다. 그리고 실제로 E3는 종말을 맞이했다. “나는 그 독자 이벤트들을 보이콧했다. 업계가 협력하여 일하기보다 분열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제안, 특히 처음 두 가지가 실행된다면 현재 실직 상태인 우수한 개발자들이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두뇌 유출(Brain Drain)”을 막고 업계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큰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는 그런 전망을 그려 보였다.

강연의 마무리로, 스코필드는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다. 역사가 보여주듯, 모든 큰 기술적 도약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 기회, 전문 분야를 창출해왔다.

“(AI로 인해) 일부 직업은 변화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이, 수백만 개의 새로운 직업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창출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AI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그 물결을 탈 수 있다.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터로서,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AI 도구를 배움으로써 더 잘,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자신을 필수적인 존재로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지금 AI를 배우기 시작하면 1년이나 2년 후에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사이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업계 전체의 훈련을 제안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디어야말로 업계의 생명선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AI 시대에도 인간에게서 계속 탄생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그리고 다가올 시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것이 될 것이다. 차세대, 여러분 세대에는 정말 강력한 도구가 주어질 것이다”

강연 후 Q&A 세션에서는 현장에서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AI와 창의성의 관계에 대해 질문받은 그는 “AI에만 의존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모든 아이디어가 AI에서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AI는 목발이 아니라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가 게임의 톤에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라는 간단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 자신도 항상 텍스트나 메일로 상담을 받고 있으며, 팀이 없는 경우에도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의 규모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그는 “정신 건강처럼 너무 광범위한 주제의 경우, 정말로 그것을 만들고 싶은지,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 초기 단계에서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험도가 높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는 반드시 ‘화이트박스’(미완성 요소로 플레이하는 테스트)나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한다고 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500개 이상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VFX, 불꽃, 애니메이션, 전투 등 모든 것이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테스트된다.

리메이크와 신작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리메이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미 아이디어가 나온 것보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명확히 답했다. 물론 리메이크가 업계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자신은 위험이 따르더라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선택한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묻자 그는 즉각 “데드 스페이스”라고 답한다. EA와 특별 협상을 진행해 양질의 데모 버전 허가를 얻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하드 SF를 만들 수 있었던 시기가 가장 즐거운 개발 기간이었다고 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시하느냐는 질문에는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를 처음 액티비전 경영진 20명에게 제시했을 때, “100년 후 미래라고? 보행 전차? 30피트 점프? 그런 건 안 된다”는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반성 섞인 어조로 말한다.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절제된 모습으로 제시하고, 나중에 요소를 추가해 나갔어야 했다”. 그리고 실제 게임에서는 모두가 삭제하려 했던 보행 전차를 게임 초반에 등장시켰다.

아이디어 합의 과정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주먹다짐 같은 건 안 했다”라고 답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팀원들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한다. 누군가 “그건 안 좋아”라고 해도 그는 받아들인다. “수백만 개의 아이디어가 거절당해왔고, 승인된 건 훨씬 적다. 거절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안 좋은 아이디어라면 버리면 그만이다”

 

■ 업계의 미래를 향해, 창의성과 기술의 융합

글렌 스코필드의 강연은 단순한 기술론에 그치지 않고 게임 업계 전체의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과 구체적인 행동 제안을 포함했다.

'데드 스페이스'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같은 명작을 만들어낸 그의 말에는 오랜 경험이 뒷받침하는 무게감이 실려 있다. 아이디어 창출부터 구현까지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여 설명된 9가지 기법은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들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AI에 대한 그의 태도다. 많은 개발자가 불안을 느끼는 AI 시대에 그는 “두려워하기보다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2년 이상 AI 도구를 사용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속화하는 도구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업계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AI 트레이닝 시작, 적절한 투자와 인재 배치, 그리고 E3의 부활. 이 제안들은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는 업계의 생명선이며, 그 아이디어는 인간에게서 계속해서 탄생한다”. 스코필드의 이 말은 기술이 급속히 진화하는 시대에도 게임 개발의 중심에는 인간의 창의성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강연을 마무리하는 그의 말은 현장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쇼를 즐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에게서 배우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즐기세요”

게임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다시 건전한 성장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열쇠는 스코필드가 말한 것처럼 창의성과 기술의 적절한 융합, 그리고 업계 전체의 협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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