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그리프는 타워 디펜스 RPG ‘명일방주’의 개발사로 유명하다. 특히 회사가 설립할 때 주축 멤버 중 한 명이자 ‘명일방주’의 프로듀서인 ‘해묘’는 많은 팬을 보유한 개발자이기도 하다.
‘명일방주’는 2019년 출시 이후 국내외 게이머들에게 독특한 평가를 받아온 게임이다. 캐릭터 수집 게임을 넘어 어반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광석병이라는 팬데믹 현상을 배경으로 한 정치적 및 인도주의적 스토리까지 담아냈다. 게임 플레이 자체 뿐 아니라 수백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텍스트 기반의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한 바 있다.
그리고 그 후속작으로 ‘명일방주: 엔드필드’(이하 엔드필드)가 개발되고 있다. 이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추구한다. 시간적으로는 ‘명일방주’의 먼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됐으며,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장르인 3D 실시간 전략 RPG를 내세우며 풀 3D로 즐기는 액션과 서사를 담았다.
‘엔드필드’는 여기에 공장 시뮬레이션과 샌드박스 요소까지 더했다. 이러한 장르의 조합은 표면적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개발진의 면밀한 설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올해 1월 1차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많은 문제점들이 유저들에게 지적됐고, 그 사이 많은 개선이 진행됐다. 오는 11월 28일 시작되는 2차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그리하여, 상당히 많이 변화된 ‘엔드필드’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가 중국 상해에서 마련했다. 하이퍼그리프는 지난 11월 10일 중국에서 글로벌 미디어 행사를 개최했다. 이곳에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속한 대만과 일본, 러시아 등 많은 미디어들이 참여했다. 그 수만 약 100명 정도였다.
이번 행사는 상해에 위치한 씨자오 게스트 호텔 내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자 먼저 ‘엔드필드’를 총괄하는 해묘 프로듀서와 루아(RUA) 스테이지 디자이너가 직접 무대에 올라 게임의 개발 철학과 방향성, 그리고 2차 테스트의 변경점과 추가 내용을 공유했다.
개발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영역은 전투 시스템이었고 언급했다. 루아 디자이너는 "게임 개발에서 전투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엔드필드’의 전투는 순수 턴제도 아니고 단순 액션 쾌감만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실시간 공간 속에서 전략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개발진이 초기 설계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쳤는지를 솔직히 인정한 대목이다. 초기엔 전략성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지만, 글로벌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수렴하면서 액션 표현과 재미 요소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복적인 개선 과정을 거쳐 현재의 균형점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공장 시뮬레이션 요소는 또 다른 핵심 화두였다. 업계에서도 드문 조합인 서브컬처, 공장 자동화, SF 장르의 결합이 왜 가능했는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해묘 프로듀서는 "개발팀 내에 공장 장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며, 이 장르의 매력을 더 많은 유저층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동적이었던 오픈월드 경험에 샌드박스 특성을 부여하려 했다는 전략이다.
논의 과정에서 눈에 띤 철학은 '싱글 플레이 우선'이라는 원칙이었다. ‘명일방주’와 마찬가지로 ‘엔드필드’도 주요 콘텐츠를 싱글 플레이로 구성한다고 했다. 협력 요소들이 추가되었지만, 이를 건너뛰어도 게임의 재미나 보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계 철학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트렌드와는 상이한 선택으로, 플레이어 주권을 존중하는 자세를 반영하고 있었다.
추가로 다뤄진 주제는 기존 팬과 신규 이용자 사이의 '진입 장벽' 문제였다. 이는 이번 행사에서 많은 기자들이 제기한 실질적인 우려사항이었다. 해묘 프로듀서는 "’명일방주’를 하지 않은 사람도 ‘엔드필드’를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IP 관련 요소가 설정의 바탕에만 머무르며, 게임의 핵심 경험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엔드필드’가 원래 2017년부터 기획되어 ‘명일방주’의 먼 미래 에피소드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독립적인 작품으로 진화했으며, 시간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프랜차이즈 확장 전략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만했다.
이번 2차 베타 테스트에서 선보이는 신규 지역 '무릉'은 이러한 철학이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이다. 중국의 전통적 미학과 SF 미래주의가 충돌하는 이곳은 단순한 경치 좋은 맵이 아니다.
물을 핵심 테마로 하는 무릉에서는 양수 시스템, 액체 정제 장치, 그리고 식양이라는 새로운 재료 개념이 도입된다. 기존 게임의 산업 구조와는 다른, 물과 액체 중심의 공업 시스템을 갖춰 게임 후반부로 진입할 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명확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느껴진 것은 개발진의 신중함과 확신이 공존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지난 개발 과정에서의 실수와 개선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방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2026년 초 출시라는 일정 속에서 많은 버전의 콘텐츠가 이미 개발 중이라는 발언은 흔치 않은 투명성이었다.
발표와 질의응답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최대 6시간에 달하는 실기 체험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서는 에일리언웨어 기반의 체험 PC가 약 100대 가량 준비됐으며, 키보드 외에 게임패드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차 테스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분량이 5~60시간에 달하는 만큼, 변화된 부분에 대한 집중 플레이가 이어졌다.
플레이는 크게 1차 테스트 이후 변화된 부분과 보스전,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지역인 ‘무릉’에 대한 경험이 중심이었다. 플레이 시간이 긴 만큼 도중에 식사도 하면서 플레이를 이어 나가야 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음식이 준비됐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며 느낀 것은 ‘엔드필드’가 ‘명일방주’의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라는 확신이었다. 액션의 전략성, 공장 시뮬레이션, IP 확장이라는 세 개의 기둥 위에 세워진 이 게임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성공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어 보였다. 그 결과는 오는 2026년 초에 드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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