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밸브의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 서비스되는 게임 중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의 판매 차단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해외 게임의 심의 절차가 간편해져 국내 게임과의 역차별이 해소되는 조치였다.
지난 3일부터 인터넷 상에서는 스팀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 서비스되는 게임 중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에 대해 단속에 나선다는 소식이 퍼졌다.
이달 말이면 실제로 스팀에서 사라지는 게임이 생길 수도 있다는 한 게임업체 대표의 SNS 멘트도 불을 지폈다. 그리고 스팀 운영사인 밸브가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을 서비스 중인 일부 업체에게 심의를 받지 않으면 한국의 게임 판매가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이런 소식이 퍼지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게임위의 과도한 게임 규제와 게임 탄압을 멈춰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창작의 열정으로 배고픈 1인 개발자에게 수백만원의 비용과 과중한 서류 업무를 부여해 문화적 혁신을 방해한다는 이유였다.
원래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32조에 따라 심의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게임위에 직접 신청을 하고, 구글-애플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취득한 곳은 자체 심의를 통해 분류를 진행한다. 에픽게임즈스토어를 운영하는 에픽게임즈코리아는 아직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대신 심의를 받아 출시하고 있다.
그래서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는 해외 PC 게임의 경우에는 국내 유통사나 사업자가 스팀의 상업용 라이선스를 취득, 등급분류를 신청한 뒤 심의를 받아 서비스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니면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에 가입된 기관의 심의를 받은 뒤 서비스를 해야 했다.
참고로 게임위를 통한 기본 심의 비용은 PC 플랫폼의 경우 36만원이며, 여기에 온라인을 활용하면 1.5배가 곱해진다. 그리고 RPG나 도박성인 경우 4배, FPS나 캐주얼, 액션, 시뮬레이션 등은 2배가 곱해진다. 여기에 한글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1.5배가 곱해진다.
이를 계산하면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한글화된 RPG의 심의비용은 216만원이다. 그리고 싱글 플레이만 가능한 한글화된 액션이나 캐주얼 게임은 108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스팀은 아직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일부 유명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심의를 받지 않은 채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었다. 사실상 불법이며, 이는 다른 게임에 대한 역차별 문제로 퍼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심의 게임에 대한 판매 차단 추진설이 불거졌고, 유저들이 폭발한 것이다.
그런데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며, 되려 행정 개선을 통한 심의 진행을 통해 국내 게임사의 역차별이 해소될 수 있는 조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위는 해외 게임사가 직접 게임위 영문 사이트를 통해 직접 심의를 신청하면 등급분류를 해주는 새로운 심의 신청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18세 이상 게임에 대해서는 재작년부터 시범 운영했고, 지난 5월 경부터 모든 연령의 게임에 대해서 시범 운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외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를 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되고, 그만큼 오래 걸리던 심의 기간도 더 짧아지게 됐다. 또한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하는 일부 게임과 국내 게임과의 역차별 논란을 종식시키게 됐다.
그리고 스팀에 등록된 게임의 수가 엄청나서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스팀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부 게임에 대해 직접 심의에 대한 내용을 통지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게임이 판매량이나 일간 이용자 수 등의 성과를 거두고 한국어화가 되어 있는 것은 국내 서비스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것.
게임위 측은 "스팀은 합법적인 국내 게임 유통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합법적 유통을 위해 새롭게 마련된 직접 신청 정책을 스팀에게 안내한 것이 전부다. 특정 게임사를 대상으로 하거나 강제차단, 지역락은 전혀 논의한 바 없다"며 이번에 퍼진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50인 이하 혹은 연간 매출 50억원 이하의 소규모 개발사를 위한 30% 할인 정책은 국내 게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지만 해외 게임에 대해서는 아직 적용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게임위 측은 밝혔다. 하지만 시범 운영 중인 만큼 정식으로 운영되면 이 부분은 적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위 측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분류된 등급은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밝힘에 따라 기존의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 등급 분류로 변경하는 정부 추진안도 향후 이 부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어 등급을 받았다면 스팀에서도 그 등급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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