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4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의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569억 원에 이른다. 전년대비 약 7.8%나 성장한 수치다.
2023년 한국에서 치러진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당시에는 고척 스카이돔 결승 현장에 1만 8천 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그리고 이곳에 미처 참석치 못한 e스포츠 팬들은 광화문에 모여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거리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LoL e스포츠의 절대적 존재,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TV 예능 프로그램과 다수의 광고는 물론 유니세프 프로모션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야말로 최근 몇 년 사이, 'LoL' e스포츠를 중심으로 한국 내 e스포츠의 입지가 크게 바뀌었다.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산업적으로도 그 규모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스포츠로서의 가치, 발전 가능성도 조금씩 더 주목받고 있다. e스포츠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럼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로 시범종목에 채택됐다.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공식 종목이 되었고, 한국서 출전한 e스포츠 국가대표팀은 출전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IOC 또한 e스포츠를 미래 스포츠의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이토록 잘 크고 있는 e스포츠이건만 실제 e스포츠 판, 업계에서는 불안과 불만의 말들이 재차 삐져나온다. 게임단들이 앞다퉈 적자 상황을 토로하고 대회주체, 운영사들의 영업 건전성도 그리 좋지 않다 한다. e스포츠 전문 미디어를 비롯해 매일 쉼 없이 돌아가고 있는 e스포츠 현장을 밤낮없이 계속 따라 뛰고 있는 많은 이들은 "e스포츠가 주류문화가 되고, 선수들은 날로 슈퍼스타가 되어가거늘 우리 살림살이는 나아지는 바가 전혀 없다"라 말한다. 외부에 비치는 e스포츠의 가파른 성장만큼, 업계 내부에서도 규모면이나 체계가, 비전이 발전했어야는데 아직인 모양이다.
게임사, 종목사가 버는 돈을 파트너들에게, 시장에 나누지 않기 때문일까? e스포츠는 게임사 입장에서 돈 버는 사업보단 쓰는 사업인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들도 구단의 고충을 알기에 더 많은 디지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등의 방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아니면 선수들 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일까?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우리 선수들이기에 그만큼 경쟁력 있는 연봉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장과 구단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에 샐러리 캡 등의 개념까지도 이미 등장하기도 했다.
그 또한 원천적 문제 원인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주장처럼 외산 게임이 e스포츠 판을 장악했기 때문에 위기일까.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태동한 것이 한국 e스포츠이지 않은가. 물론 국산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하여 글로벌 e스포츠 인기 종목의 자리를 차지한다면야 당연히 나쁘지 않을 일이긴 하나, 그런다 한들 지금 보이는 불안과 불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인기 e스포츠 종목이 외산 게임이라 한국 e스포츠가 위기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럼 해답은 어디 있을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e스포츠 시장은 위기를 맞았다기 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고민과 체계화, 그리고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맞은게 아닌가 싶다. 몸집이 커진 소라게가 새로 더 커다란 껍데기를 찾아야하듯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 지역보다 빠르게 e스포츠 전문인력들이 생겨나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수양성에 앞서 온 한국이다. 하지만 그 수십년 간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이나, e스포츠 표준화를 위한 체계적 진행 등은 전무했다.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그 해 국정감사에서 e스포츠의 정체성을 묻는 질의에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이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다’라 답했을 정도로,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과거 그대로에서 깨어 나오지 못했었다.
e스포츠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바뀐 바, 이제부터라도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조금씩 고쳐 입고, 꿰매어 입기보단 좀 더 크게 미래를 보고, 변화를 도전하는 새 시각이 필요하지 않는지. 문득 e스포츠에 대해 좀 더 아시지 않을까 기대되는 유승민 새 체육회장 당선 소식에서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져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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