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 및 게임 공룡 기업인 텐센트가 한국의 대표 게임사인 넥슨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국내외 게임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은 지난 12일,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시나파이낸스 등 복수의 외신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는 넥슨의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 측과 접촉해,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1994년 설립된 이래 ‘메이플스토리’ 등 글로벌 흥행작을 다수 보유한 한국 대표 게임사로, 현재 일본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고 김정주 회장의 부인인 유정현 이사회 의장과 두 자녀가 주요 주주다.
이들 가족과 와이즈키즈 등이 보유한 지분은 약 70%에 달하며,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물납으로 약 29%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텐센트가 유족 지분을 모두 인수할 경우, 넥슨 전체의 경영권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인수설에 대해 넥슨과 NXC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만 내놓고 있으며, 구체적인 거래 구조나 구체적인 인수 대상, 지분율 등 세부 사항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텐센트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지난 13일 중국 언론이 “텐센트는 창업자 가족에게 거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연락한 적이 없으며, 넥슨 인수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텐센트 측근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들떴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고 있다.
실제로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도 넥슨 매각이 추진될 당시 인수전에 관심을 표명했으나,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아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이 알려지자, 국내 증권시장에서 넥슨게임즈 등 관련주가 급등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다. 넥슨게임즈는 지난 6월 12일 11.08%, 13일 10.5% 등 이틀간 크게 올랐다. 6월 13일의 경우 장중 한때 20.87%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13일 마감가인 16,840원은 지난 2024년 9월 2일 이후 최고 가격이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주가는 12일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13일에는 전일 대비 9.32%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인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넥슨이 과거 희망했던 매각가는 약 13조 원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텐센트가 평가한 가치는 약 7~8조 원에 불과했다. 이번 인수설에서 언급된 20조 원은 지난 13일 기준 넥슨과 넥슨게임즈의 합산 시가총액(약 23조 원)에 비해 약 87%에 달하는 수준으로, 텐센트가 이 정도의 프리미엄을 감수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 김정주 회장 유족이 상속세 문제를 모두 해결한 만큼, 굳이 매각에 나설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블룸버그가 언급한 접촉은 인수 논의라기 보다는, 양사 간 오랜 파트너십에 기반한 협력 차원의 만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딜이 성사된다면, 국내 대표 게임기업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또 한 번의 대형 인수합병 사례가 된다. 이미 텐센트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2대 혹은 3대 주주로 등극했으며,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토종 기업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규제 당국의 판단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권도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게임기업의 경영권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산업 주권과 콘텐츠 경쟁력,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국내 대기업의 해외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사회적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은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나 확정된 사실 없이, 시장과 업계, 정치권의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향후 유족 측의 매각 의향, 텐센트의 실제 인수 의지, 그리고 규제 당국의 판단 등이 ‘20조 메가딜’의 성사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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