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대표 시절 가상자산인 위믹스(WEMIX)의 유통량 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함께 기소됐던 위메이드 법인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위메이드는 2020년 6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을 위해 P2E(Play to Earn) 관련 가상자산인 위믹스를 발행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 자회사인 WEMIX Pte.가 발행한 가상자산으로,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같은 해 10월 빗썸에 최초 상장된 위믹스는 이후 업비트 등 다른 거래소로 확장되며 급속한 성장을 보였다. 특히 2021년 글로벌 출시한 '미르4'가 크게 흥행하면서 위믹스 코인의 가격이 급상승하자, 위메이드는 2021년 약 2,900억 원 상당의 위믹스를 현금화하여 게임사 인수 등 사업 확장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는 위믹스 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이 유통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후 이번 이슈의 발단이 되었다.
2021년 위믹스 대량 현금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믹스 시세와 위메이드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장 전 대표는 2022년 1월부터 2월까지 위믹스 코인 유동화(현금화)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동화 중단 발표는 시장에 위믹스의 공급량이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조성했고, 이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위믹스 매수에 나서면서 위믹스 시세와 위메이드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장 전 대표의 공식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위믹스 유동화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유동화 중단 선언 이후에도 2022년 2월부터 10월까지 약 3,000억 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을 펀드 투자, 담보대출 등을 통해 현금화했다. 이는 위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USDT(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을 받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허위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위메이드 주가와 위믹스 시세를 부양하는 시세조작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특히 당시 위믹스 유통량이 거래소에 제출한 계획 유통량을 초과했고, 이는 2022년 12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로부터 1차 상장폐지 결정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2023년 5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2022년 1-2월 위믹스 코인 80여만 개(당시 시가 약 60억 원)를 보유했다가 전량 처분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위믹스 관련 의혹이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김 의원은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으로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었다.
김 의원의 위믹스 보유 의혹은 단순한 투자 문제를 넘어 여러 쟁점을 낳았다. 특히 김 의원이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하고, 2021년 12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졌다. 또 김 의원이 2022년 2월 NFT 기반 '이재명 펀드' 기획을 맡았는데, 이 발표 전후로 위믹스 가격이 상승한 정황도 발견되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김 의원의 위믹스 거래를 의심거래로 판단해여 검찰에 통보했고, 서울남부지검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김 의원의 자금 출처와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위믹스 발행사인 위메이드에 대한 수사도 확대되었다. 2023년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메이드 본사를 방문해 해당 이슈의 조사를 벌이고, 관련된 오해를 푸는 일도 있었다.
결국 검찰은 장 전 대표와 위메이드가 허위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위메이드 주가와 위믹스 시세를 부양하는 등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이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며, 2024년 8월 장 전 대표와 위메이드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장 전 대표에게 징역 5년형과 벌금 2억 원을, 위메이드에게 벌금 5억 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전 대표와 변호인단은 처음부터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강력하게 반박에 나선 바 있다. 먼저 가상화폐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핵심 무죄 근거로 제시했다. 그리고 2022년 당시에는 코인 관련 공시나 공지에 대한 법적 의무가 전혀 없었으며,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2024년 7월에야 시행되어 소급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 전 대표는 유동화 중단 발표가 장내(거래소)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을 뿐, 외부 투자나 자산운용사를 통한 거래까지 금지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하이퍼리즘, 에코펀드 등 외부 투자운용사를 통한 유동화는 정상적인 자금 조달 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고, 1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 김상연 부장판사는 장현국 전 대표와 위메이드 법인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이 금융투자상품인 위메이드 주식이며, 가상자산인 위믹스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분했다. 또한 장 전 대표의 발언 내용과 맥락을 볼 때, 위믹스 이용자에 대한 것일 뿐 위메이드 주식 투자자에 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위믹스의 가격과 위메이드 주가 간의 연동성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2022년 기준으로 매출의 80%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했으며, 주가 상승은 출시 게임 성과와 전체 금융시장 유동성 증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았다. 상관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게임 업계 상황이나 유동성 등 공통 요인에 따른 것이지 인과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당시 가상자산과 관련한 명확한 규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2024년 7월브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 사건 당시에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으며, 관련 조항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위메이드는 법적 리스크의 첫 고비를 넘겼고, 장 전 대표 역시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김 의원은 2021년과 2022년 재산 신고 과정에서 가상 자산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검찰이 징역 6개월을 구형했으나, 지난 2월 진행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리고 위믹스 및 위믹스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고, 위믹스를 둘러싼 시장 내 신뢰 회복 노력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장 대표가 새로 설립해 운영 중인 넥써쓰의 사업도 한층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을 마치고 나온 장 대표는 위믹스의 투자자와 위메이드 주주 및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적법한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밀려있던 파트너들과의 일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 내용을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명확한 법리 해석으로 인해 항소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건은 급변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존 금융법 체계의 한계와 새로운 규제 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판결 소식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메이드는 장중 4.98%, 위메이드맥스는 장중 18.64%, 위메이드플레이는 장중 12.6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또한 넥써쓰의 주가도 장중 22.42%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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