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서 8월 20일에 개막한 게임스컴 2025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유비소프트의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아노 117: 팍스 로마나'다. 로마의 한 구역이 잘려나간 듯한 부스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모여 있었다.
이 작품은 PC, PS5, Xbox 시리즈 X|S용으로 11월 13일 출시 예정인 '아노' 시리즈 최신작이다. 부제목인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가 보여주듯, 200년 가까이 번영한 고대 로마의 황금 시대를 주제로 하고 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이 작품의 프레젠테이션과 시연에 참여했다. 새롭게 공개된 속주 '알비온'의 정보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할 때 이탈리아의 라티움이나 속주 알비온(현재의 브리튼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이 선택지 중, 이번 발표에서는 로마 제국의 변방에 위치한 ‘또 다른 속주’ 알비온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었다.
알비온은 비와 안개에 싸인 험준한 절벽과 습지가 펼쳐진 땅으로, 문명화된 로마 시민들에게는 변방의 땅으로 여겨진다. 그 분위기와 문화는 라티움과 크게 달라, 야생적이면서도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다.
이곳에서 총독(프라에토르)이 되는 플레이어는 로마화하여 제국에 편입시킬 것인지, 아니면 켈트 문화를 지키며 발전시킬 것인지라는 큰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게임의 진행은 기존보다 각 주도의 배경과 맥락을 더욱 강조한, 스토리성이 풍부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알비온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새롭게 도입되는 ‘습지’ 바이옴이다. 켈트인들에게 습지는 식량과 건축 자재의 공급원이며, 환경에 적응한 생활 방식과 도구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반면 로마인들에게 습지는 간척하여 농지로 전환해야 할 땅으로,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연구 트리 '디스커버리 시스템'에는 150가지 이상의 기술이 준비되어 있으며, 로마화를 선택하면 습지 개간이 가능하지만, 켈트 전통을 중시하는 경우 자연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시스템 측면에서도 문화적 선택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구조다.
문화적 분기를 상징하는 것은 5단계로 표현되는 주민의 계층(Tier)이다. 처음 등장하는 티어 1의 Waders는 정복을 수용하면서도 켈트로서의 삶을 이어가거나 로마화를 선택하는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이다.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주민의 발전 방향이 결정된다.
로마화를 선택한 경우, Waders는 결국 로마식 상인 Mercators로 발전한다. 그들은 빵과 소시지를 선호하며, 주거지는 빨간 기와 지붕으로 개축되고, 도시의 풍경은 로마식으로 변모해간다. 복장도 토가를 입게 되며, 더욱 발전하면 Nobles라고 불리는 귀족 계층이 등장해 목욕탕 등 로마식 시설을 요구한다.
한편 전통을 유지하면, Waders는 Smiths라고 불리는 켈트족의 철공 장인으로 발전한다. 그들은 치즈와 맥주를 선호하며, 목조 건축물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 도시 풍경을 창조한다. 옷은 바지를 입으며, 결국 Aldermen이라는 부족장 계층이 등장하고, 집회소나 종교 시설과 같은 전통적인 생활을 중심으로 한 도시가 형성되어 간다.
종교의 선택 역시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요소 중 하나다. 동물 여신 에포나, 자연의 신 케르눈노스 같은 켈트 신들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로마 신과 동일시되어 상업의 신이 된 메르쿠리우스를 믿을 것인지. 신앙에 따라 노동 효율이나 연구의 진행이 달라지기 때문에, 종교 역시 도시 계획의 전략적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적 선택은 주변 세력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로마화를 추진하면 로마와 켈트의 혼혈인 맥스가 협력적 태도를 보이며, 중재자로서 도시 발전을 지원한다. 그러나 로마를 싫어하는 전통주의 전사 주아다와의 갈등이 심화되어 전투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전통을 지키는 선택을 하면 주아다가 동맹이 되지만, 로마와의 화해를 원하는 세력들로부터의 반발이 강해진다. 이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은 도시의 풍경이나 주민의 수요뿐만 아니라 경제 구조나 외교 관계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로마 제국의 속주도 군사적 정복을 통해 설립되었지만, 로마가 중시했던 것은 '세수'와 '평화'였으며, 행정의 대부분은 현지 부족장이나 왕에게 맡겨졌다.
문화나 종교, 생활 방식은 일정 기준 이상 유지되었고, 주민 중에는 로마화를 거부하고 전통을 지키는 이들도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사회적 지위를 얻는 이들도 있었다. 이 작품은 이 '로마화'라는 복잡한 역사적 사건을 게임 시스템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로마화에 의한 통합'인가, '켈트 문화의 유지'인가. 이 선택은 도시의 외관, 경제, 전략, 그리고 주변 세력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전 시리즈에서는 없던 큰 분기점을 만들어낸다. 알비온의 미래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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