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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 117: 팍스 로마나' 체험기, 문명을 다스리는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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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소프트 마인츠가 개발한 ‘아노’ 시리즈의 최신작 ‘아노 117: 팍스 로마나’(이하 아노 117)는 서기 117년, 로마 제국의 황금기인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전작 ‘아노 1800’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핵심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플레이어의 정치적 선택과 지역 문화의 차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도시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요소를 더해 가장 야심 찬 후속작으로 자리 잡았다.

 

■ 로마 제국의 심장, 그리고 변방에서의 시작

‘아노 117’의 무대는 로마 제국이 절정에 이르렀던 2세기 초. 산업혁명의 기계음 대신, ‘문명의 정점’이라 불리던 로마의 숨결이 게임 전반을 지배하는 시기다.

플레이어는 황제에게 임명된 속주의 총독으로서 제국의 질서와 번영을 변방으로 확산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캠페인 모드에서는 마르쿠스(또는 마르키아)라는 인물이 되어 각종 정책적 결정을 내리며, 로마 제국의 비밀과 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탐험하게 된다.

무한 모드에서는 라티움과 알비온 두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한다. 라티움은 풍족한 자원과 넓은 평야를 지닌 지역으로 초보자에게 적합하지만, 알비온은 척박한 습지와 공격적인 약탈자들로 가득한 도전적인 환경이다. 두 지역의 대비는 ‘문명과 야만의 경계’라는 테마를 생생히 드러내며, “무엇을 로마답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플레이어에게 던진다.

 

■ 탄탄한 건설과 정치, 그리고 군사

‘아노 117’은 전통적인 자원 관리와 도시 설계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정치적 판단과 문화적 균형의 무게를 강화했다. 로마의 법과 질서를 강화하면 시민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지역 고유의 전통은 사라진다. 반대로 켈트 문화에 관대하면 황제의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 

행정, 무역, 세율, 병력 유지 등 모든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라 세밀하게 반응한다. 특히 ‘로마화의 정도’를 수치로 조정할 수 있는데, 지나치면 반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지만 대규모 전략전보다는 치안 유지와 민심 관리의 수단으로 기능한다.

시민들은 식량, 공공시설, 사치품, 신앙 등 다양한 요구를 내세우며, 이를 충족시켜야만 도시가 성장하고 시민 계층이 상위로 진화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도시의 행정은 복잡해지고 생산 체인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처럼 경제와 정치가 긴밀히 맞물리면서, ‘단순한 건설’이 아닌 ‘문명의 경영’으로 발전한다.

외교에서는 다른 세력과의 교류나 위탁 임무 수행을 통해 자원 거래의 이점을 얻을 수 있으며, 외교가 틀어질 경우 해적이나 이민족의 위협을 받는다. 군사 시스템 자체는 여전히 단순하지만, 게임의 변동성과 깊이를 높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 도시의 생명력을 높인 인터페이스와 시각적 진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진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비약적 발전이다. 복잡한 자원 관리와 도시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시리즈 특유의 복잡함은 유지하면서도 훨씬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그리드 시스템이 개편되어 도로와 건물을 45도 각도로 배치할 수 있어, 각진 형태를 벗어난 자유로운 도시 설계가 가능하다.

아울러 ‘아노 117’의 그래픽은 시리즈 사상 최고 수준이다. 대리석 건물의 질감, 햇빛에 반짝이는 타일 지붕, 시장을 오가는 상인들의 동선까지 세밀하게 묘사된다. 카메라를 낮춰 거리 시점에서 바라보면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 장르적 한계와 진입 장벽

‘아노 117’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초반에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세금과 인프라, 군사 간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도시의 성장이 느린 편이라 단기간의 재미와 보상을 원하는 유저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느림은 ‘문명의 축적’을 체감하게 만드는 의도적인 설계로, 장르 팬이라면 오히려 깊은 만족을 얻을 것이다.

 

■ ‘아노’의 완성도를 높인 테마의 승리

‘아노 117’은 이미 정교했던 시리즈 시스템에 고대 로마라는 매혹적인 배경과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철학적 테마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도시의 형태를 넘어 경제, 사회, 외교 구조까지 변화시키며,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역사를 쓰는 체험’을 제공한다.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된 빛과 그림자의 표현은 로마의 풍경을 압도적인 현실감으로 완성시킨다.

결국 ‘아노 117: 팍스 로마나’는 기존 팬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춘 인터페이스와 세련된 연출로 접근성을 높인 작품이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도시 건설의 매력을 알리면서 ‘문명을 다스리는 타임머신’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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