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도서관(본명:나동현)이라는 방송인을 처음 접한 것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게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자료를 보던 중 유튜브 채널에서 봤던 것이 10년 정도 되었다는 기억이 있다.
당시 그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유명한 게이머라는 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다소 시끄러운 남성 게임 셀럽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소 광고처럼 방송하는 것 같아 자주 보지도 않았다.
그런 대도서관이라는 방송인에 대해 매력을 느낀 것은 2018년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명견만리’ 방송을 통해 본 이후였다. 이전의 이미지와 달리 교양 프로그램에서 게임의 의미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산업적으로 분석하여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모습이었다.
그 방송은 대도서관이 단순한 유명 게이머가 아닌 게임 콘텐츠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산업을 고민하며, 게임의 이미지 개선에 힘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이후 나는 대도서관이라는 방송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표현을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표현의 배경 이야기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콜럼버스가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는 파티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많은 사람이 축하해 주었지만, 이 파티에 참석한 일부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질투했다. 그들은 그냥 서쪽으로 가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너무 대단한 일로 축하하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때 콜럼버스가 사람들에게 삶은 달걀을 주며 달걀을 세워보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시도했지만, 달걀을 세울 수 없었다. 이때 콜럼버스가 한쪽 끝을 조금 깨트린 다음 달걀을 세웠고,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누구나 세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콜럼버스가 누구나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모방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으나, 처음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여 비아냥거린 사람들을 침묵시켰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표현이다.
야외 활동에 관한 다양한 책이나 방송에는 나침반이 없을 때 방위나 길을 찾는 방법이 나온다. 시계의 바늘과 태양을 이용하여 동서남북을 찾는 방법이나 나무의 나이테 등을 보고 추측하는 방법 같은 것을 소개한다.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안다는 것은 목표한 곳으로 가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산대사의 '답설야(踏雪野)'라는 시에는 눈 덮인 들판에서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다음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등산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이 걸어간 흔적을 따라가는 것은 그것이 정상으로 가는 길을 앞서간 사람이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만들어 둔 길을 따라 걷거나,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 지도를 보면서 가는 것이 더 쉽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길을 만들고, 지도를 만들고, 나침반이 되어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도서관은 게임이 문화로 인정받기 위한 길을 앞서간 등반자였고, 게임 방송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한 개척자였다. 많은 후배가 그가 걸어간 발자국을 이정표로 걸어갈 것이다.
지난 2025년 9월 5일 게임 방송의 콜럼버스, 대도서관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발자취는 앞으로도 게임이 있는 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고, 후배 게임 방송인들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를 추모하며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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