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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의 콘텐츠 이야기] 네트워크 위에 서 있는 캐릭터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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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위의 자신과 실제 나는 얼마나 같은가? 같은 질문을 해 본 사림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임상심리학 박사로 유명했던 한 작가가 허위 학력과 조작된 추천사 등이 논란이 되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과정을 내가 생각한 몇 가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첫째는 우리가 온라인상의 정보에 대해 너무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하는 일의 특성상 주변에 ‘링크드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해당 서비스를 잘 알고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자신의 경력과 소개를 중심으로 구축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비즈니스 관계를 중심으로 구축된 SNS 서비스여서 이를 통해 알게 된 관계망을 통해 사업 제안을 하기도 하고, 구인이나 구직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몇 년 전 링크드인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뉴스를 봤다. 내가 잘 알거나 유명한 누군가와 연결된 사람으로 되어 있으면, 그 사람의 자기소개를 쉽게 믿기 때문이다. 이후 지금까지 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는 너무나 많은 데이터가 쉽게 생성되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유통된다.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도 반복해서 제시하면, 그 반복성에서 실체 없는 허상이 가상의 캐릭터를 가지게 된다. 이번 사건도 이런 과정을 거쳐 시작되었다.

둘째는 검증되지 않은 네트워크 위의 사실로 대중을 속인 사람에 대한 사건을 알리는 언론의 태도이다. 많은 뉴스가 검증 없이 생산되고, 하나의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면 많은 기자가 해당 내용을 확인 없이 보도해 확대 재생산한다. 우리는 이런 사례의 사건을 수없이 경험했다. 기자들이 기본적인 취재 윤리, 보도 윤리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최소한 이렇게 양산된 텍스트를 우리는 기사, 언론 혹은 저널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의 트리거가 되었던 허위 학력과 조작된 추천사를 확인하고 공개했던 사람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셀 수 없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자신이 확인하고 공개한 내용이 수없이 기사에 인용되었지만, 단 한 명의 기자도 자신이 공개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증하지 않은 정보가 만든 사건의 내용을 전달하는 기자가 그 기사를 쓰면서 내용을 검증하지 않는 것은 블랙 코미디 영화의 장면 같다.

그리고 셋째는 네트워크 위에서 형성된 개인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는 앞의 두 문제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개인의 정체성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된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칼럼을 쓰려고 문제가 되었던 작가의 네트워크 상의 활동과 행적, 기록 들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네트워크를 뒤지고, 정보를 찾았다. 그러나 네트워크 위의 어디에도 이번 사건에 관한 정보와 뉴스만 있을 뿐, 사건 이전의 활동이나 유명해진 과정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묘비만 있고, 살아온 행적은 지워진 인물 같았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위에서 조작된 정보로 한 사람의 정체성을 쉽게 구성할 수도 있지만, 그 데이터만 지우면 캐릭터 자체가 쉽게 지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위의 관계성과 정체성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게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면 캐릭터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연결된다. 우리가 게임 속에서 조작하는 캐릭터는 게임 안에서 디지털 정보로만 존재한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도 온라인 네트워크 위에서만 정체성을 가진다. 많은 게임이 커스터마이징이나 이름, 코스튬 등을 통해 캐릭터의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이런 정체성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관계성을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의 정체성이 실제 인물의 정체성조차 쉽게 지워버릴 수 있는 취약한 기반 위에 구축된다는 점은 캐릭터에 대한 관계성이 높을수록 큰 상실감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와 다른 가상의 인물 같은 자신의 캐릭터를 쉽게 조작하여 생성할 수 있는 시대이다. 온라인 상의 정보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직업인 기자들도 잘 검증하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 게디가 현실의 인물도 온라인 위의 정체성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상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한 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짧은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과정을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정체성 일부가 될 수도 있는 이 글을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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