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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헤이'가 BIC에서 본 한국 인디 게임의 현재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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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amer 편집부

“늦게 등장했다는 말 또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전 SIE(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의 수장이자, 지금은 인디계 수호신 같은 존재가 된 요시다 슈헤이다.

전 세계 어디에나 출몰하는 그이지만, 이번 무대는 한국 부산의 인디 게임 페스티벌 ‘BIC(Busan Indie Connect Festival) 2025'다. 지스타 같은 거대 행사가 '전시회'라고 한다면, BIC는 업계의 '실험장’. 현실적인 도전과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실험적인 타이틀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부산의 항구 도시는 예로부터 대륙과 바다를 잇는 관문으로 번성해왔다. 옛날에는 교역의 거점이었고, 지금도 어선과 컨테이너선이 오가는 이 도시에 최근 또 하나의 '화물'이 운반되기 시작했다. 바로 게임이다.

지스타도 개최되는 이벤트 홀인 벡스코에 발을 들여놓으면 화려한 전등 장식이나 거대 스크린은 없고, 긴 책상 한 개 분량 정도의 작은 부스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대기업 명함을 지니지 않은 젊은 크리에이터나 학생들이며, BIC는 한국에서 '풀뿌리 게임 문화'가 싹트고 있는 장소다. 

BIC에 처음 방문했다는 요시다 슈헤이는 여기서 “한국 인디 게임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인디 게임 행사장에 있으면, 그는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아저씨가 기쁘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업계의 중진임에도 결코 특별 대우를 요구하지 않고, 걸어 다니며 부스를 돌고, 개발자와 잡담하며, 관심 가는 작품이 있으면 오랜 시간 앉아 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 화려한 기조 연설이나 단상에서의 스피치는 없다. 그저 게임 애호가로서 BIC라는 행사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 5사가 강한 나라이지만 젊은이들은 독립하기 시작했다. 일본보다 더 빨리 움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는 어조에는 세계 인디 현장을 걸어온 사람만이 가진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그는 SIE 시절부터 인디의 가치를 누구보다 일찍 믿고 지원을 이어온 인물이다. '저니'나 '노 맨즈 스카이' 같은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작은 게임이 업계를 바꾸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해왔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그의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근거 있는 실감으로 설득력을 지닌다.

이 인터뷰는 요시다가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해보고 마음에 든 작품을 언급하며 한국 인디 게임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리한 것이다. 오로지 잡담 같은 대화가 이어지지만,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감촉을 그대로 언어로 옮긴, 이른바 'BIC 관찰기'라 할 수 있다. 인디와 AAA 사이에서 흔들리는 게임 업계의 '현재 위치'를, 그의 냉철한 시각을 빌려 살짝 들여다보자.

Q : 죄송합니다, 갑자기 부탁드렸는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시다 슈헤이(이하 요시다): 아니 사실 꽤 부담이 컸어요.

Q : 부담이요?

요시다: 또 늦으면 어쩌지 싶어서요(웃음).

Q : 아, 그때 20분 늦으셨던※ 그 얘기군요(웃음).

※비트서밋에서 본지 인터뷰에 20분 늦게 등장했을 때. 그 직전에 인터뷰룸 상황을 봤을 때 “아직 안 오네요 TT”라며 관계자들이 울고 있었다. 뭐 사실 20분은 아니었지만. 

요시다: '또 요시다 씨 늦게 등장'이라고 쓰여질 것 같아서요.

그가 지스타에 초청된 것은 2023년이다.
그가 지스타에 초청된 것은 2023년이다.

Q : 아니,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계속해서 이번에도 이야기 좀 들어 볼게요. 어제 오늘 돌아다니면서 어떤 느낌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게 있었나요?

요시다: 있었어요. 이 행사 자체에 오는 게 처음이라서,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예전 소니 동료들한테는 “정말 좋은 인디 행사야”라거나  “한국 인디 게임 보려면 BIC 페스티벌이 최고야”라고 들었거든요.

Q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BIC는 상당히 좋습니다. 

요시다: 지스타는 한 번 초대받아 가본 적이 있어요. 작년이었던가? 그때는 이미 인디 게임이 거의 없더라고요.

Q : 그건 '소위 게임 쇼'니까요.

요시다: 그렇죠. PC, 모바일, MMO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그때는 인디 게임 불모지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BIC에 와 보니, 정말 많잖아? 대부분 한국 개발사 타이틀이지만, 그것도 정말 좋더라고요.

BIC와 같은 장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화려하게 벽면을 차지한 지스타.

Q : 추천하기 전에 와 주셔서 다행이네요. 한국은 일단 BIC만 봐도 인디 게임은 대체로 괜찮아요.

요시다: 한국에는 대기업이 5개 정도 있지 않나요?

Q : 그렇네요. '3N+2K'※ 라고 부르죠.

※이런 식의 명칭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일단 최근에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3N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의 2K가 대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요시다: 그 외에는 독립계 회사가 별로 많지 않다는 상황이 정말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젊은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봐도, 큰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 독립한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인디 게임으로 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Q : 뭐랄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예요, 표현하기 어렵지만.

요시다: 그렇죠.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기업가 정신이 엄청나게 왕성하지 않나요?

Q : 그런 느낌이 있죠.

요시다: 그 부분이 좀 미국인 같아서, 뭔가 있으면 쏜살같이 달려들잖아요. 일본인은 그와 정반대죠. 같은 회사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고, 자신들에게 힘이 있어도 계속 회사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런 식으로요.

한국인 성격은 그 중간 정도라고 들었어요. “기회가 있으면 한다”지만, 중국인처럼 마구 움직이지는 않는다고요. 그런데 슬슬 기세가 붙고 있는 걸까? 라는 느낌은 있네요.

Q : 아, '중간 정도'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네요.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게 느껴지는 게 그 때문인가 봐요.

요시다: 작년에 온 사람에게 물어보니 게임 수도 늘었고, 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도 올라갔다고 하더군요. 뭐 일본도 그렇지만, 여기 역시 그렇군요.

Q : 저도 작년부터 오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작년보다 한 단계 더 수준이 올라간 느낌이에요. BIC 운영위원장님께도 말씀드렸는데, 인디 게임이라서 어느 정도 퀄리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거의 없더라고요.

요시다: 그런데 이렇게 관람객이 적은 것은 좀 충격이네요. 어제는 비즈니스 데이였으니까 관람객이 좀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어제 정도밖에 안 되네요.

Q : 그렇죠, 왜 그럴까요.

요시다: 한산하면 꽤 놀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이건 이대로 걱정이네요. 아직 한국에서는 인디 게임의 대중성이나, 일반적인 인지도가 낮은 걸까? 하는 게 제 가설입니다.

일본도 한때는 그랬잖아요. 코로나 이전 쯤부터 급격히 인정을 받기 시작해서, 인디 게임 개발자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생기거나, 대기업들이 각종 스폰서나 콘테스트를 열면서, 와~ 하고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지만, 그 단계에 조금 못 미친 정도인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사진으로 보면 밀집도가 완전히 다른 BIC 2025(온라인 및 오프라인 참가자 수 합산 3만 8,273명)와 올해의 '비트서밋'(총 5만 8065명)이지만, 둘 다 지난해에 비해 관객 수가 1.5배 증가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면 밀집도가 완전히 다른 BIC 2025(온라인 및 오프라인 참가자 수 합산 3만 8,273명)와 올해의 '비트서밋'(총 5만 8065명)이지만, 둘 다 지난해에 비해 관객 수가 1.5배 증가했다고 한다.

Q : 아니 그런데 사실은요, 작년에 왔을 때는 좀 더 붐볐거든요.

요시다: 그랬나요? 

Q : 네. 통로가 좀 좁아서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였어요.

요시다: 작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나요?

Q : 네. 같은 일정, 같은 장소입니다.

요시다: 왜 그럴까요.

Q : 방금 우리도 이야기했거든요. “왜 올해는 이렇게 한산한 거지?” 하고요.

요시다: 그렇군요. 작년에는 많이 왔고, 분명히 평판도 좋았을 텐데. 그런데 재방문객이? 수수께끼네요.

Q : 취재하기 편하긴 한데요.

2006년 타이페이 게임 쇼
2006년 타이페이 게임 쇼

요시다: B2B 미팅 부스도 전부 비어 있잖아요. 뭐, 앞으로 나아질까요. 예를 들어 타이페이 게임 쇼도 그랬는데, 게임은 늘고 있어요. 현지 개발사들이 많이 만들고, 좋은 작품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해외 퍼블리셔가 오지 않아요. 게임 스카우트 같은 사람들이 오면 B2B 같은 장소가 한꺼번에 꽉 차잖아요. 아니면 디볼버(Devolver)처럼 부스를 내거나 하는 식으로요.

Q : 인디 퍼블리셔는 거의 한국 기업밖에 없네요, 확실히.

요시다: 그렇죠. 디볼버 외에 해외 인디 퍼블리셔가 없네요. 사람도 보내지 않는 것 같고요.

Q : 업계 사람들과도 아무도 만나지 않잖아요. 편해서 좋긴 하지만요(웃음).

요시다: 게임도 계속 즐길 수 있고요(웃음). 그래서, 뭐 한국 인디 게임이 지금 늘고 있다, 좋은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는 건 어렴풋이 눈치채기 시작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2, 3년 뒤면 확 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습니다.

Q : 한국 게임 업계도 바로 콘솔/PC로 전환 중인 데다, 그런 부분도 엮여서 뭔가 크게 움직일 것 같네요.

요시다: 그렇죠, 갑자기 왔잖아요. 네오위즈 인터뷰에도 나왔듯이, 'P의 거짓' 이후로는 갑자기 모두가 눈치챘어요. 게다가 중국 정책으로 게임 출시가 불가능 해졌잖아요. 한국 대형 퍼블리셔들도 중국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었고요. 거기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아시아 외 해외 시장을 봤을 때 역시 콘솔/PC라는 결론이 나왔죠.

Q : 모바일로 승부하는 건 꽤 힘들죠.

요시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쪽에 투자하려는 분위기예요. 네오위즈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P의 거짓' 이후로 개발 라인을 모바일에서 PC·콘솔로 전환했죠. 크래프톤이나 스마일게이트도 상당히 투자하고 있고요.

Q : 네오위즈는 80% 이상이 PC·콘솔이라고 하더군요.

요시다: 그런 흐름이 오고 있어서, 젊은이들도 독립해서 세계에서 팔리는 걸 목표로 하는 흐름이 오고 있고, 아까 말한 국민성 문제로 이런 식이 되면 일본보다 한국이 더 빨리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몇 가지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었는데요. 이름 말해도 될까요?

Q : 꼭 부탁드립니다. 이름을 언급해 주신 스튜디오도 기뻐할 거예요.

요시다: 체크 타이틀이 이 정도 되는데요(라고 말하며 메모를 보여준다).

Q : 와 대단하네요, 대체 몇 개나 플레이하실 생각이에요(웃음).

요시다: 좋았던 것들을 차례로 말씀드리죠. 먼저 이건 한국 게임인 것 같은데요, '마스터 오브 피스(Master of Piece)'.

Q : 이거 작년에 있었는데 정말 좋았죠. 작년에는 이름이 ‘마스터 피스(Master Piece)'였거든요. 이름이 바뀌어서 순간 "어?" 했어요.

요시다: 완성도도 정말 높습니다.

Q : 아까 사실 부스에서 뵈었는데, 꽤 오래 플레이 하시더군요. 

요시다: 하하하, 보셨군요(웃음). 또, 재미있었던 건 '웰컴 투 더 던전(Welcome to the Dungeon)'인데, 용사가 어슬렁어슬렁 오는 걸 직접 적을 배치해서, 적당히 레벨업시켜 주는 거였어요.

Q : 던전키퍼 계열? 아니 반대인가.

요시다: 반대네요. 레벨업을 시켜주는 게임성이 좀 신선해요. 역시 어쩔 수 없이 모방에서 배우는 듯한 정해진 포맷의 게임이 많잖아요. 메트로배니아라든가. 그런 게 많은 건 알지만,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건 적죠.

Q : 바로 오늘 아침, 편집부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타이틀이 작년보다 더 줄어든 것 같아, 라고요. 전체적인 완성도는 굉장히 높은데 말이죠.

요시다: 그렇죠. 그 부분이 아직 부족해요. 독창성이 조금 모자란다는 점은 있지만, 그건 뭐 언젠가는 나오겠죠.

또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축귀(Chukgwi)'라는 호러 게임인데,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저도 해보면서 “와!” 하고 큰 소리 내며 했는데, 그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Q : 비트서밋에서 그런 작품들을 모아놓은 코너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요시다: 제가 엄청 좋아했던 건 ‘빨간 공은 어디에?(Where's My Red Ball?)'라는, 빨간 공을 찾는 캐주얼 게임이에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인데, 장면마다 빨간 공이 어딘가에 숨어 있거든요. 그냥 그걸 찾는 게임인데, 왜 찾냐면 고양이가 나오는데 그 고양이가 빨간 공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Q : 의외로 캐주얼하네요.

요시다: 아니 꼭 봐야 해요. 빨간 공이 없으면, 엄청 쓸쓸해 보이고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지어요. 그걸 찾아서 가져다 주면, 그건 정말 엄청 기뻐하는 표정이 되는데, 그 애니메이션과 목소리가 엄청 귀여워서, 이 고양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동기부여가 올라가요. 매번 방마다 다른 장치가 있어서, 약간의 게임성도 있어요.

Q : 그렇게 추천하신다면, 나중에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확실히 화면 사진 보면 정말 귀엽네요.

요시다: 어떤 방은 슬롯 머신을 맞추지 않으면 빨간 구슬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또 다른 방은 구슬이 여러 가지 색인데, 사실 닦아 주면 빨갛게 변한다거나, 사과가 달린 나무가 있어서 흔들어서 떨어뜨리면 사실 빨간 구슬도 함께 떨어진다거나. 뭔가 말이죠, 디테일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어요. 두 사람이 만든 것 같아요.

Q : 듣고 보니 정말 재미있을 것 같네요. 나중에 꼭 봐야겠어요.

요시다: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게임일지도 몰라요. 캐주얼 게임은 별로 안 하는데, 그건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Q : 엄청난 칭찬이네요.

요시다: 그리고 한국 게임은 아니지만, 비트서밋에도 나왔던 그 기린 게임도 역시 좋죠. 그건 정말 좋아해요.

Q : 아까 막 이야기를 들었는데, 뭔가 퍼블리셔 같은 건 찾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별로 관심 없다고 하더군요.

요시다: 1~2명이서 만들고 있는 걸까요?

Q : 3명이라고 하더군요.

요시다: 그렇군요. 그래서, 어쩌면 그들만의 힘으로 펀딩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Q : 그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BIC 2022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한 'INARI'. 아직 스팀 페이지도 없는 것 같지만, 연말 쯤 데모를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BIC 2022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한 'INARI'. 아직 스팀 페이지도 없는 것 같지만, 연말 쯤 데모를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시다: 아직 해보진 않았는데, 사람들이 엄청 줄 서 있는 게 'INARI'라는 게임이네요.

Q : 그건 언제 봐도 줄이 꽤 길죠.

요시다: 엄청난 속도감의 액션 게임인데, 액션 게임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더군요. 해보고 싶어요.

Q : 계속 줄이 서 있어서 기회가 잘 안 생기네요.

요시다: 줄이 정말 길죠. 그리고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타임 스내쳐 핸디(Time Snatcher Handy)'라는, 일종의 탄막 슈팅 게임인데 시간을 멈추고 진행하는 느낌의 게임인데,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Q : 그 게임은 시간을 멈출 때의 조작감이 정말 좋거든요. 꼼꼼하게 만들어진 느낌이 들어요.

요시다: 그런가? 나중에 해봐야 알겠네요. 그리고, 예전부터 계속 해오던 '모노웨이브(MONOWAVE)' 말이죠, 학생들 작품이에요. 타이페이 게임쇼에도 나왔었거든요.

Q : 오, 거기에도 계셨군요.

요시다: 그분들이 타이페이 게임 쇼에서 학생 부문 상을 받았거든요. 저는 마침 그 프레젠터였어서, 그들에게 상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죠. 거기서 알게 됐는데, 그때에 비하면 훨씬 세련 됐더군요.

Q : 꽤 많이 바뀌었나요?

요시다: 핵심 아이디어는 같아요. 기분이 기쁘거나 슬프거나 해서 색깔을 바꾸고, 각각 다른 능력으로 진행하는 건데, 막혔을 때의 구제책 이라든가, 게임으로서 오래 즐길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들어가 있거나 해서, 상업 작품으로서 세련된 느낌이 들어요. 이제 출시가 가까운 걸까요.

Q : 제가 처음 본 건 아마 작년 TGS나 BIC일 텐데, 벌써 코앞에 온 느낌이에요. 비트서밋에도 있었고요.

요시다: 그리고 말이죠, '루나홉(Luna Hop)'이라는 CG를 많이 사용한 스토리 중심 게임인데, 대사는 거의 없어요. 그냥 진행하면서 영상만으로 보여주는 귀여운 느낌의 게임인데, 그것도 뭔가 예뻤어요.

Q : 'Sky'나 '저니' 같은 분위기가 있구나 싶었는데, 만드는 사람도 뭔가 제노바 첸 같아서 '후후후' 하고 웃음이 나더군요.

요시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분위기가 좀 비슷한 것 같네요. 원작이 그림책이라서 그런 걸까요? 해본 적은 없지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게, '루나락시아 - 까치는 종말을 노래하네 -(Lunaraxia: Magpie Sings of the World's End)'라는 2D 애니메이션 계열 게임인데, 던전 같은 곳을 진행해 나가는, 패리 중심의 액션 게임이에요. 그런데 소울라이크한 그림체가 아니라 3D 애니메이션이거든요. 좀 특이하다고 할까, 신선한 느낌이 있었어요.

Q : 회사명인 'Iron Deer Games'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름이 궁금해서, 나중에 물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요시다: 그건 못 봤네요(웃음). 그리고 퍼즐 계열로, 저기(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있는 '디멘션 어센트(Dimension Ascent)'라는, 방을 이렇게...

Q : 빙글빙글 돌리는 거.

요시다: 그렇죠. 그건 재미있었어요.

Q : 하지만 여기까지 오니, 역시 평범한 건 나오지 않네요.

요시다: 평범한 건 이미 넘어갔어요. 그리고 비트서밋에서 '판타스케치(Fantaskech)'라는, 직접 선으로 그림을 그려서 그게 오브젝트가 되어 목표를 향해 가는 퍼즐 게임이 2년 전 학생 코너에 있었거든요. 그걸 토큐부동산이 자금을 지원해 출시할 상품으로 완성했다고 들었어요.

Q : 아, 비트서밋에 있었죠. 입구 들어가자마자 있는 곳 맞죠.

요시다: 그렇죠. 그게 있었는데,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같더라고요. 다만 선을 그리고 거기에 색을 입히고, 색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는 게 플러스 알파 아이디어라고. 게다가 전체적으로 UI나 그래픽이 세련되어서 상품 같은 느낌이 나고요. 

Q : 후후후. 꽤 달라졌나요?

요시다: 학생들의 프로젝트가 퍼블리셔를 붙여서 발매할 수 있게 되다니, 참.

Q : 비트서밋에서도 아이들이 엄청 열심히 하고 있더군요.

요시다: 여기서도 그랬어요. 오히려 뭔가 있었나요? 이거다! 하는 게.

Q : 이름은 전혀 기억 못하는데, 전략계열 작품 중에...

요시다: 아, 전략 게임이라면 좀 재미있어 보이던 게, 뭐였지. 잠수함이 있다는 설정으로, 소나로 상대 잠수함 위치를 탐지해서 공격하는 그런 게임. 그게 말이지, 좀 재미있는 전략 게임인데 이름이. 아, 이거네요. '바시스피어(BATHYSPHERE)'.

Q : 어떤 걸까요. 그것도 나중에 한번 봐야 겠네요.

요시다: 꽤 재미있어 보였어요. 전략 게임에서 보이지 않는 적의 위치를 찾는 그런 거요.

Q : 아이고, 그런데 아까 요시다 씨도 말씀하셨지만, 작년보다 수준이 올라간 것 같아요.

요시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Q : 다만 전체적으로 우수해진 만큼, 독특한 작품이 없어져서 그 점은 조금 아쉽네요.

요시다: 그렇네요. 뭔가 과도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2년 전 지스타 인디 코너는 절반 정도가 에로틱 어드벤처 게임 같은 게 많았거든요.

Q : 비주얼 노벨 같은 거요. 그런 느낌이었나요?

요시다: 맞아요. 그래서 솔직히 이번에도 그런 게 많을까 했는데, 전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는 전체적으로 더 '상업적인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아요.

Q : 그렇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상업적인 느낌이 더 강해진 거죠.

요시다: 바로 그거예요. 퀄리티도 올라가고, 비교적 평범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은 있네요. 하지만 비트서밋도 그랬지만, 운영 측의 생각에 따라 특정 테마로 더 복잡한 걸 발굴해내는 식으로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평범하게 모집해서 좋은 걸 골라버리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 하는 부분도 있고요. 

Q : 확실히 그렇네요.

챌린지, 액션, 어드벤처, 힐링이라는 네 가지 테마에 맞처 출품 타이틀을 구역별로 구분하고 있다.
챌린지, 액션, 어드벤처, 힐링이라는 네 가지 테마에 맞처 출품 타이틀을 구역별로 구분하고 있다.

요시다: 운영진과 이야기해보니 확실히 좋았던 점은, 테마별로 구분되어 있다는 거에요. 액션 구역이나 스토리 구역 같은 거요. 그게 정말 직관적이고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도, 제가 좋아하니까 챌린지 계열(주: 새로운 컨셉의 작품이 배치된 존)에 가자, RPG 같은 건 안 하니까 그쪽은 패스해도 되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 테마 구분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이벤트에서 따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고요.

Q : 사실 그건 개인적으로 편중될 수 있어서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요시다: 일부러 편중시키고 있는 거예요.

Q : 아, 죄송합니다. 말씀드린 건 관람객이요.

요시다: 아, 그렇군요. 인기 장르에 사람이 몰릴 위험이 있다는 거군요.

Q : 네.

요시다: 아하, 그렇군요. 확실히 액션 계열 같은 건 특히 인기가 많으니까,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네요.

Q : 그래도, 전부 심사하고 계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요시다: 보통 어떤 행사든 그렇지 않아요?

Q : 아, 그렇습니까? 전 작품을 플레이하시나요?

요시다: 저는 도쿄 게임쇼의 인디 코너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데, 매번 죽을 지경이에요(웃음). 수백 개나 되니까요. 뭐 확실히 게임을 하진 않아요, 너무 많아서요. 관심 가는 건 해보긴 하지만, 그래도 700개 정도 되는 영상은 유튜브로 봤어요.

매년 센스 오브 원더 나이트(SOWN)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요시다 슈헤이. 올해는 어떤 작품이 수상할까?
매년 센스 오브 원더 나이트(SOWN)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요시다 슈헤이. 올해는 어떤 작품이 수상할까?

Q :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꽤 힘들어 보이네요.

요시다: 심사위원은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해요. 그래서 응모한 작품은 훨씬 더 많은데, 그룹을 나눠서 쓱쓱 보고 점수 매기고 토론하고 추려내고, 또 거기서 한 번 더 추려내고. 이런 걸 하다 보니, 정말 주말이 몇 번이나 날아갔는지(웃음).

Q : 그거, 설마 자원봉사인가요?

요시다: 교통비 정도는 나온 것 같아요.

Q : 그렇군요. 그건 사명감이 없으면 꽤 힘들겠네요.

요시다: 아니, 재미있어요. 정말 재미있고, 플레이 가능한 것도 오니까, 마음만 먹으면 많이 즐길 수 있다는 거죠(웃음). 그래서 온갖 게임 행사 심사위원을 하고 있어요. 연중 내내 매달처럼 20~30 타이틀이 보내져서 플레이하고 점수 매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행사장에 가서 발표자도 하고 그런 거요. 그런 걸 하고 있어요.

Q : 여기서도 꼭 해주세요.

요시다: 음. 그렇네요. 그런데, BIC는 아직 어워드 같은 건 없죠?

Q : 있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에 발표예요.

출처-BIC 2025 어워즈 & 폐막식 아카이브 영상
출처-BIC 2025 어워즈 & 폐막식 아카이브 영상

요시다: 부탁받으면 하겠습니다!

Q : BIC 심사는 전부 플레이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요시다: 그렇군요. 몇 타이틀인가요, 1인당.

Q : 아까 전체 560개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요시다: 아니, 그건 전부 못 하잖아요?

Q : 30명이 그걸 전부 플레이한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요시다: 나눠서 하겠죠.

Q :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시다: 아니, 그건 무리네요.

Q : 하고 싶은 사람이 없어질까 봐 걱정됩니다.

요시다: 그렇죠(웃음). 하지만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정성이 들어간 재미있는 컨셉의 타이틀이 별로 없었어요. 어워드 같은 건 어떻게 될까요.

Q : 역시 그런 부분은 솔직히 비트서밋 쪽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시다: 그렇죠, 창의성을 느끼게 되네요. 비트서밋 운영 측도 역시 그 부분을 굉장히 의식하고 있는 것 같고요.

Q : 역시 그렇군요, 그런 라인업은.

요시다: 작년에 플로어를 늘렸잖아요. 그 전의 3층은 정말 꽉꽉 차서, 해마다 점점 상업화되어 가는 걸 우리도 느끼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풀뿌리 같은 게임들이 있었는데 점점 사라져 갔다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작년에 플로어를 늘림으로써 다시 한번 문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었어요.

Q : 그렇죠, 정말 좋은 느낌이었어요. 특히 1층과 3층은 정말 '인디답다'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구석이 정말 즐거웠어요.

요시다: 그 다음은 큐레이션이죠. 방침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 '요시다 슈헤이'가 BIC에서 본 한국 인디 게임의 현재 (후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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