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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 SIE 대표, 요시다 슈헤이 “창의성은 간섭하지 않아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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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솔게임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 콘솔 플랫폼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인디게임 개발자들 또한 글로벌 무대 진출을 목표로 도전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콘솔’이라는 매체의 본질과 가능성에 대해 가장 깊은 통찰을 지닌 인물이 한국을 찾았다.

11월 6일,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2025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는 바로 전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대표이자, 현재 인디게임 생태계의 든든한 멘토로 활동 중인 요시다 슈헤이다.

그는 ‘콘솔게임의 특징과 한국 인디게임계에 대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플랫폼의 본질적 가치와 창작자 중심의 개발 철학을 강조했다.

요시다 슈헤이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대표하는 수많은 명작의 탄생을 지휘하며, 콘솔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행보는 단순히 AAA 게임에 머물지 않았다. SIE 내부에서 일찍이 인디 타이틀 발굴과 지원 프로그램을 주도한 그는, 현재까지도 ‘콘솔에서의 다양성’을 화두로 개발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강연 직후 진행된 자리로, 요시다 슈헤이가 바라보는 콘솔게임의 미래, 플랫폼 비즈니스의 변화, 그리고 한국 인디게임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보았다.

요시다 슈헤이는 이번 방한 소감으로, “과거에 비해 한국 인디게임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지스타 방문 당시 대부분이 모바일·PC 중심이라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했던 점을 떠올리며, “그땐 ‘이 나라에는 게임 컨트롤러가 없는 건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콘솔 게임 개발이 빠르게 발전하고 인디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며,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K-드라마와 K-POP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것처럼, 한국 게임 역시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Q : 스텔라 블레이드 계약 과정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2019에서 2020년경, 코로나 이전에 플레이스테이션 서드파티 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프트업’의 신작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당시 시프트업은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로 유명했기에 어떤 콘솔 프로젝트일지 궁금했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3D 리얼 그래픽의 액션 게임이었고, 보스 디자인과 피규어 제작, 디지털화 과정까지 직접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방문 후 회사로 돌아가 “이건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꼭 퍼블리싱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내부 논의를 거쳐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공은 한국 개발자들에게 큰 영감을 준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 인디 콘솔게임 분야에서 정부 지원은 어느 부분이 가장 필요할까요? 일본의 사례가 궁금합니다.

일본은 사실상 정부의 직접적인 게임 제작 지원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들어 펀딩이 시작된 정도죠. 오히려 한국이 훨씬 활발한 편입니다.

좋은 참고 사례로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스크린 빅(Screen VIC)’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게임에도 자금을 지원합니다. 졸업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프로토타입 제작 및 비즈니스 교육, 퍼블리셔 피치 기회 제공 등의 체계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디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는 펀딩이 불가능합니다. 빅토리아주처럼 ‘리스크 없는 도전 환경’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입니다.

Q : 대규모 게임사들이 인디 게임에 관심이 높습니다. 창의적인 인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민트로켓의 황재호 대표가 말했듯, “창의성은 간섭하지 않아야 빛난다” 이 말이 핵심입니다. 무엇이 성공할지, 어떤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마케팅팀조차 예측할 수 없죠.

그래서 대형 게임사라면 소규모 창의적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퍼블리싱을 지원하는 방식이 이상적입니다. 민트로켓처럼 독립적인 팀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모델이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Q : 차세대 콘솔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플레이스테이션 1은 CD, 2는 DVD, 3는 블루레이를 도입하며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정체성을 가졌지만, PS4 이후부터는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디지털 콘텐츠가 중심이 되면서 ‘게임 이외의 기능’은 중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앞으로 콘솔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하드웨어 팀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혁신적인 시도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Q : PC·모바일·콘솔 등이 크로스 플레이 시대에서 콘솔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요즘 많은 게임이 멀티 플랫폼으로 나오고, 같은 계정으로 여러 기기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신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도 콘솔만의 장점은 여전히 ‘체험의 깊이’에 있습니다.

큰 화면, 고해상도, 빠른 응답 속도, 높은 디테일 표현력은 PC나 모바일이 주기 힘든 몰입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모바일 퍼스트 후 콘솔 확장’ 전략이 이상적이며, 콘솔은 언제나 완성도 높은 체험의 공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Q : 일본에는 SIE와 닌텐도 같은 콘솔 하드웨어 기업이 있지만, 한국에는 없습니다. 이런 차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솔직히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뿐, ‘하드웨어 기업이 존재하느냐’가 창작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개발자와 퍼블리셔의 협력 구조, 그리고 창의성을 실현할 환경입니다.

Q : 젊은 세대가 게임 외에 쇼츠·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 잠식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분명히 유저들이 짧은 영상 콘텐츠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 시간이 실제로 감소했다는 데이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엔터테인먼트는 항상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게임이 계속해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영상 플랫폼에 유저를 빼앗길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 최근 인상 깊게 본 한국 인디게임이 있다면?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서 약 20개 게임을 메모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빨간 공은 어디에?’라는 고양이 퍼즐 게임입니다. 고양이가 빨간 공을 찾아 다른 고양이에게 전달하는 내용인데, 공을 받기 전과 후의 표정 변화가 섬세하고 감정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마스터 오브 피스’라는 전략 게임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빨간 공은 어디에?
빨간 공은 어디에?
마스터 오브 피스
마스터 오브 피스

끝으로 요시다 슈헤이는 “한국 인디 시장은 몇 년 전보다 훨씬 커졌고, 앞으로 콘솔 시장에서도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스텔라 블레이드 이후의 한국 콘솔 게임들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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