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솔 게임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2025년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가 11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판교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콘솔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국내외 개발자, 퍼블리셔, 학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콘솔 시장의 트렌드와 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국내에서 콘솔 중심의 개발 컨퍼런스가 본격적으로 개최되는 것은 드문 일인 만큼, 이번 행사는 현업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한국 게임 산업의 플랫폼 다변화 흐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막 첫날에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전 대표이자 현재 인디 게임 진흥의 선봉에 서 있는 요시다 슈헤이가 기조 강연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와이오에스피 설립자인 그는 ‘콘솔게임의 특징과 한국 인디게임계에 대한 제언 – 요시다 슈헤이가 말하다’라는 주제로, 수십 년간 콘솔 산업을 이끌어온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개발자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 콘솔게임의 본질 — 누구나 쉽게, 안정적으로 즐기는 플랫폼
요시다는 먼저 ‘콘솔 게임은 이런 것이다’라며, 7가지에 달하는 특징을 열거했다. 첫 째로 “콘솔게임기는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쉬운 기기”라고 강조했다. TV 하나만 있으면 어린아이도 성인도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설치나 오류로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품질 관리 체계를 거쳐 출시된다는 점이 설명의 핵심이었다. 또한 콘솔은 폐쇄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해킹이나 불법 복제 위험이 낮고, 제작자와 유저 모두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하드웨어의 균질성 — 모든 유저가 동일한 경험을 공유
둘째로 동일한 하드웨어를 꼽았다. 모든 유저가 같은 스펙의 기기를 사용하고, 개발자 역시 그 환경을 기준으로 게임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에, 출시에 앞서 자신 있게 제품을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컨트롤러 기능에도 주목했다. 듀얼센스의 트리거나 햅틱 같은 고유 기능이 모든 유저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므로, 이러한 하드웨어 특성을 활용한 설계가 매우 의미 있다고 했다.
■ 합리적 비용, 고성능 콘솔
셋째로 고성능 하드웨어를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점을 뽑았다. 요시다는 대량생산을 통한 하드웨어의 가격 절감, 그리고 게임에 특화된 CPU/GPU 설계를 통해 높은 성능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콘솔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플랫포머가 디지털 스토어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에서 얻는 수익보다는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리빙룸 중심의 ‘공유 경험’
'콘솔게임은 거실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경험'이라는 네번째 특징도 언급했다. 요시다는 대형 TV와 편안한 소파로 구성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콘셉트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텍스트나 UI가 작은 화면에 최적화된 PC 게임과 달리, 콘솔게임은 멀리서 보는 환경에서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실용적 관점도 언급했다.
■ 인기에 강한 장르와 IP, 그리고 커뮤니티
요시다는 콘솔에서 특히 인기 있는 장르(액션, RPG, 스포츠 등)와 강력한 IP의 중요성을 다섯 번째 특징으로 제시했다. 콘솔의 백워드 호환성 덕분에 이전 세대의 게임도 여전히 즐길 수 있고, 이로 인해 IP의 수명이 길어진다. 또한 콘솔 커뮤니티는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유저들 사이의 유대감이 강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콘솔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 플랫폼의 마케팅 생태계
여섯 번째 특징은 플랫폼 서포터로서,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플랫폼은 자체 마케팅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요시다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채널을 통해 개발자의 게임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공식 쇼케이스(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한 노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PS 플러스)나 플랫폼의 큐레이션 전시(스토어 내 기획전), 피지컬 패키지(리미티드 에디션, 피규어 포함 등) 지원이 콘솔 생태계의 다양성과 강점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 미래의 키워드: AI, 인디, 문화적 다양성
요시다는 콘솔게임의 미래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우선, AI를 활용해 플레이어의 행동을 보조하는 ‘지능형 어시스트’를 도입할 수 있다.
NPC들이 더 똑똑해지고, 마치 개발자가 실제로 플레이어 옆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인디게임의 경우 AAA 게임은 제작비가 커지고 리스크가 높아졌지만, 인디 개발자는 작고 유연한 팀으로 창의적인 실험을 계속할 수 있다.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 디지털 배포 채널 덕분에 지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로 게임을 유통 가능하다.
특히 아시아(인도, 아프리카 등)의 신흥 개발자들이 독특한 문화적 시각을 게임으로 표현하면, 콘솔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에서는 단순히 플레이하는 것 외에도, 스트리밍/시청 중심의 게임 경험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구독형 모델, 창작자와의 협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해질 것으로 파악했다.
■ 한국 개발자들을 향한 구체적인 제언
요시다는 특히 한국 인디 개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자신만의 강점을 깊게 파라. 단순히 유행을 쫓는 것보다, 자신들이 잘하는 부분(예: 스토리, 아트, 문화적 배경 등)을 찾아 집중하라.
▲영어 역량을 키우라. 글로벌 마케팅, 투자자 소통, 개발 리소스 공유에서 영어는 강력한 무기다.
▲개발 중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라. SNS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자신의 게임을 알리면, 투자자나 협업 파트너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차별화된 비전을 가지라. 니치한 테마라도 열정과 비전을 갖고 개발하면, 그 분야에 충성도 높은 팬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 콘솔 생태계의 새로운 시대로의 초대
요시다 슈헤이의 강연은, 콘솔이 단순한 레거시 플랫폼이 아니라 여전히 혁신의 무대임을 재확인하게 했다. 특히 인디 개발자들에게는, 과거보다 더 문이 열려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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