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e뉴스

[칼럼] 기술의 탈중국화, 그리고 엔비디아의 영리한 선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인텔에 약 7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CPU와 GPU 융합 제품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단순히 기술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엔비디아가 이른바 친중 기업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합류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수년간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엔비디아는 중국 맞춤형 AI 칩을 내놓으며 규제 우회에 나섰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중국 친화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이번 인텔에 대한 엔비디아의 적극적인 투자는 엔비디아의 이런 이미지를 단번에 뒤집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자,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선정되어 국가 안보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인텔에 대한 투자는 미국 정부의 기조에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텔과 엔비디아의 CEO (출처 : X)
인텔과 엔비디아의 CEO (출처 : X)

 

■ 애플과 엔비디아의 상반된 리스크 관리

이번 엔비디아의 행보는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애플과 대비되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거의 절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애플의 비즈니스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애플 역시 인도,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생산 기지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이라는 거대한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총자산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한화 약 7조원이라는, 절대적으로는 큰 돈이지만,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매우 적절한' 투자를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막대한 규모의 설비 투자가 필요한 애플과 달리, 엔비디아는 인텔이라는 핵심 플레이어와 손잡음으로써 미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에 동참하는 우군의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이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정치적 효과를 얻는 스마트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국영기업이 된 인텔의 미례는?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인텔 CEO (출처 : X)
사실상 국영기업이 된 인텔의 미례는?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인텔 CEO (출처 : X)

 

■ 기술의 정치화, 새로운 시대의 우려

물론 이면에는 기술의 발전이 순수한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역학 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 여러차례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를 컬럼을 통해 지적해 왔다. 엔비디아와 인텔의 협력은 기술적 시너지와 시장 확대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그림자 역시 짙게 드리워져 있다.

엔비디아가 인텔의 x86 프로세서와 자사 NVLink 기술을 결합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는 NVLink 퓨전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분명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인텔이 자체 개발 중이던 서버용 GPU 프로젝트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엔비디아 역시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할지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는 등, 이른바 정치적 동맹이 기술적 시너지를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드러났다.

기술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특정 국가의 정책적 방향에 맞춰야만 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기술은 본래 국경을 초월해 인류에 기여해야 하지만, 이제는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이번 투자가 기업의 영리한 선택을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의 정치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경계하고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