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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텔의 새로운 브랜딩, 정체성 혼란과 미국 정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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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미국 IT 뉴스에서 빼놓지 않는 업체가 바로 인텔이다. 단순한 CPU 제조사가 아니라, 오늘날 PC와 IT규격을 주도하는 회사인 까닭에 항상 관심의 중심이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뉴스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인텔이 얼마전부터 브랜딩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로고나 슬로건을 바꾸는 것을 넘어, 딩동댕동이라는 시그널음악으로 유명한 인텔 인사이드 시대의 영광을 뒤로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Intel Core Ultra Series2 (출처 : 인텔)
Intel Core Ultra Series2 (출처 : 인텔)

하지만 이런 브랜딩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최근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이 기업의 독립성과 미래에 대한 또 다른 논쟁거리를 낳고 있다.

 

넌 정체가 뭐니?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브랜딩 딜레마

과거 인텔은 인텔 인사이즈 캠페인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PC = 인텔이라는 공식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텔이라는 CPU 부품 제조사가 아닌, PC 완제품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 하지만 PC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시기를 놓친 인텔은 PC뿐만 아니라 AI,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의 CPU 제조사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려고 부던히 노력중이다. 

 

문제는 새로운 브랜딩이 이러한 확장된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인텔의 새로운 로고와 브랜딩을 보며 인텔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강력했던 이미지를 버리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강력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으로 최근 선보인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프로세서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름만으로는 엄청 대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파일럿도, 루나레이크 기반 고효율 칩도, NPU는 있지만 해당 기능을 완전히 지원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고성능 애로우레이크 게이밍 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시리즈 2라는 이름만으로는 도대체 성능을 짐작할 수도 없고, 코어 울트라라는 이름에서도 대단한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고, CPU 모델명과 프로세서 넘버를 따로 확인해야만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있다. 이런 복잡함을 없애고, 브랜딩을 단순화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쟁사인 AMD를 비판했던 것이 인텔인데, 이제 도리어 인텔 칩셋은 이름만으로는 성능도, 족보도 알기 어려운 칩셋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 시장 자본주의의 원칙을 흔들다

인텔의 브랜드 전략과 별개로, 최근 미국 정부가 인텔의 지분 약 10%를 인수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행 중인 반도체법, 이른바 CHIPS Act의 보조금 지급 대가로 이루어졌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미국의 전통인 자유 시장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전례 없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직접적으로 소유하고 통제하게 되면, 기업의 자율성은 물론, 혁신을 위한 도전 정신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미국 경제의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평소 미국이 그렇게나 비판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국가 자본주의를 닮아가는 위험한 신호라고 비판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인텔은 정체성 혼란과 정부의 그림자라는 두 가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로고를 바꾸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고,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텔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전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더욱 정확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인텔 주가 부진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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