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한국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대표팀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중국과 마지막 승부에서 무너졌다.
한국 대표팀의 은메달 소식이 많은 게이머와 팬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 LoL 대표팀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냈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e스포츠 부문은 시범종목인데다, 열악한 경기장 환경 탓에 특히 말이 많이 나왔다. 빡빡한 일정과 e스포츠 종주국이라 자부했지만 무엇 하나 도움주지 못한 국내 여건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부문이 시범종목으로 운영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눈이 한국 대표팀이 출전할 수 있을까에 쏠렸다. 대답은 ‘불가’였다. 아시안게임 규정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체육단체에 소속된 종목 단체가 선발한 선수’만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그런데 e스포츠를 총괄하는 한국e스포츠협회 등 프로게이머(선수)는 체육단체에 소속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가 오프라인 시설과 조직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가맹 신청을 번번이 반려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부랴부랴 각종 탄원이 쏟아졌다. 그제야 아시안게임 출전의 길이 열렸다. 고비는 넘었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국내 리그 LCK가 진행되는 중이라 선수들을 차출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LCK는 각 시즌이 빡빡하게 짜인 일정대로 진행된다. 다른 일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 빡빡한 경기 일정을 쪼개 예선을 치루고, 플레이오프와 결승을 앞둔 시점이라 부담은 가중됐다. 선수 입장에서 태극마크를 단다는 명예만큼이나 무거운 짐은 당연히 부담됐을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음에도 ‘페이커’ 이상혁을 포함한 ‘기인’ 김기인, ‘스코어’ 고동빈, ‘피넛’ 한왕호, ‘룰러’ 박재혁, ‘코어장전’ 조용인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했다. 종목사 라이엇게임즈와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일정을 급히 수정해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냈다.
팀이 꾸려지자 시간이 문제였다. 공식 훈련도 22일 시작했으니, 제대로 손발을 맞춘 기간은 3일이 채 되지 않는다. 마지막 결승전 4세트에서 무언가 어긋난 운영이 자꾸 발생한 것도 팀워크를 다지지 못한 결과일지 모른다.
서로 다른 팀에서 다른 전략을 사용한 선수들이 단 며칠 만에 합을 맞추기는 당연히 어렵다. 여기에 안개 속을 걷는 듯한 준비과정과 잦은 일정 변경은 지칠 대로 지친 선수들을 더욱 몰아세웠을 것이다.
물론, 이런 악조건이 한국 대표팀에게만 있었던 일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한국이 상대한 베트남과 중국, 다른 조에 속했던 대만도 역시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다른 국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은메달을 따냈다는 것이다. 대표팀에게 쓴술 같은 질책보단 따뜻한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한명의 팬으로써 3일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작은 박수와 응원의 말을 보낸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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