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중국산 게임들이 꾸준히 파고들면서 상위권 순위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대작 게임이 선전하며 국내 게임 시장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한국과 중국 게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지난 2017년 불거진 사드(THAAD) 이슈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한국산 게임은 중국 내 서비스 자격인 판호를 전혀 받을 수 없었고, 사드 이슈 이후 지금까지 4년간 중국에서 외자 판호를 받은 국산 게임은 단 3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최근에 이르러서야 받은 것이다.
게다가 판호를 발급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지난 8월부터 전혀 게임 판호를 발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셧다운제 강화 등 중국 게임 산업이 악화되면서 중국 내 게임사들은 생존을 위해 국내 시장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타 인접 국가 중에서 과금 비율이 높고, 서비스의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중소 게임사는 물론 중국 대형 게임사인 텐센트나 빌리빌리마저 국내 업체를 통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국내에 직접 서비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 순위를 보면 중국산 게임으로는 문톤의 ‘심포니 오브 에픽’, 37게임즈의 ‘히어로즈 테일즈’, 4399코리아의 ‘기적의 검’, 릴리스게임즈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TOP 10 자리에 올라있다.
그 외에도 빌리빌리의 ‘미니어스’나 미호오의 ‘붕괴3rd’와 ‘원신’ 등의 게임은 종종 10위권 내에 재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10위권 내에는 4개의 게임이, 20위권 내에는 6개의 중국산 게임이 위치해 언제나 절반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원스토어에서는 더 심각하다. 1일 기준으로 매출 1위부터 30위까지의 게임 중 국산 게임은 ‘바람의나라:연’, ‘피파온라인4M’, ‘마피아42’, ‘미르4’, ‘컴투스프로야구2021’ 등을 제외하고 단 11개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게임이 모두 중국산 게임인 것.
문제는 일부 중국산 게임은 유저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서비스 이전에는 유명 연예인과 값비싼 경품을 활용해 시선을 끈 뒤, 게임이 서비스에 들어가면 초반에는 잘 대응하는 듯 하다가 채 지표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1년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하곤 한다.
게다가 선정성 광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부실한 약관으로 제대로 환불조차 받지 못하고 이른바 먹튀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막상 서비스가 1~2년을 넘어가는 게임보다 그 안에 서비스를 접는 중국산 게임을 찾기가 더 쉬운 상황이다.
심지어 한복을 한복이라 하지 않으며, 한국의 문화가 자신의 것이라는 동북공정을 반영한 게임들도 종종 등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외 게임사의 국내 사무소 설립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운영과 매끄러운 서비스로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 국내 대형 게임사는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넥슨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부동의 1위는 ‘오딘:발할라라이징’이며 그 뒤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리니지M’, 그리고 ‘블레이드&소울2’와 넷마블의 ‘제2의 나라’,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킹덤’이나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웹젠의 ‘R2M’, 넥슨의 ‘바람의나라:연’ 등이 20위권 내에 위치 해있다.
특히 ‘블레이드&소울2’는 출시 초반 흥행에 실패했다는 증권가의 지적이 있었지만, 출시 4일 뒤에 매출 순위 4위에 오르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매출 10위권 내 게임 중 엔씨소프트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4개에 이를 만큼 엔씨의 IP 파워는 여전히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물론 특정 장르에 대한 쏠림 현상, 그리고 기존 IP 활용으로 인한 피로도로 인해 다른 장르의 중국산 게임이 시장을 파고든 상황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다양한 IP를 가진 일본의 게임사들의 파트너로 한국이 아닌 중국의 게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체적으로 국내 시장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중국의 진출길은 막히고, 국내 시장마저 중국산 게임이 점령하면서 국내 게임사, 특히 중소 게임사들은 중국에서 눈을 돌려 일본이나 동남아, 그리고 북남미나 유럽 등의 시장에 진출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 동시 출시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특정 장르에서 벗어나 다양한 게임성을 갖춘 게임들을 국내 게임 유저에게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네오위즈는 최근 힐링형 모바일 게임 ‘포레스트 아일랜드’를 선보였고, 엠게임은 하이브리드 전쟁 RPG ‘이모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시 예정인 게임도 다양하다. 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의 서브컬쳐 RPG ‘블루 아카이브’,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뉴 스테이트’,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스 오더’ 등이 출시 채비를 하고 있고, 엔씨 역시 ‘트릭스터M’이나 ‘블레이드&소울2’에서 나타난 아쉬움을 ‘리니지W’에서 해소한다는 목표로 마지막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을 벗어나면 트리플A급 대형 신작과 독특한 게임들의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나 시프트업의 ‘프로젝트 이브’,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TL’, 넥슨의 ‘프로젝트 HP’와 게임 제작 플랫폼인 ‘프로젝트 MOD’를 비롯해 액션스퀘어의 ‘앤빌’, 썸에이지의 ‘크로우즈’, 라인게임즈의 ‘언디셈버’ 등도 색다른 게임성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신규 IP의 성공적 발굴과 색다른 게임성을 가진 게임들의 출시 시기와 성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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