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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용산의 미래도? 홍콩 전자상가에서 본 집단 전자상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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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를 가면 어지간하면 그 나라의 전자상가를 방문하곤 한다. 홍콩에는 몽콕을 비롯해 몇 군데 전자상가가 있는데 제가 이번에 방문한 곳은 삼수이포 전철역 부근의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다.

홍콩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몽콕 부근에 자리한 삼수이포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Golden Computer Arcade)는 한때 아시아 전자제품의 메카로 군림하던 곳이다. 보다 정확히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그리고 전자상거래가 없었던 그 때다.

한 때 이곳에서는 최신형 그래픽 카드부터 희귀한 게임 콘솔, 정발되지 않은 기기들까지 모든 것이 거래되며, 전 세계 테크 매니아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곳이었다. 2025년 4월 봄에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과거의 정신없는 활기는 아직 남아있지만, 그만큼이나 텅 빈 복도와 빈 상점, 그리고 잦은 렌트 계약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입구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북적였던 1층은 이제 관광객 몇 명과 홍콩 로컬 중년 남성들이 어슬렁거리는 정도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액세서리 가게들은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판매원들의 표정에서는 활기보다는 냉소가 느껴진다. 할인과 세일 등의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지만, 정작 가격은 시중보다 싸지 않다. 물론 환율 때문일 수도 있다. 아주 오랫만에 기자 시절에도 만났던 업주는, 예전엔 흔히 말하는 대륙에서 오는 손님들로 북적 북적였는데, 지금은 알리익스프레스에 밀려 장사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정말 수 십년만에 공 CD 묶음을 보았는데 어쩌면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 들었다. 단지 건물만 낡은 것이 아니었다.  

​2층은 게이머들의 유토피아. PC 게임과 콘솔 매장이 밀집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RGB 조명과 게임 포스터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매대에는 활기보다는 추억이 먼저 느껴졌다. 대부분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알리페이나 위챗 페이를 받는다고 말한다. 게임 특성상 젋은 이들도 있었지만, 나이 많은 어저씨들이 주로 중고타이틀을 거래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였다.

한때 해외에서도 주문하던 커스텀 PC 부품 상점들은 대부분 철거됐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몇 군데 남은 가게에서는 중국산 저가 부품을 진열해 놓았는데, 이게 과연 21세기 첨단 점포인가 싶을 정도이다. 

​사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온라인 쇼핑의 충격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효율적인 택배와 알리바바, 아마존에 밀려 고가의 전자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이유가 사라졌다. 여기에 저가인 알리익스프레스와 초 저가로 판매하는 테무에도 밀렸다. 우리가 쿠팡과 네이버에 지배당했듯 말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중국 심천과 직선거리로 30km도 떨어지지 않은 홍콩 전자상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모든 것이 다 있고 직접 만들었던 심천의 전자상가는 저가 부품 시장을 잠식하며, 홍콩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다.

새로 가계를 여는 이는 없고, 서비스센터나 일부 수리센터 정도와 모바일 기기 판매점만 남아있는 느낌이다.

​정말 오랫만에 찾아본 홍콩 삼수이포의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는 더 이상 골든, 그러니까 황금의 빛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부근에는 스마트폰을 고치러 온 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흔히 말하는 사설 수리점이다. 

이제 텅빈 공간과 어두운 복도는 디지털 시대의 유물이 되는 듯 하다. 저처럼 과거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이제는 온라인에 밀리는 그 모든 전문상가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과연 우리 용산전자상가의 미래가 홍콩에서 본 그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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