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컴퓨팅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된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본래 게임을 위해 태어난 기술.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와 인공지능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작 GPU의 본래 사용자였던 게이머들은 큰 비용 부담과 공급 부족이라는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게이머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귀한 몸'이 된 그래픽카드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용 그래픽카드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5090 그래픽카드는 출시 기준 가격이 1천990달러로 책정되었지만, 현실 시장에서는 웃돈을 몇 백만원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메인스트림 게이머를 위한 지포스 RTX5070도 공식 가격은 549달러지만, 시장에서는 높아진 환율로 인해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해야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PC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도 이제는 최소 200만원을 기본으로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게임이 저렴한 취미'라는 말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게이밍 PC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PC방의 몰락과 함께 게임을 위헙하는 요소다.
GPU가 이렇게 '귀한 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GPU의 구조적 특성과 관련이 깊다. GPU는 하나의 칩 안에 수천 개의 셰이더 처리 코어를 포함하고 있어, 동시에 많은 양의 연산을 병렬로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신 엔비디아 H100 데이터센터 GPU에는 14,512개의 CUDA 코어가, 지포스 RTX5090에는 21,760개의 코어가 탑재되어 있다.
이러한 병렬 처리 능력은 암호화폐 채굴과 인공지능 학습 및 추론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인공지능 모델은 막대한 양의 행렬 연산을 필요로 하는데, GPU의 수천, 수만 개 셰이더 코어는 이 연산을 나누어 빠르게 처리하기에 적합하다. 게임에 CPU만큼 GPU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GPU의 활용성이 확대되면서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과 인공지능 개발 기업들이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게이머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GPU는 본래 게임을 위한 도구였고 게이밍 PC의 핵심 부품인데, 이제는 전혀 다른 업계가 이를 쓸어가면서 정작 PC 게이머들이 소외되는 상황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GPU를 제조하는 엔비디아나 AMD의 입장에서는 게이밍용 GPU보다 인공지능용 고성능 GPU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더 수익성이 높다. 수십만 원짜리 게이밍 GPU와 수천만 원대의 AI용 GPU 모두 동일한 반도체 웨이퍼로 생산하는데, AI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는 제품이 생산되자마자 소진될 정도이니 말이다.
제조사들은 인공지능용 칩과 게이밍 GPU의 특성을 구분하며 게이밍 PC 시장을 달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GPU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만 있다.
현재로서는 GPU 부족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반도체 기업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GPU 컴퓨팅 파워는 여전히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처럼 반도체 미세 공정의 발전으로 단숨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게임용 GPU와 인공지능 연산용 GPU가 구분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AI GPU에 별도의 텐서 코어를 추가하여 AI 성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AI용 GPU와 게이밍 GPU의 구조를 달리하여 두 시장을 분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개인들도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다. 게임 시장 역시 4K 해상도가 기본이 되고, 초당 프레임 수도 60에서 100프레임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더 많은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들의 경제적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라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GPU는 게임 그래픽을 위해 태어났지만, 이제는 인공지능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원래 GPU의 주 사용자였던 게이머들은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게임을 위해 웃돈을 주고 사야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것이 기술 발전의 불가피한 대가인지, 아니면 시장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GPU가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전쟁은 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언제쯤이면 가벼운 주머니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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