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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배한 컴퓨텍스: 대만 IT의 자신감인가, 전략적 변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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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아폴로13이라는 1995년 영화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인상적인데, 중간 보급을 위해 미국 우주선이 러시아 우주선과 협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패는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유명한 대사로도 유명한 영화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달라 일이 잘 해결되지 않다가, 러시아 우주인이 미국 컴퓨터나 러시아 컴퓨터나 결국 대만거라는 말을 한다.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5 전시장 (출처=TAITRA)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5 전시장 (출처=TAITRA)

사실 이 말은 대만이 IT, 특히 컴퓨터 하드웨어에 갖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이런 대만의 IT 하드웨어 행사 가운데 가장 큰 행사가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다. 

미국에서 매년 1월에 열리는 라스베가스의 CES나 하노버의 CeBIT과 달리 실용적이기로 유명한 행사다. 이런 컴퓨텍스 역시 최근에는 모든 화두가 AI다. AI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AI가 모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중심에 서는 모습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대만 출신이기도 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등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지만, 일각에서는 예년과 달리 컴퓨텍스 본연의 하드웨어 혁신이라는 강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올해 컴퓨텍스가 예년보다 약 2-3주가량 일정을 당겨 개최된 점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는 통상적으로 6월에 열리는 구글 I/O, 마이크로소프트 빌드(Build), 애플 WWDC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행사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과연 이러한 파격적인 일정 변경은 대만 IT 산업의 높아진 자신감의 표현일까, 아니면 전통적으로 협력을 중시해 온 대만 IT 업체의 기본적인 전략에 수정이 일어난 신호일까?

대만은 오랫동안 세계 IT 하드웨어 제조업의 핵심 기지였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는 한국과 양분하지만,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를 비롯해 다른 부분은 철저하게 대만이 시장을 주도한다. 단지 PC 부품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노트북, 서버 등 다양한 IT 제품의 생산을 도맡으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대만 IT 산업의 강점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상생 모델에 기반해 왔다. 그것이 바로 영화 아폴로13에서 보았던 어느 나라 컴퓨터나 결국 대만산이라는 대사로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만 IT 산업은 단순히 제조를 넘어 AI 하드웨어 설계, AI 가속기 생산, 그리고 AI 기반 솔루션 개발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컴퓨텍스에서 AI가 지배적인 테마로 떠오른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 역시 엔비디아 혼자만의 쇼라기보다는, 대만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한다.

컴퓨텍스의 개최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대만 IT 기업들이 더 이상 수동적인 제조 파트너에 머무르지 않고,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글로벌 빅테크 행사들과의 경쟁 구도를 통해 자신들의 기술력과 비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시도라고 봐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협력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대만 IT 산업의 독자적인 위상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변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전시장내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TAITRA)
전시장내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TAITRA)

결론적으로, AI가 지배한 이번 컴퓨텍스와 앞당겨진 행사 시기는 대만 IT 산업이 AI 시대를 맞아 단순 제조를 넘어선 고부가 가치 기술과 솔루션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자신감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은 이제 단순한 제조 기지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 기술 허브로서 그 존재감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아직도 엔비디아 HRM 메모리 테스트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현실이 더욱 어둡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쪼록 삼성 역시 예전의 삼성으로 그 위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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