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게임쇼’라고 불리는 타이베이 게임쇼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2025 타이베이 게임쇼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30개 국가 346개 업체가 1400개 이상의 부스 규모로 참여했으며, 350개 이상의 게임을 선보였다.
조직위원회 측은 BTC관에 4일간 약 37만 명이 입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규모와 분위기를 봤을 때 해당 숫자를 그대로 믿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BTB관에도 43개국에서 1,800명 이상이 방문해 비즈니스 교류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행사는 대형 전시 시설인 난강 전시장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열린 게임쇼다. 하지만 참가한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 전시장 규모는 전년과 거의 동일하게 개최됐다. 그리고 참가 업체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현지 퍼블리셔지만, 게임 구성 면에서는 일본 게임과 중국 게임의 비중이 비슷했다.
보통 업체들이 신작 위주로 참가하고 있지만,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이 유저들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단독 부스를 내는 경우도 종종 목격됐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주술회전 팬텀 퍼레이드’, ‘벽람항로’, ‘명일방주’, ‘버섯커키우기’ 등의 게임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중 ‘타워 오브 세이비어’는 도쿄게임쇼에서 ‘승리의 여신:니케’가 보여줬던 캐릭터 획득을 연상시키는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네오위즈가 ‘브라운더스트2’로 참여해 유저들의 사랑에 보답했고, 그라비티가 대만 지사인 그리비티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라그나로크3’, ‘라그나로크 비긴즈’, ‘라그나로크 온라인 제로’ 등의 신작을 공개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과 ‘쿠키런 모함의 탑’, ‘쿠키런 브레이버스’ 등의 게임을 공개했고, 에피드게임즈가 ‘트릭컬 리바이브’의 사전예약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직접 혹은 현지 협력사를 통해 참여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한국 공동관에서는 트라이펄게임즈, 샌디플로어, 스튜디오BBB, 볼드플레이게임즈, 팀 타파스 등의 게임사가 참여했고, 인디 게임 공간을 통해 10여여 개의 개발사가 부스를 꾸려 게임을 홍보했다.
행사 운영과 관련해 전년에 봤던 아쉬움은 그대로였다. 크기가 작은 부스가 몰려 있는 구역일 수록 통로의 넓이는 여전히 좁았고, 부스에 대기하는 관람객 통제에도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그 덕에 통로가 완전히 막혀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부스에서 사용하는 소리의 크기도 규정 제한이 없는듯,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부스와 게임 홍보에 나섰다. 그리고 전년에 비워뒀던 공간은 올해도 비운 채로 통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행사만의 장점은 존재했다. 전시 형태나 시설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적어도 조직위원회가 인디 게임을 대하는 자세는 그 어떤 전시회보다 좋았다. 인디 게임 전시 공간인 ‘인디하우스’를 알차게 꾸민 부분이 눈에 띄었다.
지스타의 경우 개최 전날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개최하지만, 타이베이 게임쇼는 개최 전날 최고의 인디 게임을 선정하는 ‘인디 게임 어워드’를 개최한다. 그리고 여기에 선정된 게임은 인디하우스 내에 마련된 어워드 수상작 전시 공간을 추가로 내어주며 이 게임이 수상작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최고의 학생 게임으로 한국 개발사 스튜디오 BBB의 ‘모노웨이브’가 선정되었는데. 2관왕을 수상한 흥행작 ‘발라트로’의 옆에 배치되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참가 업체의 적극적인 홍보 방식도 좋아 보였다. 각 부스에서는 피켓을 들거나 특징적인 아이템을 들고 전시장 통로를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에게 전체 혹은 1:1 방식으로 게임 알리기에 나서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부스의 운영 요원에게 접근해 게임을 소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아래 사진을 보면 닌텐도 부스에서 '슈퍼마리오'를 홍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섯커키우기' 도우미가 닌텐도 부스 도우미에게 게임 홍보를 하고 있다. 지스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타이베이 게임쇼는 항상 보드게임 및 트레이딩 카드 게임 전용 공간을 마련해 테이블에 앉아 가족과 친구끼리 즐겁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한때 지스타에서 보았지만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대만 기준으로 해외 게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부분은 이 행사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대만에서 개발되는 게임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지만, 지스타와 비교하면 네임밸류가 높은 해외 게임들이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특정 게임쇼 외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 닌텐도는 전년 대비 1.5배 확장한 크기로 참가해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운영했고, 다양한 게임을 편한 분위기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코에이테크모는 ‘유미아의 아틀리에’와 ‘비너스 베케이션 프리즘’ 등의 체험 버전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으며, 캡콤의 ‘스트리트파이터6’는 추가 예정인 마이 캐릭터의 체험이 최초로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지스타보다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게임쇼라는 이름은 되려 이쪽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향후 이 행사의 규모가 더 커졌을 때, 어느 쪽이 글로벌 게임쇼라는 평가를 받을 지 점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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