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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첫 온택트 지스타, 희망과 숙제 동시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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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치러졌다. 올해로 15회째를 맞고 있고, 일산 킨텍스를 떠나 부산에 자리잡은게 2009년부터이니 햇수로 11년째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일산 킨텍스에서 4년간의 암흑기를 거쳐 부산으로 넘어와 지난 2019년까지 지스타는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국내외 업체들이 꾸준히, 혹은 새로운 업체들이 참가하기 시작했고, 행사 규모도 점점 커졌다. BTC 부스는 신청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판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너무나 큰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를 사실상 포기하고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벡스코 전시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게임 공개나 주요 행사를 온라인으로 방송했다. 

행사 전 행사 흥행에 대한 우려는 컸다. BTB는 어짜피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비즈니스 행사니 논외로 치더라도, BTC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가 너무나 적었다. 국내 업체에서는 넥슨, 크래프톤,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KT게임박스, 컴투스, KT리얼큐브, 카카오게임즈,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참여했고 해외 업체로서는 2K와 오큘러스가 콘텐츠 파트너로 참여했다.

지스타에서 최고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메인 스폰서도 행사가 시작하기 불과 4주 전까지도 발표되지 않아서 위기감은 더 컸다. 다행히 위메이드가 대승적 차원에서 메인 스폰서로 참가를 결정하며 한 시름 놓은 분위기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된 행사였지만 긍정적인 희망도 보였다.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시청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이로 인한 불만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지스타 TV를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가 약 144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작년에 지스타에 방문한 관람객이 24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방송을 통해 여러 인디 게임이 알려진 부분도 긍정적이다. 기존의 지스타에서는 인디 게임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지만 메인 공간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마련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주요 방송의 앞뒤로 인디 게임을 소개하는 인디 쇼케이스가 배치되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효과를 봤다. 

그리고 일반 관람객의 접근이 어려웠던 컨퍼런스도 모두 무료로 전환되어 누구나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호평을 얻었다. 더불어 부산 게임사의 신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편성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해결해야 할 숙제는 더 많이 남긴 행사였다.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새로움의 부재다. 해외 유수의 게임쇼에서는 이번에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면서 신작이나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된 신작이나 콘텐츠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 발할라 라이징’ 신규 영상과 ‘엘리온’의 게릴라 테스트 일정 발표를, 넥슨은 ‘코노스바 모바일’의 정보를 소개한 부분과 위메이드가 지스타를 통해 '미르4'의 출시일과 새로운 홍보 모델을 최초로 공개하는 정도였다. 완전한 최초 공개는 사실상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티타이니 온라인’ 하나 뿐이었다.

그래서 4일간의 방송 중 일부 시간에서는 이전에 방송된 콘텐츠를 재방송하기도 했다. 한 번 방송된 콘텐츠는 VOD로 다시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에, 재방송을 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참가 기업과 콘텐츠의 수가 부족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지스타조직위원회가 9월에서야 온라인 중심의 개최를 결정해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에 시간이 꽤 필요했던 것은 오프라인 개최를 위해 부스 디자인 및 구축이나 마케팅을 위한 제작물 생산, 행사 인력 확보 등에 어느 정도 긴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게임의 일부 정보를 새롭게 공개하는데 필요한 기간으로 2개월이라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 특히 중대형 기업의 참가 외면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업체들의 게임 소개 방송 구성도 아쉬움이 많았다. 지스타에 참가한다고 밝혔을 때는 벡스코의 방송 스튜디오에 개발자가 등장해 게임을 직접 소개하고, 시청자의 댓글도 보고 이를 즉석에서 답하는 등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처럼 소통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거의 모든 업체들이 미리 제작한 영상을 송출하는 방법을 썼다. 그만큼 소통이 될 리가 없었다. 게임 업체 관계자가 무대에 등장해 게임을 소개하는 사례는 대부분 인디 게임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스타에서 기록된 85만명의 시청자는 아쉬움이자 희망의 숫자다. 지스타를 기대하고 시청한 사람의 숫자가 이 정도 있다는 부분과, 만약 더 많은 신작과 신규 콘텐츠 공개가 이뤄졌다면 더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게임스컴의 경우 순 시청자가 1천만명을 넘었고, 도쿄게임쇼의 경우 총 시청 횟수는 3천만 뷰를 넘었다. 그에 비해 지스타는 시청자 85만명, 총 시청 횟수는 144만 뷰였다.

이렇게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부산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에서는 언제나 부산의 지역 방송국인 KNN이 앞장섰다. 

그래서 방송 틈틈이 지스타가 열리는 것을 알렸고, 심지어 시간이 표시되는 부분에 ‘D-며칠’이라는 문구를 넣으며 행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행사 기간에는 현장에서 1시간이 넘게 생방송을 진행하며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에 지스타가 온택트로 열리게 되면서 KNN이 아닌 트위치를 통한 온라인 방송 방식이 채택됐고, 자연스럽게 부산 지역 내에 지스타를 홍보하는 최고의 수단은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지스타가 열리는 것을 알린 건 부산역과 해운대, 벡스코 등 주요 지역에 마련된 메인 스폰서인 위메이드의 ‘미르4’ 홍보물과 지스타 로고 뿐이었다.

그래서 택시기사에게 벡스코로 가자고 하거나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부산에 왔다고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올해 지스타가 하는 거였나?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지스타는 부산 지역에 고용 유발 및 경제의 파급력이 큰 행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실제로 부산 지역의 지스타 개최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1,252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연간 1,957명 이상이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이 효과는 사라졌다. 

벡스코 지하는 물론 인근 식당가는 지스타 기간임에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았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업계 관계자로 북적거리던 해운대 거리 및 상점들은 한산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작년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의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진행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만약 내년 지스타도 온라인 형식으로 치러진다면, 개최 지역에 대한 고민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침 올해가 지스타 개최지로서 부산이 계약을 맺은 마지막 해이며, 새로운 지스타 개최지는 오는 1분기에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내년의 지스타가 어디에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개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선의 방식은 현장에서 유저들과 호흡하며 함께 하는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이지만, 지금까지의 코로나19 상황으로 봤을 때 빠른 종식은 어려워 보인다. 

그런 만큼 지스타조직위원회가 이번에 개최하며 겪은 지스타의 여러 이슈를 거울삼아, 최선의 방법을 업체에게 제시해 업체로 하여금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온라인으로 개최돼도 국내 최대 게임쇼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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